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두나무
오늘은 기업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60대 기업분석이라는 코너의 대미를 장식하는 날이라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찾아보니 이 코너를 시작한 게 2018년 9월이다. 이때는 단순히 기업에 대한 관심으로 30대 기업에 대해 나름대로 진단하고 분석해 보는 글을 써보려고 했다. 이걸 한다고 해서 10원 한 장 받는 건 없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게 나름 재미가 있어서 30대 기업을 다 분석했고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 60대 기업으로 확장해서 분석했다. 글을 쓰면서 나도 글이 늘었고 분석능력도 성장했다. 독자분들이 초창기글과 지금 글을 비교해 보시면 아실 것이다. 그렇게 장장 6년의 시간이 흘렀다. 전업작가로서 수익 0인 이 기획코너를 이렇게 오래 진행한 것은 그냥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기업 경영진단과 분석은 내가 오너가 된듯한 기분을 느끼게 주었다.
내가 오너나 참모였다면 기업을 어떻게 운영할까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현직에 있는 분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담으려고 했다. 물론 내가 MBA나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도 아닌데 무슨 권위와 지식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기업을 오랫동안 보고 공부했었고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 오랫동안 평론 글을 써왔던 경험들을 통해 통상적인 기업분석이 아니라 쉽고 실질적인 정보가 되는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속해 왔던 것이다.
증권가의 기업분석은 결론이 정해져 있다. 주식을 사라는 것이다. 고객이 주식시장을 떠나면 안 되기 때문에 이들의 분석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분석은 너무나 현재 시점이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내용은 담기기 힘들다. 그것이 당연하다. 대체로 이런 분석들은 재무분석을 토대로 하는데 재무분석이 모든 답을 말해줄 것 같지만 경영의 상당 부분은 재무지표에 나타나지 않는 요소로 결정된다. 쿠팡만 해도 천문학적 적자를 계속 내자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비관적으로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알다시피 쿠팡은 치킨게임의 최종승자가 되어가고 있다.
나는 이런 분석보다는 그동안 다른 기업사례, 재벌가의 관습, 해당 기업의 전통, 실제 대기업 조직의 작동 메커니즘을 통해서 좀 다른 분석과 진단을 내리고 싶었다. 많은 기업을 분석하니 자연스럽게 성공 조합을 알게 되고 추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6년간의 시간 동안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이제 인정해야 할 시점에 왔다. 마치 긴 장편 소설을 탈고하듯이 긴 작품을 하나를 끝낸 느낌이다. 작가로서 수익을 내는 능력은 없지만 아무튼 시작한 일은 끝내고 마는 끈기는 인정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 기업분석이 많은 독자들에게 쉽게 기업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60대 기업 경영진단을 아껴준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소개
오늘 소개할 기업은 두나무이다.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업비트’라는 암호화화폐 거래소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로 대성공을 거뒀고 포브스에서 발표하는 암호화화폐 거래소 순위에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같이 규제가 심하고 보수적인 국가에서 이런 신종 사업이 세계 4위까지 올라갔다는 것이 놀랍고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아무튼 2012년 벤처기업으로 시작했던 두나무는 2014년 증권플러스라는 증권정보 앱을 개발해 성공을 거뒀고 카카오 등 여러 기업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다 2017년 암호화화폐가 한창 열풍일 때 업비트 거래소를 설립하면서 초창기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이쪽 분야가 워낙 신생업종인터라 혼란이 많았는데 아무튼 가장 앞서 나가며 자리를 잡았다. 2021년에는 매출 3.68조에 영업이익 3.27조 원이라는 미친 성적을 내며 전성기를 맞았다.
진단
두나무의 본사 홈페이지에 표시하고 있는 사업구조는 단순하다. 블록체인, 증권, 메타버스이다. 아무래도 IT기업이다 보니 그쪽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그룹의 중심이 업비트인 만큼 대부분의 이익이 이쪽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영업이익이 6.7천억으로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3.27조->8.1천억->6.7천억). 경쟁 거래소인 빗썸과 코빗이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극심한 격차가 나고 있는데 1위에 모든 이익이 몰리는 온라인 기업 특유의 현상으로 이는 더 심화될 수 있다.
