1편 : 비즈니스 직군
기술과 사업을 이어줌으로써
우리 제품의 미래를 설계합니다.
(Architecting the future of our products
by bridging engineering and business.)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에 대한 구글의 답변입니다. 여기서 브릿징(bridging)이라는 단어가 재미있습니다. 서로 떨어져 있는 인간의 섬에 다리를 놓는다는 뜻이겠죠. 실제로 PM 업무의 80%는 커뮤니케이션인 만큼 동료들이 1) 무슨 일을 하고 2)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IT회사 PM은 크게 보면 12개의 전문가 집단과 일합니다.
1) 사업 영역에서
1. 사업기획자
2. 세일즈 매니저
3. 프로덕트 디자이너
4. 마케터
5. CX매니저
6. PR/CR 매니저
와 일하고
2) 기술 영역에서
1. 서버 개발자
2. 클라이언트 개발자
3. 웹프론트 개발자
4.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5. 데이터 분석가
6. QA엔지니어
와 함께입니다. 당연히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요.
이번 챕터에서는 PM이 1) 충돌하고, 2) 설득하고, 3) 의지하는 전문가 집단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살펴보고, 이들과 1) 즐겁고 2)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글을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
첫 번째 파트에서는 사업 영역(non-tech),
두 번째 파트에서는 기술 영역(tech)
을 다루겠습니다. 먼저 사업 영역입니다.
사업기획자는 돈을 법니다.
사업기획자는 담당하는 업무가 많습니다. 대체로 회사에서 ‘이건 누가 할까?’하면 사업기획자들이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외부적으로 1) 시장을 조사하고, 2) 경쟁자를 견제하며, 3) 협업 파트너를 물색합니다. 4) 필요하다면 인수 합병을 통해 기존 시장 구도를 흔들기도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6) 예산을 집행하고, 7) 매출을 관리하며, 8)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주도합니다.
사업기획자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이들이 하는 모든 일은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의 돈을 버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훌륭한 사업기획자는 모두 돈 버는 법을 압니다. 이들이 돈에 대해 가지는 감각과 집념은 제품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주변의 사업기획자가 머릿속에 돈 생각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 사실 엄청난 업무 몰입의 방증인 셈입니다.
PM은 아래 2가지 방식으로 사업기획자를 돕습니다.
첫째, 제품의 방향을 두고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합니다. 사업기획자는 동료를 압도하는 시장 지식을 바탕으로 투자, 제휴, 인수, 합병, 신규 서비스 도입 등 큰 걸음을 내딛으며 판 자체를 뒤집습니다. 이에 대응해 PM은 1) 사용자에 대한 집착, 2) 제품의 구조적인 이해, 3) 기술팀과의 신뢰를 무기로 조금 다른 미래를 제안합니다. 두 직군의 관점이 건전하게 충돌할 때 균형 잡힌 로드맵이 나옵니다.
둘째, 사업 운영이 지속 가능하도록 돕습니다. 사업기획자는 시장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늘 매출(숫자) 압박을 받기 때문에 조급합니다. 대개 모든 프로젝트에 최대한 빠른 일정을 찍고 내달리고 싶어 합니다. 반면 기술 조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기존에 잡혀있는 개발 일정을 소화하며 운영 중 사고 상황에도 대처해야 합니다. 주기적으로 코드를 유지 보수해야 하는 것은 덤이고요.
PM의 역량이 떨어져 두 직군의 사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지 못하면 조직이 갈등을 견뎌내지 못합니다. 억지로 운영한다 하더라도 조직이 서로를 의심하며 효율이 낮아집니다. PM은 양쪽 조직의 말을 충분히 듣고 두 개의 집단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돕는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세일즈 매니저는 제품을 통해 현장 고객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세일즈는 1) 잠재고객사 발굴에서 출발하여 2) 고객의 이슈를 찾아내고, 3) 조건 협상, 4) 온보딩을 거쳐 5) 네트워킹으로 이어집니다. 세일즈와 PM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동일한 목적의식을 갖습니다. 하지만 PM은 제품 자체를 개선하는데 반해, 세일즈 매니저는 현제품 안에서 최대한 많은 고객을 설득한다는 데 차이가 있습니다.
세일즈 매니저의 역할은 B2B 사업에서 부각됩니다. B2B는 B2C와 달리 구매 의사결정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B2C는 구매 전파력이 높기 때문에 제품만 잘 만들어도 확산 속도가 빠른 반면 B2B는 한정된 의사결정자가 도입을 결정하기 때문에 세일즈에서 직접 고객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신뢰관계까지 형성해야 비로소 팔 수 있습니다.
