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를 보고
영화를 참 좋아했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범죄도시3'는 최고의 액션 영화이거나 두고두고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다만 극장에서 보는 것이 더 좋은 영화이고, 새로운 액션을 보여준 영화이며, 시리즈의 가치를 보여준 영화다.
'범죄도시3'의 천만을 비하하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공교롭게도 VOD로 출시된 이후에 '범죄도시3'의 흥행을 평가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는 것은 개인적인 느낌이다. 잘 참았다가 VOD로 출시된 이후에 비하하는 글을 쓰는 인내심 많은 분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범죄도시3' 천만을 깎아내리는 주요한 논리는 단순하고 예측하기 뻔하다는 것이다. 마동석이 연기하는 마석도도 단순하고, 빌런도 단순하고, 함께하는 조연들도 단순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범죄도시'와 '범죄도시2'와 서사 구조도 비슷하기 때문에 단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범죄도시3'는 단순해서 위대하다. 기획과 제작과 출연을 맡은 마동석과 '범죄도시'의 제작사들은 영화를 단순하고 쉽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들이 영화에 복잡하고 감정적인 요소를 넣지 못해서 넣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단순한 속도감과 액션을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 다 빼버린 것이다. 어떤 위대한 감독에게 물어봐도 장면을 넣는 것보다 빼는 것이 더 어렵다고 답할 것이다.
몰입감이 있고 속도감이 있는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해야 한다. '더 테러 라이브'나 '터널'처럼 주인공 이외에 요소를 배제하거나 '127시간'처럼 급박한 상황이 영화에 전부인 것처럼 연출하는 방식이 있다. '범죄도시3'는 전자의 방식을 취했으며 액션 하는 마석도 이외의 측면을 배제한 아주 영리한 영화다.
백 여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마동석과 수십여 편의 영화를 제작한 장원석 대표는 한국 영화계에 정통한 사람들이다. 결국 그들이 단순하고 뻔하게 이 영화의 방향을 정한 것은 시리즈에 대한 깊은 고민 때문이다. 그들이 찾은 답은 불필요한 요소가 잔뜩 들어있고,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영화들과 다른 길을 가기 위해 절제했다. 그리고 나는 절제하지 못해 흥행도 평가도 말아먹은 수없이 많은 영화들을 봐왔다. '범죄도시3'는 시리즈에서 호평받지는 못해도 꼭 필요한 작품이었다.
'범죄도시3'는 절제도 했지만 모험을 했다. 무자비하게 날뛰는 악역을 제압하는 방식이 아닌 마약 범죄를 차분하게 해결하는 마석도에게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범죄도시3'는 마석도의 분량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액션도 유머도 전부 마석도가 다 한다. 그렇기에 진짜 평론가와 방구석 평론가들 모두 마석도만 나와서 단순하다는 면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영화적으로 서사가 어떻고 전개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도 다 무의미하다. 이 영화는 좋은 평가보다 더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선택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뿐만 아니라 마케팅 역시도 단순했다. '범죄도시'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다. 범죄 액션 영화만을 강조하면서 그 안에 복잡하고 멋지고 딥한 메시지가 있다고 광고하지 않았다. 정직하게 나쁜놈들을 때려잡는 액션이라는 것만을 보여줬다. 로맨스릴러, 하이브리드 스릴러 등 복합장르가 유행하고 높게 평가 받았던 과거 한국 영화의 흐름이 바뀌었다. 꾸안꾸 패션의 유행에서 Y2K패션의 유행으로 가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선명하게 눈에 보이는 노선이 '범죄도시3'의 흥행에 한 축을 담당했다.
마동석을 비롯해 제작사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과감한 선택은 영리했다. 천만관객을 만들어냈고 3천만 시리즈의 탄생을 완성했다. 그 어렵다는 한국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국은 인터넷이 일찌감치 발달해 그 어떤 나라들보다 전 세계의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한다. 함량 미달의 콘텐츠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한국만 유독 흥행하는 작품이 있지만 함량 미달의 작품이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근 CGV에 따르면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40~50대 유료 관객의 비중이 늘고 있으며, '범죄도시3'는 여자 관람객이 55%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범죄도시3'는 더 많은 관객 몇몇의 평가보다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서 '범죄도시'가 한국 영화사에 족적을 남긴 것은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