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야'를 보고
장르가 마동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동석은 대한민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액션스타다. 익숙한 캐릭터로 모든 영화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그는 '황야'를 통해 새로운 액션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아포칼립스와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엮어낸 '황야'는 특히나 잔인한 액션이 백미인 영화다.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사냥꾼 남산(마동석 분)은 지완(이준영 분)과 함께 폐허가 된 세상에서 사냥을 통해 물물 교환을 하며 살아간다. 남산과 지완은 버스동에 사는 소녀 수나(노정의 분)와 그의 할머니를 도와준다. 하지만 수나와 할머니가 선생님(장영남 분)의 설득에 못 이겨 양기수(이희준 분) 박사가 기이한 음모를 꾸미는 아파트로 가게 된다. 남산과 지완은 양기수 박사에게 끌려간 수나를 구하기 위해 특수부대 출신 은호(안지혜 분)와 함께 아파트로 향한다.
'황야'의 관전포인트는 마동석의 19금 액션이다. '범죄도시', '악인전' 등에서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액션을 보여준 마동석은 아포칼립스와 판타지가 어우러진 세계에서 훨훨 날아다닌다. 전통적인 장기인 주먹은 물론 다양한 길이의 칼과 샷건과 소총과 권총을 활용해 자유자재로 액션을 펼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통쾌하다. 액션의 다양성 면에서 그동안 보여줬던 것들을 뛰어넘는다. 상상치 못했던 수많은 액션 장면들을 소화해 내는 남산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남산이 이긴다는 것을 알고 봐도 어떻게 악당들을 쓸어버릴지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황야'의 가장 큰 재미다.
마동석과 허명행 감독 콤비는 오랜 기간 합을 맞춰 온 만큼 액션에서 완벽한 개연성을 보여준다. 남산뿐만 아니라 지완과 은호가 펼치는 액션에도 기승전결이 있고, 동작이나 상황에서 뭉개고 넘어가거나 어처구니없이 펼쳐지는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과 동작과 감정까지 이어지는 액션신은 왜 마동석이 글로벌 액션스타로 발돋움하게 됐는지를 납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적어도 액션 면에서 '황야'는 독보적이다.
'황야'는 대지진 이후 아포칼리스의 처절한 삶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다. 기본적인 정서가 음울하고 분위기가 어둡지만 남산과 지완은 멸망 이후라는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이것이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다. 남산은 시원시원한 액션과 함께 유머를 잃지 않으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조연들과의 케미는 물론 누구와 붙어도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마동석을 비롯해 '황야'에 출연한 배우들 모두 쉽지 않은 연기를 가볍게 소화해 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어느 하나 연기 구멍은 없다. 선역은 물론 악역을 맡은 장영남, 이희준 배우들도 연기로 각본을 돌파해 낸다. 화려한 개인기와 세트피스 능력이 돋보인다. 다만 '황야'의 이야기가 품고 있는 신파적인 요소가 너무나도 익숙하기 때문에 뻔해 보이는 면은 피할 수 없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낡은 옷을 입고 만개한 미모를 자랑하는 노정의의 얼굴도 '황야'의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다.
'황야'에서 개연성이나 어설픈 배경 등은 세계관 자체의 구멍처럼 보인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많은 의문점이 생기게 된다. '황야'는 관객의 의문점을 해소해 주는 것에 관심이 있는 영화가 아니다. 인물들 간의 감정선 역시도 단순하다. 19금 액션이 압도적이기에 인물이나 감정들이 가벼워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작품이 의도한 바처럼 보이며, 2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액션 영화로서 '황야'는 값어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