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종원 씨에 대한 비난과 비꼬기가 인터넷에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근거가 있든 없든 안 보고 지나갈 수도 없을 만큼 많이 퍼지고 있다. 나는 그동안의 루머나 구설수가 진짜인지 여부를 떠나 철저히 경영 측면에서 백종원과 더본코리아가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동안 60대 기업을 분석하면서 참 다양한 기업들을 소개했다. 업종도 다양했고 역사도 천차만별이었다. 창업부터 대박으로 시작한 기업도 있었고 망하기 직전에 기사회생한 기업도 있었다. 그래서 더본코리아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도 있을 것 같다.
일단 더본코리아의 규모부터 보자. 2024년 매출/시가총액은 4,642억/4,207억 원이다. 기업 규모로 보면 상장 기업 중에는 작은 규모이다. 같은 업종으로 봐도 SPC삼립은 3조 4천억 원/4,832억 원, 교촌에프엔비가 4,808억 원/2,893억 원으로 교촌과 그나마 비슷한 수치로 보인다. 비교할 기업이 왜 이렇게 없나 했더니 그동안 많은 외식업종 회사들이 상장을 했으나 상장폐지되어 사라진 경우가 많았다. 쪼끼쪼끼, 할리스에프앤피, 대산에프앤비(미스터피자), 맘스터치가 그랬다(출처:2025.02.18,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economy/11243507). 이유는 달랐지만 확실한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CJ 같은 종합 식품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는 드물었다.
이상하게 상장까지는 뻗어나가다가 상장 후 급격히 시들기 시작했다. 이런 전처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유독 외식업종이 심하다. 아마도 지금 더본코리아가 겪고 있는 것을 분석해 보면 약간의 해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시야를 전체 식품업종으로 넓혀보면 CJ, 하림, 동원, 오뚜기 같은 재벌급 기업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모두 특정 업종에서 시작하여서 확실한 시장장악력과 제조 비법으로 다양한 식품산업에 진출하였다. 그러나 이들도 외식산업에서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닌데 그나마 CJ가 투썸플레이스나 VIPS 같은 브랜드로 재미를 봤지만 나머지 브랜드들은 즉석식품이나 식재료등에서 강세였을 뿐 외식산업에서 크게 보여준 게 없다.
그러고 보니 외식산업에서 출발해서 대기업 급으로 성장한 회사가 있었던가 하면 잘 생각이 안 난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지도 오래되지 않았고 그전에는 소위 골목식당이 대세였다. SPC는 그런 점에서 프랜차이즈에서 크게 성장한 몇 안 되는 회사라 돋보인다.
일단 더본코리아의 상태를 좀 보자. 주가는 한때 6만 원까지도 갔었는데 지금은 2만 원대 후반에서 횡보 중이다. 2024년 영업이익이 360억인데 올해는 이슈가 워낙 많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창업자인 백종원은 요리 프로 붐이 일 때 제일 처음 요리전문가로 뜬 사람이다. 이때는 가히 셰프 열풍이라 할 정도로 셰프가 대중의 주목을 끌었고 대부분 셰프들이 해당 분야 요리 전문가로 등장한 반면 백종원은 프랜차이즈 사업가로 특정 장르 구분 없이 거의 모든 요리의 달인처럼 소개되었다. 대중들은 열광했고 음식 프로가 수십 개 쏟아져 나오던 시절 거의 방송을 휩쓸면서 인지도를 쌓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들은 전문 셰프로서 보여줄게 요리밖에 없었고 말주변이나 방송스킬도 떨어졌다. 하지만 백종원은 특유의 캐릭터와 달변으로 아예 사회자를 제치고 메인으로 방송 프로를 장악했다. 이때는 소위 전문가, 강사 프로가 대세일 땐데 오은영, 강형욱 등이 그와 함께 3대 전문가로 이름을 걸고 인기를 끌었다.
