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해영 Hae OH Mar 19. 2022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하지 않은 이유

2022년 3월 18일의 기록


올해 초부터 계획해왔던 정부지원 사업계획서 제출을 몇 시간을 남기고 중단했다.


그 사업을 위해 이미 쏟아놓았던 시간과 행정력이 아쉽기도 하고, 팀원들의 노고에도 미안한 일이었지만, 분명 필요한 의사결정이었음을 돌아본다. 이 결정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었다. 훗날 우리의 의사결정을 돌아보기 위해 아 글을 쓴다.


첫번째, 스타트업으로서 우리에게 필요한 본질적인 영역에 더욱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을 회고하고 올해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미션을 정교하게 다듬는 시간을 가져오고 있다.

문제를 정의하고, 실제로 그 문제가 존재하는지,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느끼고 있는지 조사한다.

그 속에서도 진정한 Pain Point는 무엇인지 낱낱이 쪼개보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솔루션의 모양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상 지금 우리는 이 단계에 있다. 그런데 정부지원사업으로 지원금을 받게 되면 (물론 이것도 합격해야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현재의 설익은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화를 준비해야 한다. 아직 고객도, 시장도 검증하기 전이다.


스타트업으로서 현재 우리가 진정 해야 하는 일은 자본을 투입해서 그럴듯한 솔루션, MVP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고객을 검증하고, 솔루션을 검증하고, 시장을 이해하고, 이렇게 도출된 결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며, 자본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우리가 싸우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일견 느리게 보일 수 있으나, 결론적으로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두번째,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단계가 있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있다고 한다.

‘높은 전문성, 업계와 현장에 대한 지식,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이해’이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런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위의 세 가지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창업자 자신의 겪고 있는 문제’에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전과 미션, 스토리가 있다면 문제에 대한 깊은 공감과 책임감, 끈기를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다른 전문가를 초대할 수 있다.” (다도코로 마사유키, 창업의 과학)


우리는 진정 이 문제(청년들의 취업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문제를 ‘슉슉’하고 해결해나가고 싶지만, 방향성과 문제의식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이 문제에 대해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목표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누구보다 빠르게 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한 달 전 부터 우리는 두 개의 조직으로 나누는 전략을 수행 중이다.  


한 팀은 현재 수익사업이 되는 비즈니스 영역을 전담하고, 한 팀은 당장 수익이 날 수 없지만 장기적인 비전을 성취하는 영역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이원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실행해보니, 두 영역 모두 각 팀이 가진 역량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이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더 빠르게 한계에 부딪혀나가며 각자가 스스로의 영역을 넉넉히 커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필수 불가결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거리 경주로 보았을 때 이것은 너무도 답답한 일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며 사실 겪어야만 하는 성장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겪어야만 하는 과정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것이 진실에 더 가까워지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가 치열했던 한 주를 뒤로하고 우리의 수고를 뒤엎는 결정을 한 이유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유익이 되는 결정이라고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