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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첨예하니 Nov 05. 2024

변신은 무죄

외모에 집착하는 것도 그렇지만 추해 보이지는 말아야지

난 어릴 때부터 줄곧 짧은 커트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모발이 숱이 적고 얇은 데다가 곱실거리는 탓에 다른 스타일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아주 짧은 커트머리는 세련미를 약간만큼 보태준다. 그래서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제 나이가 드니, 혹시 짧은 머리칼 사이로 흰 두피가 많이 보이는 것은 아닐까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딱히 탈모의 기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참 갱년기를 겪고 있는 시점에 예민함이 폭발한다.

외모는 나이 듦을 보인다. 얼마 전까진 볼 수 없었던 얼굴의 작은 점 하나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고, 이마에 없던 줄이 그어진 것 같아 서글프다. 나도 모르게 홈쇼핑의 주름관리 화장품을 넋을 잃고 보고 있다. 마음이 흔들린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그렇지 않은데, 갑자기 외모에 집착하는 중년여성으로 보일까 혼자 머쓱하다.


‘눈 밑 주름 너무 심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피부과를 권하던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약간만 만져주면 좋아질 텐데...'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던 친구가 고맙기는커녕 얄밉다. 그러고는 성형 비포 앤 에프터를 찾아보는 마음이 갈대다. 




외모는 초라해져도 외모에 집착하는 주책없는 중년여자는 되지 말아야 하는데, 하던 대로 하면 추해진다. 그렇다고 몸매를 예쁘게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피부관리를 위해 값비싼 화장품과 뷰티제품을 챙겨 사용하며, 어색해 보이는 요즘 유행 패션 아이템을 착용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일상이 너무 바쁘다. 다만 그렇게 일상을 열심히 살다가 문득 본 거울 속의 내가 너무 생기 없어 보이면 침울해지는 것뿐이다. 더불어 요즘 나를 빼고는 워낙 스타일 좋은 중년 여성들이 많아서 옷차림만 보면 나이가 가늠이 안될 정도다. SNS에 가득한 그녀들의 사진을 보며, '저 스타일 좋은 여자들도 사실 집에서는 많은 고민에 휩싸여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나만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라고 되뇌며 날 다독인다.




온 세상이 내게 외친다. '스타일리시한 아줌마'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기대에 부응해 보기로 한다. 그렇다고 안 입던 스타일의 옷을 갑자기 입을 수는 없으니까. 힙해 보이는 액세서리 한 개 정도는 활용해 본다. 매번 귀찮아서 패스하던 얼굴 팩도 매일은 아니어도 일주일에 2~3번은 해보려고 한다. 저녁 야식은 끊어보기로 한다. 영양제도 의사를 만난 후 세심하게 챙겨본다(이건 사실 좀 오버한  것 같기도 하다). 노력을 해보기로 한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지 않던가. 변신까진 아니어도 추해지진 말아야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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