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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공간 Jun 25. 2022

수승화강(水昇火降)을 모사(模寫)하는 음주(飮酒)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서점일기



물/불을 가려 올리거나[승昇] 내려야[강降] 몸에 이롭다는 얘기. 수승화강, 물은 올리고 불은 내리고~ 인간 종의 기원부터 디폴트값으로 최적화된 셈.


서구권에도 유사 발언, 사람 입에 오르내린지 오래. 대표적으론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알프레드 마샬. 그러나 이 또한 술이부작. 없는 중에 이냥반이 뙇! 세운 발언은 아니란 얘기. 체 게바라의 '리얼리스트가 되자,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품고서' 등등 모두 같은 맥락에서 파생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한편 태반의 중독 메커니즘 가운데 특히 음주는, 이 수승화강을 가장 노골적으로 흉내낸 게 아닐지. 본래 (비유로나 실제로나) 물을 끌어올림으로 해서 냉정, 불은 내리니 침착에 이르고 머문다는 것인데 음주는, 물의 성질을 안고 오르지만 결국 전신에 퍼지니 불-기운. 감각 기관은 이 뜨거운 기운을 머금고부터 무뎌지기 시작. 그때부터 사람 안에서 개와 코알라 간 교배, 인간 종은 새로운 잡종으로 트랜스-폼. 속된 말로 개꽐라;; 와중에 상반된 모습으로 드러나는 행태, 사실 제아무리 좋게 갖다 대어봐야 그냥 주사(酒邪)지 주사 ㅋㅋ 그러니까 지랄로 뚜렷한 건 더 말할 것 없고 상반된 지경에서의 얌전이라고 그저 얌전하달 수만도 없단 얘기.


그러니까 애당초 이도 저도 마뜩찮기로는 매일반이라는 데 닿아야 그나마 현실 직시랄 수 있을 것. 이처럼 직면 후 회피하는 바 없이 이쪽 저쪽 저버리고 온전히 '다른' 방향으로 길 나서는 것이 방편. (이를 '해탈'을 은유하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테다.)


그런데 이 풍진 세상, 진창에서 난 자들로 개똥밭일지언정 이리저리 구르는 당장이 좋은 데 '다른' 길로 나아가라니 청천벽력처럼 느껴질 법도 하다. 그래서 그것이 흉내에 불과하더라도 모사(模寫) 임을 알고 취해들이는 선에서 조절하며 이리저리 구르기도 하는 것. 세습으로든 자력(?)으로든 지금 도토리로 우월한 지위를 누리는 형편일수록 '만상(萬像)'의 도토리들로 엮인, 이 도토리 간 삼라(森羅)를 벗어날 생각은 더욱 하기 어렵겠다. 벗어나긴커녕 외려 장수/만수 이상 누리자고 아니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동원해가며 불로장생 못해 안달이지 ㅋㅋㅋ 안티-에이징에 힘쓰는 진나라 시(始) 황제의 후예들. 탕아든 말든 인생(人生) 그러니까 사람의 지위로 삶을 부여받은 이상 그렇게 노닐다 가겠노라~ (부지불식간) 다지는 입장들로 어차피 피차 오십 보 백 보 수준의 경내를 벗어나지 않을 터.




그런데 이렇게 '모사 임을 알고 취하여 들이는 선'에서 다시 갈리게 마련. 원본 복제를 연속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들어서니 열화 카피본. 그러니까 이렇게 형언, 곧 말을 입음으로 해서 자기는 물론이거니와 타자 또한 가늠 가능하니 피차 세간에 드러나는 바. 그런데 이 말이 짚고 가리키고자 하는 바를 염두에 두고 그를 바라보며 조절하는가 하면, 다른 편으론 그저 그 말을 주워섬기는 것으로 마치 가리키는 바를 이미 체득이라도 한 것처럼 구는 선에서 그칠 수도 있다는 얘기. 지키고 살자며 애를 써야 그래도 가능한 형편에 처할 테지.


선택지라면 이렇게 처할 수 있다는, 경험 가능한 영역에서 '수승화강'을 취하려 변화와 혁신을 꾀할지 또는 계속 모사로 유사 체험 연속할지인 것. 어느 편을 택하여 실천할 것인가. 알고도 일시적으로 머무는 것이면 성찰이든 회개든 형식 취하며 기어코 '다른' 길에 오르겠지만, 쏜살처럼 흐르는 중에 벌써 길에 오른 것처럼 굴면서 같은 식을 거듭하는 것이야말로 실은 '몽매(夢寐)' 지경인 것.


하면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 답은 뚜렷. 태초부터 오래 자리해 있지 않았나 하는 데에 생각이 닿긴 한다. 이거 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점차 커지는 데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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