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지하철의 놀라운 친절한 서비스(?)
'얀등'이란 이름의 몽골인이 한국에 왔다. 광활한 면적에 비해 인구는 너무나도 작은 몽골에서 지평선이 보이는 드넓은 초원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그는 한국의 복잡하고 북적대는 인파와, 작은 공간마저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한 빌딩 숲을 바라보며 끝없는 감탄을 연발했다.
얀등은 처음으로 지하철이라는 것을 타보았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시내로 가는 지하철을 큰맘먹고 어렵사리 찾아가며 간신히 승차하였다.
그런데 얼마되지 않아 얀등은 화들짝 놀랐다. 그가 놀란 이유는 지하철에서 갑자기 "얀등, 내려!"라는 말을 연거푸 들었기 때문이다. 얀등은 당황했지만 쏜살같이 내렸다. 그는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한국의 지하철에서는 각 사람마다 내려야 할 곳을 알려준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국의 뛰어난 기술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고 개인 개인별로 내려야 할 정보를 알려주는 지하철에 친절함마저 느꼈다.
그런데 얀등이 영등포에 내린 것은 한국어와 몽골어의 발음상 차이 때문이었다.
몽골어로 "내리다"라는 말은 "보-흐"라는 단어이다. "보!"라고 말하면 "내려!"라는 명령어가 된다. 엄밀히 말하면 몽골어에는 우리나라 "ㅂ"에 해당하는 발음이 없어서 보통 "ㅍ"으로 들리기 쉽상이다.
때문에 "이번 역은 영등포, 영등포역입니다"라는 말을 "xxxxx 얀등, 보! 얀등, 보!xxxxx"라고 들어서 결국 그는 후다닥 지하철에서 하차한 것이다.
그가 그 뒤에 목적지까지 갔는지는 모른다. 다만 후에 자신이 겪은 일을 뒤늦게 알게 되어 매우 황당해 하는 모습이 저절로 상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