방송 전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들은 방송의 명성이 더해지면서 더욱 번창해 신규 브랜드까지 내는 족족 히트 쳤고 상장까지 하게 되었다.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성보다 군중심리가 강해서 유명한 사람이 한다고 하면 무조건 가서 먹거나 줄을 선다. 그의 성공은 이런 군중심리가 작용한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순전히 매스컴의 영향으로 성공했냐면 그것은 아니다. 그의 초창기 히트작인 새마을식당이나 한신포차등을 보면 정말 밑바닥 고깃집으로 시작해서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드문 케이스이다. 고깃집으로 시작해서 상장까지 한 경우가 있었나? 고기 맛집이 많지만 그중에 프랜차이즈로 성공하는 것은 드물고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더 드물다. 외식산업이 워낙 경기를 타는 업종인 데다 소위 노동집약에 시간집약 산업이라 성장에 한계가 있고 대기업급으로 크려면 무지막지한 출점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장 후에는 맛보다 사업논리가 작용하고 맛의 표준화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백종원씨가 만든 식당들의 특징을 보면 일단 가격이 싸다. 유명하고 맛있는 식당이라면 당연히 비쌀 텐데 그의 가게는 보통의 외식시세에 비해 1,2천 원 더 쌌다. 맛이 고급스럽다기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정확히 채워주는 게 강점이었다. 소위 ‘킥’이라는 게 있어서 만족감은 좋은 편이다. 외식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이런 더본코리아의 특징은 강점이 되었고 회사가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새마을 식당의 대표메뉴인 7분 김치찌개만 해도 전국에 수많은 김치찌개 맛집이 있고 흔해빠진 게 김치찌개이지만 유니크한 특성을 살려냈다. 저렴한 가격에 다지다시피 한 돼지고기와 국물이 거의 없는 짜글이 스타일이 특징인데 이런 김치찌개는 시중에 별로 없다. 또 다른 브랜드인 역전우동을 가면 그냥 우동은 4500원, 튀김우동은 6500 원이다. 재료차이는 좀 있지만 다른 프랜차이즈 우동집은 9천 원이 넘어간다. 물론 6천 원대 싼 우동집도 있긴 한데 거기와는 품질이 다르다.
여기에 성공비결이 있는데 가격은 싸지만 다른 싼 집들하고는 품질로 현격한 격차를 보인다. 예를 들어 9천 원짜리에 비해서는 재료가 좀 덜하지만 가격이 2천 원 이상 싸고 비슷한 가격대의 우동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문적인 맛이 보인다. 여기에 킥이 있다. 튀김우동을 먹어보았는데 우동이라는게 원래 싼 가격대이고 전문점도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우동의 위치는 옛날 가락국수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냥 국물에 후루룩 마시는 정도. 일본식 정통 우동은 번화가를 중심으로 종종 있지만 전문적이지 못했다.
보통 동네 우동집 튀김우동에 들어가는 튀김은 미리 튀겨 놓았다가 우동에 얹어서 준다. 눅눅하기 그지없고 식감은 삶은 건지 튀긴 건지 분간이 안될 정도이다. 심지어 식어있다. 국물은 시중에 파는 농심 생생우동보다 조금 진하거나 한국식 오뎅국물같은 국물이다. 싸게 배 채우는 정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먹다보면 반감만 든다. 일식 우동 전문점이 아닌 일반 우동집은 어떤 집에 가봐도 그랬다. 그런데 역전우동에서는 6500원이라는 가격에 튀김을 그 자리에서 튀겨서 준다. 튀김의 내용도 야채튀김으로서 합격점이다. 크진 않지만 들어갈 건 들어갔다.
물론 더 고급으로 가면 건새우도 들어가고 하겠지만 거기까지 기대하면 양심이 없는 것이다. 우동에서 중요한 것은 면발과 국물인데 기대하지 않은 튀김에서 크게 만족도를 준다. 국물은 가장 중요한데 시중의 우동점과는 다른 일본 우동 특유의 씁쓸한 맛까지 담겨있어서 가격대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면발은 정말 난이도가 높은데 어떤 비법인지 몰라도 동네 우동집에서는 찾을 수 없는 쫄깃함이 살아있다. 동네 우동집가면 펄펄 끓는 국물에 푹 퍼진 면발 주는 게 흔한 일인데 동네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이런 전문적인 맛이 낮은 가격과 합해져 만족도를 줬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무슨 광고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인정할 건 해야지 않겠는가. 특히 가격이 싼 것이 장점인데 서민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럼 백종원은 왜 위기에 빠지게 되었는가? 그가 구설수에 오르게 된 것은 아마 백햄이라는 통조림햄을 내놓으면서부터인 것으로 기억한다. 함량이 동급 제품들에 비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번졌다. 이때 마치 누군가 준비한 것처럼 다른 문제점들을 폭로하고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타이밍이나 문제제기 방식을 볼 때 그의 성공을 시기하는 어떤 세력도 있을 거라 생각은 드는데 그건 여기서 얘기할 문제는 아니고 그보다는 백종원의 대응과 조직의 역량이 문제였다.
