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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첨예하니 Nov 19. 2024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런 사람이 쓰는 글을 기대해 보자.

나는 어떤 사람일까? 에 대해 처음에는 가볍게 대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사실 난 비교적 자기소개를 자주 하는 사람이다. 매년 한두 번은 하게 되는 강연에서, 새 학기 강의를 시작하는 자리에서 그리고 하다못해 제안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자기소개를 하게 된다. 별생각 없이 소속과 직책, 이름을 밝히기도 하고, 이번 학기에 학생들이 얻었으면 하는 메시지에 초점해 아주 다분히 의도가 있는 자기소개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뜬금없이 내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은 좀 난감했다. 그래서 형용사로 대답해 보기로 했다. 




1. 완벽한 

나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노트에 선을 하나 그어도 시작 점을 정하고 그로부터 떨어진 길이를 정확히 자를 이용해서 긋는 편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더딘 사람이었겠는가? 효율이 정말 떨어졌다. 항상 엄마한테 느리다고 혼나는 아이였다. 정확히 말하면 ‘느려터지다’였다. 오죽했으면 밤늦게까지 숙제를 하느라고 울상인 나를 도와주겠다고 두 살 어린 동생이 연필을 쥐고 달려들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세월이 참 무섭다. 쉰을 바라보는 지금 난 효율을 최우선으로 한다. 적당히 타협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여전히 내적 갈등에 힘이 들기도 하지만 ‘이만하면 오케이’를 외치며 뱉어 버린다. 그리고 빠르게 다음 일거리로 이동한다. 좋아진 건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해내는 삶을 살고는 있다. 


2. 급하지만 차분하기를 바라는

완벽을 추구하는 내적 바람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난 성미가 아주 급한 사람이다. 어떤 일이든 즉각적인 결과를 얻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시도하는 모든 일에 열성적이다. 이런 나의 성향은 사람을 키우는 일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아이들은 얼마나 더딘가 말이다. 진로를 정하던 때에 부모님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것을 권하셨지만 아주 단호히 거절했다. 말귀도 못 알아듣고 제멋대로인 아이들을 잘 참아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난 초중 아이들의 과학교육에 관심이 아주 많다. 내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렇게 됐다. 더디지만 성장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어쩌겠는가. 지금은 잘 기다려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3. 정체되지 않은 유연한

욕심 많고 하고 싶은 것 많은 사람치고 고집이 없는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난 그렇게 고집이 센 편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경험을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보고 느낀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체되어 그 자리에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나 과학 영역은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쏟아지기 때문에 더더욱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오랫동안 그런 과학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정체되지 않고 유연하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훈련해 왔고 이젠 그런 모습이 내가 되었다. 




얼떨결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내 글을 쓰고 있는 요즘이 행복하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흘러가면 안 되지 싶어서 일종의 출사표로 나를 소개한다. 이런 과거와 현재를 살고 있는 나라는 사람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쓸지 기대해 달라고... 애교 섞인 출사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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