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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밤 Jul 27. 2018

고양이, 너를 돌본다는 것은

고양이, 휴가철, 가족이 된다는 것

   고양이, 크리스마스에 선물이라고 너를 데려온 지가 엇그제 같은데. 어느덧 자기 엄마품이 아닌 우리 부부의 곁에서 한 살이라는 나이도 먹었다. 다 죽어가던, 그러나 기적적으로 살아나 운좋게 우리집에 얹혀살기까지 하며, 작년의 날카로운 한파와 미친듯한 올해의 무더위까지 편히 피해가고 있는...무척이나 운이 좋은 어린 유기묘였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내 자식처럼 돌보고있다는 느낌은 묘한 자기만족도 주었다. 나의 노력에 응답하듯이 복이 많은 고양이 '복어'는 아침점심저녁 나를 찾아 운다. 결혼 전엔 키우던 강아지의 소극적인 보챔도 귀찮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주양육자(?)가 되어버리니 퇴근 후엔 줄곧 나를 기다렸을 복어를 어떻게든 놀아주려 내 일은 뒷전으로 둔다. 주인의 팔배게를 하고 자면 엄마고양이로 인식하는 거라던데, '가슴으로 낳은 딸'이라는 좋은 어휘를 우리에게 적용하는 것 같아 흐뭇한 느낌을 준다.


블랙핑크 발바닥은  길에서 고생했을 너를 떠올리게 해


   그러나 곧 휴가철이다. 하룻동안의 심심함에도 보상을 바라듯이 놀아달라 요구하는 복어인데, 며칠의 긴 시간을 이 아이가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 되는 순간. 긴 여행을 자제하거나 함께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등의 저마다의 방법론이 있지만, 복어를 잠시 제쳐두고 나의 재밌는 휴가 계획을 짜고 있는 내 자신도 위선적이다.


 '나는 우리 고양이를 사랑해. 하지만 놀러갈 땐 어쩔 수가 없어. 사람이 아니잖아. 두고 가는 수밖에...'


 

 아직은 집 밖에 나선 고양이를 반겨줄 관광지는 없다. 이동장에 가둔 채 우리 부부만의 재미만 채우고싶지도 않다.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렇게, 가족같다면서 사람과 동물은 다르다고 합리화한다.

 나는 복어를 돌보는 걸까?강아지보다 독립심이 강하다지만, 내가 아는 복어는 늘 우리의 그림자를 쫓아다녔다.


  이런 고민조차도 어쩌면 복어가 진짜 우리 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는 있겠다. 사람들에게선 쉽게 얻을 수 없었던 애착과 애정을 나는 우리 고양이와 나누고 형성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좋은 엄마를 해보고싶고, 단지 놀러가기 위해 딸래미의 외로움은 외면하는 그런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죄책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까칠해도 우리를 무척 신뢰하고 있다는 걸 느낄만큼 우리 부부와 복어는 이미  연결되어 있었다. 인터넷서핑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싶어도 복어의 서럽다는 울음에는 못 이기는 척 장난감을 잡게 되니까. 나의 개인적인 욕구가 앞설 때면 미안하고 죄스럽기까지 한,  자식을 돌보는 엄마마음. 수많은 부모상담을 하면서도 그닥 체감되지 않았던 절절한 부모의 심정을 반 년 간의 복어와의 생활을 통해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신혼 초, 생각보다 둘의 조합이 좀 삭막하고 무뚝뚝하다고 느꼈던 우리 부부에게 웃음과 대화를 만들어 준 복어를 정말 귀하게 느꼈었는데. 좋은 엄마를 겪어보지 못한 내게 복어는,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마저 가르쳐주고 있는가보다. 누가 누구를 돌보고 진짜 사랑을 하고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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