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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차 Oct 31. 2020

시가살이 6개월 끝에 나온 사연1.   

왜 며느리들은 항상 죄인인 거죠.

어느 날 출근길이었다. 며칠 전부터 심기가 불편하던 시어머니가 "너는 애가 어쩜 그러니"라고 말문을 열었다. 예상하지 못한 폭격에 말문이 막혔다.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을 눈치를 챈 딸아이가 칭칭 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들이 한 달만에 서울에 오는데 친정집에 가겠다는 내 결정이 불만인 것이었다. 하지만 마음의 화(火)는 기름을 부은 듯 번졌다. "애기 아빠가 오는데 왜 친정에 가는 것이냐"가 골자였는데 곧 "여자가 왜 그러"로 번졌다.

이제부터 내가 쓰는 글은 남편 없이 6개월간 시가에서 시가살이를 한 내용이다. 같은 상황이지만, 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시가에 사는 사람들에 관한 내 감정이다. 모든 시가가 이러지 않길 바라면서 풀어놓는 일종의 '팩트' 일기인 것이다.


아기는 피부가 좋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아토피였지만, 계란을 먹으면 얼굴에 빨간 꽃이 폈다. 그걸 몰랐던 난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 계란이며 버터 들어간 빵 들 맛있게 흡입했다.


"못생겨도 좋으니까 피부만은 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내 바람이었다. 아토피라 간지러워 피부를 긁기 시작하면, 피가 나오도록 긁는다는 글을 많이 봐서 늘 두려웠던 터다. 하지만 그 말에 시어머니는 한마디 했다.

"네가 그런 생각을 해서 애 피부가 그런 게 아니니?"


아니, 엄마가 뱃속에 있는 아기한테 바라는 점을 기도하면 안 되는 건가? 순간 화가 났다. "다들 그 정도 생각은 하죠.."라고 반박했다. 아기 피부가 예민할 때마다 난 더 예민해졌고 괜스레 화도 나고 미안해지기도 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근데 시어머니라는 사람이 그렇게 말을 하니 서운하기도 했고 왜 저러나 싶기도 했다.


알고 보니 아기의 피부는 남편을 닮은 것이고, 남편의 피부 역시 시어머니를 닮은 것이다. 아토피가 유전인 거다. 아니, 자기 피부를 닮은 손주를 보고 미안하기는커녕 아기 엄마가 생각해서라고?..시모란 그런 것인가 보다. 자신의 잘못을 바로보기에 앞서 며느리 탓을 하는구나. 그것도 내 죄구나, 싶었다. 한숨이 나왔다.


시어머니는 지독한 시집살이를 하고 살았다. 그래서 늘 "난 시집살이를 안 시키고 싶다"라고. 그래서 그런 줄 알았다. 최소한의 노력을 해주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쁜 습관은 배워서 그대로 한다는 옛말이 틀린 게 아니란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시어머니는 자신이 느끼고 당했던(?) 고통과 수난을 다른 방법으로 열심히 수행 중이었던 거다. 아기 피부를 탓으로 면박을 준 것은 그저 시작일 뿐이었다. 아마 당신은 기억도 못하고 있을 거다. 내가, 혹시 이 글을 읽는다고 해도 "내가 언제"라고 발뺌을 뺄 수도 있고, "난 잘 모르겠다"라고 기억이 안나는 척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시모인 것이다. 자신이 며느리에게 받은 아쉬운 감정은 두고두고 기억하고 말하면서도, 자신 문에 나란 귀한 사람이 상처를 받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시'금치도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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