PM은 세일즈 매니저를 늘 존중하며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첫째, 세일즈 매니저의 말을 경청합니다. 세일즈 매니저는 보통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PM을 찾습니다. 고객이 새로운 기능을 요구하거나, 정책에 불만을 제기한 경우인데요. 대부분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PM은 세일즈 매니저를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 곤란할 세일즈 매니저들의 심정에 공감해야 합니다. 개발팀이 PM을 도와주기 원하는 만큼 PM도 세일즈 매니저를 돕습니다.
둘째, 세일즈 매니저와 주기적으로 동행합니다. 그들은 살아 움직이는 현장과 같습니다. 보통 방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고객의 불편을 시도 때도 없이 듣습니다. PM이 현장을 중시한다고 말하면서 세일즈 매니저가 어떤 현장을 겪는지 모르는 건 앞뒤가 안 맞는 행동입니다. 현장 세일즈에 참여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세일즈팀과 돈독한 신뢰관계도 만들어집니다. 직접 팔아봐야 합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경험을 설계합니다.
* 이하 PD(Product Designer)
PD는 사용자의 문제를 발견하고, 가설을 수립하며,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사실 PD가 하는 일은 PM과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둘을 억지로 갈라놓을 필요도 없습니다. 1) 사용자 인터뷰를 하거나, 2) 가설 수립을 하거나, 3) 정책을 결정할 때 PM, PD가 모여 같이 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PM이 회사 안에서 가장 친하고, 많이 대화하는 사람도 PD입니다.
두 직군 간 업무에 차이가 있다면 '의도된 관점'이라고 하겠습니다. PM은 PD보다 의도적으로 거시적인 관점을 유지합니다. 사업과 기술의 모든 측면을 동시에 생각합니다.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을 고려하고 타협안을 제시하며 일정을 관리합니다. 이에 반대 PD는 미시적인 관점을 책임집니다. 버튼 1개, 문구 하나의 디테일까지 살피며 주어진 조건에서 가장 완전한 결과를 만듭니다.
PM은 PD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아래 2가지를 생각하면 도움이 됩니다.
첫째, PM은 PD가 원하는 지식을 계속 전달해야 합니다. 제품 디자인을 할 때는 많은 데이터와 현장 지식이 필요합니다. PM은 PD가 요청하는 1) 정책, 2) 데이터, 3) 레퍼런스, 4) 필드 지식을 끊임없이 수급해줘야 합니다. PD가 PM에게 원하는 것은 제품의 비주얼에 대한 비평이 아닙니다. 좋은 비주얼이 나올 수 있도록 신선한 재료를 끊임없이 준비할 뿐입니다.
둘째, PM은 PD의 전문성을 앞장서서 존중해야 합니다.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동료들이 지나가는 말로 사견 하나씩 툭툭 집어던지는 게 일상입니다. 이럴 때 짝꿍인 PM은 PD의 업무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PD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존중하면 항상 예상을 초월하는 좋은 결과가 돌아옵니다.
마케터는 제품의 메시지를 만들고 효율적으로 전파합니다.
PM이 만나는 마케터는 크게 [브랜드 마케터]와 [퍼포먼스 마케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브랜드 마케터의 경우 제품이 시장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뽑아내고 다듬어 콘텐츠로 생산합니다. 때로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여 매스(mass 대중)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우리 제품이 시장에 1) 무슨 메시지를, 2)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때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행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는 조금 더 숫자 중심으로 일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100원의 비용을 사용하여 100원 이상의 수익을 얻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전문적인 마케터들은 다양한 지표를 수립, 관리하며 SA(검색 광고), DA(표시 광고) 등 여러 가지 매체를 동시에 다룰 줄 압니다. 이들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사결정하기에 PM과 계속해서 소통하는 입장입니다.
참고 : 가장 많이 쓰는 마케팅 용어 정리
SA(Search Ad) : 검색 광고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 검색엔진 최적화
DA(Display Ad) : 표기 광고
OOH(Out of Home) : 옥외 광고물
ROAS(Return on Ad Spend) : 광고 수익률
CPC(Cost per Click) : 클릭 당 비용
CPA(Cost per Action) : 액션 당 비용 (보통 구매)
CAC(Customer Acquisition Cost) : 고객 획득 비용
LTV(Life Time Value) : 생애 주기 가치 (고객 1인당 n일간 기대 매출)
마케터는 PM에게 고마운 존재입니다.
똑같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마케터가 유능하면 성과가 훨씬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PM은 마케터가 120%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래 방식으로 도울 수 있습니다.
