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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해영 Hae OH May 20. 2022

오월, 어느날의 기록

이 순간의 생각과 감정들을 기억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한다.


2022. 05. 15.

 

지난 몇 일간의 씨름들을 정리해본다.

몇 주 동안 씨름하던 제안서 작업이 많이 힘겨웠다.

감은 오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그 가운데 아내와의 휴가일정이 다가왔다.

이 일정 속 내게 휴가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함께하지 못한 시간도 있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이런 시간이 올지 모르기에 꼭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키지 못할 것 같은 약속을 나는 해버렸고, 강릉으로 떠나기로 한 날 당일 밤 10시까지 야근을 했다.

3시간여를 운전해 도착한 강릉, 아내는 잠이 들고, 나는 새벽 작업을 시작했다.


텅빈 슬라이드를 보면서 얼마나 스스로가 답답했는지 모른다.

나 자신에 대한 한계, 실망감. 과연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아침이 되어서 함께 일하는 분들과 통화를 하고, 간신히 마음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하루 간의 쉼을 하기로 했다.

강릉에서 정말 오랜만에, 아내와의 데이트를 즐겼다.


처음에는 아직 처리되지 않은 일들로 인해 불편한 마음들이 있었지만, 차차 불안감의 안개가 걷어졌고,

오히려 이 시간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 시간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는 마음들, 그리고 정리해본 생각들이 몇가지가 있었다.


나는 처음에 이 시간을 아내를 ‘위해’ 가지려고 했다.

그러나 주님이 예비하신 것은 ‘함께’ 이 시간을 누리는 것이었다.


모든 순간들이 좋았다. 철저하게 루트를 짜고 여행을 가던 어떤 순간보다도,

아내의 준비와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착착 진행되는 그 시간은 여유와 쉼, 안정감, 행복이었다.


어쩌면 이 시간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위해 일하는 것보다 당신과 함께 이 시간을 누리는 것을 원하고 계시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해주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적으로도 몇가지 인사이트가 있었다.


1. 반드시 적절한 쉼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2.때로는 최선을 선택할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것. 최선 이후의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가장 적절한 대안을 선택하고,누군가에게 미안함을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겠다는 것을 정리했다.


3. 일을 할 때는 집중해서 해야 한다는 것.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쳐내는 일이 습관 처럼 들어버리면 깊이 몰입해서 들어가야 하는 일들을 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반드시 몰입할 수 있는 그런 집중력, 환경을 만들어야 할것.


4. 제안서나 장표를 만들 때, 처음부터 빌드업을 해나갈 것, 도표에 그려보고, 자신감을 가지고 내가 아이디어를 주도해야 좋은 장표를 만들 수 있다는 것.


5. 내가 가지고 있는 감각으로, 동물적인 감각으로 치고 빠질 때를 판단하고 실행할 것


6. 실행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 써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 아이디어가 고민된 흔적들이 남아야 누군가와 함께 협업을 할 수 있다. 멋진 완성품을 처음부터 내려고 하는 그 습관을 반드시 버릴 것.


7. 하나님께서 내 뒤에 계시다는 것을 늘 항상 반드시 기억할 것. 주님께서 하시기에 내가 할 수 있다. 주님께서 지혜를 주시면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이유가 되시는 분이시다. 그분을 의지하고, 그분을 먼저 세우고, 말씀과 기도 속에서 나아가는 것이 너무너무 중요하다.


8. 다른 것이지만, 어떤면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 아내에게 선호 표시를 분명히 하고, 충분히 사랑할 것. 그 자체가 목적이자, 가장 큰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모든 시간 속, 바쁜 시간 속에서도 여유와 사랑을 즐길 수 있도록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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