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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러기 Sep 30. 2022

아마존 먹거리

아마존에서 뭘 먹고 살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먼 타국,  발전이 더딘 지역에서 잘 먹지 못하고 지내는 건 아닌지 걱정스레 하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대답은 “소고기 먹어요. 삼시세끼 신선한 소고기 요리만 먹습니다.” 였다.    


아마존은 소고기가 참 싸다. 처음에 동네 정육점에서 도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소고기(정육점 대부분이 냉장고가 없으므로 도축하고 하루 이상이 지나면 모두 더운 이곳의 날씨로 상해서 팔 수도 없다)를 1kg에 2000원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환호성을 질렀다. 세상에 매일매일 소고기를 먹는 럭셔리한 삶을 살 수 있다니!   


대신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훨씬 더 비싸다. 비싼 것도 비싼 것이지만 사실 사기도 쉽지 않다. 아마존에선 돼지를 키우는 곳이 잘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사방에 가득한 풀을 먹으면 되는 소보다 먹을 것을 따로 챙겨줘야 하는 돼지를 키우기 더 까다롭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가장 가까운 도시도 차로 8시간, 수도와는 20시간 이상  걸리는 이 곳에서 다른 지역에서 나는 음식재료를 가져오기란, 특히는 냉장이 필요한 고기 같은 경우에는 더, 어렵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정말 비싸고 귀했다.     


소고기만 먹고 살아도 행복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토종 한국인인 나는 돼지고기의 맛을 잊을 수 없었다. 돼지고기가 먹고 싶으면, 동네에서 유일한 돼지고기요리 전문점  ‘치차론(잘게 잘라 튀긴 요리) 데 찬초(돼지고기)’ 식당을 찾았다. 한국처럼 돼지 생고기를 구워 먹고 싶지만, 덥고 유통도 어려운 이곳에선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돼지고기를 튀겨 요리한 것을 먹는 수 밖에...     


‘치차론 데 찬초’ 집은 소고기 요리를 먹을 때보다 5배는 비싼 값을 치워야 하는 고급식당이었지만, 사실, 야외에 오래된 플라스틱 테이블 몇 개가 다인 식당이었다. 고기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일요일만 문을 열었는데, 그마저도 고기를 구하지 못하면 아무 안내 없이 문을 열지 않아 찾아갔다가 허탕을 치기도 여러번이었다. 그래도 정말 그집에서 가끔 먹는 돼지고기 맛은 최고였다. 한 입 씹으면 돼지고기와 튀긴 기름의 맛이 가득한, 정말 기름 좔좔한 그 고기맛이었다. (특히나 아마존의 소는 넓은 자연환경을 열심히 뛰어놀아서 고기에 지방이 하나도 없는 근육만 가득한 고기였다.)     


덧붙여 식당의 배경음악 선곡도 좋았다. 특히나 좋아했던 곡은 “치차론 데 꼬라손(심장)”이라는 곡이었다. 음악은 정말로 신났지만, 당신이 떠나간 뒤 나의 심장이 잘게잘게 잘라져 튀겨져 버린 것 같다는 매우 슬픈 가사의 곡이다.     


덧붙임) 아마존의 몇가지 음식들     

아마존에서 뭘 먹고 사냐는 질문에는 또한 아마존에서만 먹는 특이한 것은 없는지에 대한 궁금중이 포함되기도 한다.      

피라냐 튀김 같은 경우는 생선에 뾰족한 이빨 말고는 보통의 민물고기 맛과 비슷하다.

악어고기는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닭요리인가 싶을 정도로 내 입맛에는 닭고기 맛과 비슷했다.     

이름은 잊었지만 갑옷을 입은 것 같은 딱딱한 껍질을 가진 육지동물이 있었는데, 그것을 사냥해서 한 요리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그 모습이 처음엔 기절할 정도로 충격이었지만, 딱딱한 외피 사이의 꼬리살을 마치 게다리 먹듯 쪽쪽 빨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란 적도 있다.     

워낙 소가 흔하고 신선한 소고기만 있는 덕에 소의 각종 부위를 자주 먹는다. 특히나 소심장 꼬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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