업비트의 경우 이미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고 시장 초기의 혼란도 어느 정도 진정되어 가는 상황이고 자체적인 수익모델도 나름 개발되어 있다. 물론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극심한 변동도 가능한데 최근 미국을 비롯해서 암호화화폐를 금융투자 대상으로 정식 인정하는 추세여서 이런 변동성은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자금유입으로 이익 상승의 기회는 커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회사를 보면 비슷하게 거래중개로 성공한 키움증권이 생각난다. 키움증권의 모기업인 다우기술은 키움증권의 대성공으로 대기업 반열에 올랐고 지금도 증권업을 중심으로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 시장의 초기 주도권을 잡아 성공했다는 점에서 두 기업은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어찌 보면 두 기업의 한계도 뚜렷하다. 키움증권이 2000년도에 설립되었는데 규모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다우키움의 그룹형태는 20년째 아직도 키움증권 원톱이다. 30대 기업을 분석해 보면 보통 4개 사업분야에 최소 2개 분야 투톱이 있어야 꾸준한 이익을 내고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두나무에 그런 야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우키움의 사례를 볼 때 비슷한 행보가 예상된다. 카카오나 네이버도 같은 IT기업이지만 다양한 업종으로 확장해서 30대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다우키움은 그렇지 못했다. 이유는 뭘까? 카카오나 네이버는 포털의 성공으로 포털 밑에서 쇼핑이나 웹툰으로 확장했고 네이버의 경우 파이낸셜 등이 추가로 붙었다. 카카오는 줄곧 네이버에 밀리다가 카카오라는 메신저 회사에 사실상 인수되면서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했는데 시대적 상황과 맞아떨어지면서 성공을 거두었다. 80년대 10대 그룹 못지않게 계열사가 많은데 네이버와 달리 계열사의 적극적인 기업공개(IPO)로 상당한 자본을 빨아들이기도 했다. 네이버와 차이라면 엔터테인먼트와 금융 쪽이 좀 더 강세라는 점이다.
두나무는 포털이 아닌 거래소로 성공했기 때문에 확장에 한계가 있다. 다른 사업과 연계성이 거의 없고 도움을 줄 여지도 별로 없다. 아마 다우키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나마 두나무의 장점은 아직은 기업규모가 작아 규제에서 비교적 멀고 풍부한 자본력이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이익규모를 볼 때 안전하게 생각하면 1, 2조 규모의 인수합병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업력이 짧기 때문에 비록 지금 이익을 내고 있어도 이것을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다. 만약 10년 이상 이런 수익을 내준다면 더 큰 규모의 인수합병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대안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암호화화폐는 초창기 화폐로 사용하겠다는 개념에서는 벗어난 지 오래이다. 지금은 금처럼 금융자산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는 어떨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어떻게 진화하더라도 안정성이 높여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안정성이라는 것은 결국 가치 변동의 폭이 작아진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어차피 한계 수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치가 보존되거나 약간 상향될 것이다. 이더리움의 경우는 채굴이 없어지는 대신 지분증명 방식으로 이더리움 코인의 검증에 참여한 사람이 코인 보상을 받는다. 검증자로 선택될 가능성은 이더리움 코인을 많이 갖고 있을수록 높아진다. 이더리움은 발행액에 제한이 없어서 수량은 늘겠지만 한편으로 검증자로 선택되기 위해 코인을 모으는 사람이 있을 것이므로 무조건 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더리움은 중앙 조직이 존재하고 알고리즘 수정이 가능하므로 가치가 지나치게 폭락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조정할 수 있도록 코드 수정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두 코인의 경우를 보면 결론은 하나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치는 예전만큼 변동이 큰 자산이 아니라 다소 예측가능한 일반자산과 유사해진다는 것. 그렇다면 가상자산의 투자매력이었던 무제한 수익 레버리지는 사라지고 거래시간이 자유롭다는 강점만 남는다. 예측이 주식보다 어렵다는 측면을 생각하면 매력이 반감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두나무 입장에서는 거래소의 수익이 점차 안정, 고정화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벌어놓은 돈으로 거래소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래소가 갑자기 망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2021년처럼 3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일을 앞으로 또 볼 수 있을까 싶다. 그렇다면 결국 가상자산의 용도를 확장해서 또 다른 거래소를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두나무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통해 비상장 주식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상장 전에 비상장 시장에서 미리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서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인다. 다만 비상장주식의 가치에 대해서는 위험성이 크므로 문제발생의 소지는 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여기에 추가로 엔젤투자 시장을 중개하는 플랫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VC(벤처캐피탈)이 엔젤투자를 주도하고 정부에서 눈먼 보조금이 나가는 게 일반적인데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활성화되어있지 않다. 증권플러스에서 비상장 거래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전문성이 더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엔젤투자와 비상장 시장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 비상장은 말 그대로 상장만 안 했지 상장 직전에 있는 회사 혹은 일부러 상장을 안 한 회사도 다 포함된다. 갓난쟁이부터 40대 장년까지 다 있다는 말이다.