첫째, 메시지의 재료를 꾸준히 공급합니다. PM은 현장에서 고객을 자주 만납니다. 무슨 문제를 말해야 하는지는 압니다. 특히 강남, 판교의 IT회사들은 마케팅 조직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렇게 되면 마케터가 현장 지식에서 멀어집니다. PM은 1) 고객 인터뷰, 2) 시장 조사, 3) 신규 기능 리뷰 시 마케터를 초대하여 그들이 시장과 제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둘째, 매출 관련 지표는 세팅 전 마케터에게 리뷰합니다. PM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 효과 측정을 위해 각종 지표를 심어 놓습니다. 유저가 클릭 한번 할 때 1) 언제, 2) 어디서, 3)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데이터화합니다. 지표 수립이 끝나면 최종적으로 마케팅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가 모두 있는지 확인받습니다. 마케터의 시야가 넓어져야 예산도 효율적으로 집행됩니다.
CX매니저는 프로덕트가 만들어 낸 고객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CX매니저는 CRM(Customer Relation Management)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합니다. 쉽게 말해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규칙을 세운다고 하겠습니다. 고객은 제품을 구매할 때 궁금증/불만이 생기면 1) 전화, 2) 채팅, 3) 이메일 등 수단으로 회사와 소통합니다. 이때 CX매니저는 고객의 여러 가지 니즈를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합니다.
CX매니저는 대개 고객 목소리의 양과 질을 KPI로 관리합니다.(ex. CS인입 건수) 이들 입장에서는 매 고객 응대가 돈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1번의 통화가 적게는 1,000원대에서 많게는 10,000원 단위까지 응대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반복되는 목소리의 원인을 찾고, PM들이 놓친 맹점을 짚습니다. 또 때때로 발생하는 강성 항의 건에 유연하게 응대하며 단순 불만이 사회적인 이슈로 번지는 것을 막습니다.
PM은 CX매니저와 아래 2가지 방식으로 대화합니다.
첫째, 숫자로 대화합니다. 고객센터에는 하루에 수백, 수천 개의 문의가 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CX매니저는 반복되는 자원 소모를 정량적으로 측정하여 PM에게 전달합니다. PM은 CX매니저들의 요구 사항을 넓은 시야에서 판단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합니다. 성장하는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고객의 불만도 동시에 급증합니다. 단순히 CX가 많다는 이유로 사업과제를 미루기보다 순서를 합리적으로 타협해야 합니다.
둘째 현장에서 대화합니다. PM은 주기적으로 CX가 관리하는 현장 센터를 경험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직접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상담 응대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센터에는 숫자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현장의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PM 스스로 앞장서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가능하다면 CX매니저에게 요청해 개발팀 동료들까지 1년에 1번 정도는 고객과 직접 대화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PR, CR 매니저는 기업의 이해관계를 관리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대개 사회적 영향도가 큰 서비스만 해당합니다.)
PR매니저는 언론을 상대합니다. 이들은 서비스의 활동을 홍보함은 물론, 잘못된 논조의 기사를 바로 잡는 역할도 합니다. 사용자가 많은 서비스를 담당하면 사실과 다른 억울한 기사가 나가는 일이 빈번합니다. (많은 PM들이 주니어 시절 언론에 데이는 경험을 합니다.) 이때 PR 매니저는 언론사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여 부정적인 반응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합니다.
CR매니저는 정부 당국과 이해집단을 상대합니다. 모든 산업에는 관계 당국이 있습니다. 핀테크 기업은 금융위원회, 모빌리티 기업은 동반성장위원회, 통신 기업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이 말입니다. CR매니저는 해당 기관들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문제가 생겼다면 합리적으로 소명합니다. 또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자고 건의하는 역할까지 담당합니다.
PM은 PR/CR 조직의 동료들에게 튼튼한 논리 근거를 제공해야 합니다.
PR과 CR매니저들은 기자, 당국, 노동조합, 이해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을 설득하는 입장입니다. 회사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집단과 늘 얼굴을 맞대고 있습니다. 작은 말실수나 논리적인 허점은 언제든지 큰 문제로 비화할 수 있습니다. PM은 PR/CR매니저들이 외부의 비판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필요하다면 바로 옆에 붙어 속도감 있게 답변을 제공해야 합니다. 보통 대외 이슈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더불어 애초에 시장 파괴적인 서비스를 출시한다면 PR/CR매니저들과 사전에 소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이 터지고 수습하는 것보다 사전에 미리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스타트업이 아니라 이미 사회적 영향도가 큰 기업에서 일한다면 서비스의 변화가 불러올 파장도 고려해야 합니다. 조직 내에서 건강한 피드백이 작동해야 납득 가능한 서비스가 만들어집니다.
다음 편은 기술 영역으로 이어집니다.
7. 서버 개발자
8. 클라이언트 개발자
9. 웹프론트 개발자
10.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11. 데이터 분석가
12. QA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