백종원은 사과하고 가격을 낮추는 등 이벤트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계속 터져 나오는 이슈에 효과가 상쇄되어 버렸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결점 지적하기가 이어졌는데 그런 것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엔 많다. 누가 하나 궁지에 몰리거나 뭔가 이상한 구석이 보이면 달려들어서 물어뜯는다. 어쩌면 그가 방송에 나올 때부터 이런 리스크에 노출되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백종원이 착각한 것은 이벤트로 문제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익명 속에 숨어있고 이슈가 사그라들면 다른 것을 또 찾아서 들고 나온다. 여기에는 일반인도 있지만 유튜버처럼 이슈를 찾아 시궁창을 떠도는 부류도 있다. 이런 부류들은 끝이 없다. 근데 이게 완전히 거짓말이면 상관없지만 이렇게 다 들춰내다 보면 자잘한 것부터 생각지 못했던 실수들까지 발견되게 마련이다.
10개를 폭로했는데 9개가 거짓말이어도 1개가 사실이면 사람들은 1개를 기억하고 이 폭로 전체가 신뢰를 얻게 된다. 그리고 9개를 해명하는 동안 폭로자는 또 다른 9개를 폭로한다. 지나간 폭로에 대해 해명해도 이미 관심은 새로운 폭로로 옮겨가 있어 관심도 없다. 방송을 그렇게 많이 했던 사람이 이런 언론의 속성을 몰랐다는 게 안타깝다.
이벤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문제의 근원으로 들어가면 성장에만 몰두해 오는 바람에 그룹 전반에 걸친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원죄가 숨어있다. 하필이면 상장과 동시에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온 것도 그것을 방증한다.
그는 상장을 위해 상장 조건만 맞출게 아니라 내실을 다질 생각도 했어야 했다. 상장이라는 것은 주로 재무적인 조건을 보지만 기업공개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업이 여러 주주에게 공개됨으로써 감시를 받는다는 특징도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말이다. 개인 회사로서 오너에 의해 강력한 추진력만 있으면 되었던 사업이 이제부터는 모든 법규에 맞아야 하고 수시로 감시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내 가족을 위해서 요리를 하는 것과 회사 식당에서 요리를 하는 것이 다르듯이 상장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법과 규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동안 문제제기 하지 않다가 하필 첫 번째 폭로가 터저나온 다음에 이때다 싶어 양심선언인양 고발하는 것도 기회주의적이지만 회사가 그간 이런 문제에 대해 무관심했고 대비하지 않았던 것도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상장기업으로서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는 요식업의 감으로 경영을 지휘해왔겠지만 이제부터는 전문적인 경영이 필요하고 이것은 잘 규율화된 조직과 전문가 그리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꼭 상장기업만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장기업에게 더욱 필요한 일이다. 이제부터 더본코리아가 바꿔야 할 것들을 살펴보겠다.
1. 시스템
상장기업이 되면 매년 회계 감사를 받아서 정기보고서를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뭘까? 바로 오너만의 기업이 아니라 공중의 투자를 받는 기업으로서 정보를 공개하고 감시를 받으란 얘기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작지 않다. 기업의 체질 자체를 투명하게 바꾸라는 얘기이고 어떤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거나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공적인 틀 안에서 공식적이고 표준적인 방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아마 지금까지는 백종원이라는 창업자의 카리스마에 의해 기업이 급성장해오면서 돌아봐야 할 세밀한 부분들에 대해 미쳐 신경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게 상장 전에는 어느 정도 관습적으로 용인이 된다. 밖으로 알려질 여지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상장 후에는 어떤 변명도 할 수 없고 곧바로 법적인 잣대위에 서게 된다. 상장이란 건 동네만 운동하던 선수가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과 같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관습적인 것은 하나도 인정 안되고 오로지 표준에 의해서만 움직여야 한다.
백종원은 아마도 이 부분에서 크게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한다. 아마도 방송활동이 워낙 많고 사업도 너무 크게 벌여놓은 탓에 하나하나 점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상장하면 끝나는 게 아니고 그때부터 시작이다. 기업은 상장기업 기준의 규제 속에서 계속 성장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백종원은 이 부분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을까? 지역축제를 기반으로 신사업을 뚫으려 했다는 소문도 있는데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은 되지만 기존 사업도 표준안에 들어와 있는지 확실치 않은데 신규사업을 벌여서 어떻게 관리하려 했을까? 방송을 그렇게 출연하면서 수십 개의 브랜드를 다 관리할 수 있을까?
지역축제로 가면 작고 많은 브랜드를 한꺼번에 다뤄야 하고 이해 당사자도 많아져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사업의 규모만 키웠지 전체적인 시스템의 구축과 리스크 관리에 대해 그는 얼마나 생각했을까? 그의 방송을 보면 아직도 오너의 비중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시스템으로는 체계적인 성장이 어렵다.
사실 이 정도 규모가 되고 백종원이 방송에 그렇게 활발히 나올 정도면 대표이사는 진작에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총괄 회장 정도를 했어야 하는데 두 명이서 각자대표체제를 하다가 지금은 단독 대표체제가 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