이것보다는 미국의 빅테크 시장처럼 초기 자본 투자가 필요한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거래 중개나 펀딩매치를 해주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물론 이런 플랫폼이 현재도 나와 있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에서 하는 것보다 업비트에서 한다면 시장의 활성화를 보다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 사용자들의 참여도 유도할 수 있고 가상자산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추천하자면 현재 증권거래는 한국거래소가 독점하고 있는데 2025년 상반기 중 새로운 거래소가 설립된다. 아마도 주식거래 저변이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는데 업비트도 이 기회에 주식거래 시장에 진출해 보는 것도 괜찮다. 증권사를 인수해서 하면 되는데 최근 이베스트증권이 LS그룹으로 인수되었다. 이런 온라인 증권사를 인수하는 게 베스트인데 기회를 놓쳤다. 두나무에서는 당장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진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비슷한 업종인 거래중개에서 판을 크게 넓혀보는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실물 자산 시장으로 역진출하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금융전문 그룹으로서 성장에 중요한 초석이 돼 수 있고 거래시스템이나 인력, 노하우가 잘 준비되어 있어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기존 중소 증권사 중 한 곳을 인수해 온라인으로 운영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가면 상장, 비상장 주식과 가상자산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금융네트워크가 완성된다. 마치 음반회사를 차렸는데 언더그라운드와 메이저, 해외 팝 시장까지 공략하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가상자산으로 주식투자까지 할 수 있게 하면 더 좋을 것이다. 물론 금융시장의 엄격한 법들이 단계마다 막아서겠지만 그것만 극복하면 제조업의 수직계열화처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주식과 가상자산은 대체제 관계에 있다. 둘 다 빠른 정보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걸 생각하면 일반인이 동시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더라도 중심은 어느 한쪽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양쪽에 거래를 중개하면 부동산, 외환시장을 제외하고 주식과, 가상자산, 비상장까지 모두 섭렵하는 하나의 거대 벨트가 구축된다. 이것에 관련된 중요한 기사가 있는데 2022년에 나온 한국경제 기사이다(출처: 한국경제, 2022.08.22,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08229309B). 이 기사에서 대형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을 추진한다고 되어있다. 물론 2024년이 된 지금 이 기사는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가상자산을 투자대상으로 지정한 올해는 또 상황이 달라졌다.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로 진출하려는 것도 내가 두나무에게 증권시장에 진출하라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즉 내가 얘기가 괜한 뇌피셜이나 희망사항이 아니란 얘기이다.
아마도 증권업계는 가상자산 시장으로 상당수 투자자가 빠져나간 것에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증권을 비롯해 금융업계의 강고한 보수성과 감독기관 눈치보기, 강한 규제 때문에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을 뿐이다. 증권시장에서 넘어오는 마당에 가상자산 시장도 본진을 공격하지 않을 수 없다. 공격이 가장 좋은 방어이다. 증권업계에서 넘어온다고 해도 업비트의 장점을 당장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금융시장 특성상 인수가 아니라 아예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마인드 자체가 보수적이라 대대적인 진출을 하기보다 마치 카카오뱅크처럼 컨소시엄으로 진출할 수 도 있다.
업비트는 분위기가 좋을 때 확장을 하고 사업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업비트 회원이기만 하면 가상자산이든 엔젤투자든, 상장이든 비상장이든 어디든 투자할 수 있다는 개념을 고객에게 심어줘야 한다. 만약 이렇게만 된다면 가상자산과 증권시장을 바탕으로 다소 마이너 했던 비상장 시장과 엔젤투자 시장도 활성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전망
앞에서 말했듯이 가상자산 시장은 점차 실물자산 시장과 연동되면서 기존 금융업계가 투자하는 시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변동성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가치는 좀 더 우상향 할 것이다. 두나무는 아직 가상자산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잘 나갈 때 불황을 준비하라고 했다. 직접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업비트 입장에서는 만약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거래량이 줄어서 영업이익도 감소하고 보유 자산 가치 하락으로 당기순이익까지 감소해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다. 그것에 대비하는 방법은 자산시장 안에서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이제는 금융자산이나 실물자산으로의 역진출도 고려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