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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희 Sep 03. 2018

첫 유럽, 브뤼셀!

깊은 구름 속을 날아서

드디어 출국날이다.

일주일만에 준비한 여행에 드디어라는 단어는 안 어울리지만, 나는 엄마와 떠나는 유럽을 그리스에서 지내는내내 기다려왔다. 그러니 드디어 출국날이다.

우리는 폴란드 항공을 타고 바르샤바를 경유해서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로 간다. 우리 여행의 첫 목적지다. 나는 열시간이 넘는 비행을 엄마가 버텨낼 수 있을까, 수술한 무릎이 너무 아프지 않을까, 비지니스석을 척 사주면 좋으련만 그럴 능력은 없고, 다만 삼십만원 가량을 더 내고 비상구쪽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자리로 예매해두었다.



"웅비야 저 구름 좀 봐! 저걸 만지면 폭신폭신 만져질까?"

구름을 이렇게 신기해 할 줄이야

게다가 구름이 만져질거라고 생각할 줄이야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비상구 창문에 얼굴을 박고

구름을 보는 엄마



나는 폴란드항공을 애용했다. 바르샤바 공항만 대여섯번 왔다갔다해서 나름 이 공항 단골인데, 매일 나혼자서 추적추적 걸어다니던 공항을 엄마랑 같이 오니까 현실감이 없었다. 여기에 엄마랑 같이 앉아있다니?



드디어 벨기에 공항이다.

여기가 북유럽이다! 라고 말하듯이, 엄마옆을 지나다니는 사람들마다 어찌나 키들이 큰지

우리 엄마 가뜩이나 작은데 북유럽것들 사이에 두니까 엄지공주가 따로없다.

이 정도면 거의 거인국을 여행하는 느낌...



공항에서 시내까지 전철을타고 이동하는데,

도무지 어떤 티켓을 사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유럽이 다 거기서거기지 영어안내가 있을거야

자신만만하게 아무 사전조사 없이 나왔는데, 티켓은 알 수가 없고 물어볼 직원조차 없어서 대충 사서 기차를 탔다. 근데 타자마자 검표원이 타더니 벌금내라그랬다. 검표원이 벌금 내라는 말을 웃으면서 유쾌하게 했다. 내가 벌금을 내면서, 혹시 나 말고도 이 티켓을 사서 타는 사람이 많아? 하고 물으니,


Everybody!


란다. 세상에나...

어쩐지 나는 분명 from airport 라는 보기 중 가장 그럴듯한 티켓을 샀는데 이걸 산 사람이 나밖에 없을리가 없지

벨기에 나쁜놈들

벌금으로 32유로 냈다. 여행 오기 전 유럽여행전문가라고 큰소리 땅땅치고 나왔는데 도착하자마자 벌금내서 좀 쪽팔렸다.



여차저차하여 브뤼셀 중앙역에 도착했고,

유럽의 돌길위에서 캐리어 세개르 드글드글 끌고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유럽여행전문가라고 해놓고 길 잘 못찾는 딸 덕에 길 좀 해맸다.

맘같아선 엄마캐리어를 끌어주고 싶었지만 이미 내가 두개의 캐리어를 끌고 있어서 손이 없었다. 자꾸 뒤돌아보며 잘 따라오고 있나 확인하면서 숙소로 향했다.


체크인 하자마자 밤산책



벨기에에서 가장 맛있는 홍합찜을 하는 곳을 찾아

유럽에서의 첫 식사!

홍합은 크림에 마늘을 다져넣고 쪄내서 국물이 끝내줬고, 버터와 올리브유를 발라 쪄낸 대구요리는 대구살이 너무 통통하고 부드러웠다. 대구살과 버터향의 조화가 굿이었다.

첫 식사로 합격이다!




수저를 안 줄때 홍합탕 국물을 떠먹는 법!

독일에 사는 동기가 알려준 꿀팁이다.

이 날 수저 있었는데 이걸로 떠마셨다.



왜 물을 돈 주고 시켜야하는거며,

물병은 또 왜이렇게 무거운건지 불만이 많은 엄마.

그리고 이 물 먹다가 남으면 가져가도 되는건지 세번이나 물어봤다.



브뤼셀의 중심 그랑플라스

이렇게 화려한 광장은 처음본다.

내가 다녀본 유럽의 도시들 중 가장 화려한 광장이었다. 눈돌아가게 번쩍이고 빼곡해서 계속 두리번두리번 거리게 만드는 광장이었다.




엄마는 어땠을까

브뤼셀은 내가 엄마에게 보여준 첫 유럽의 모습인데,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하다. 내가 어때? 하고 물으면 너무좋다~ 라고 대답하지만, 나는 더 섬세하고 자세한 표현을 듣고 싶다.

첫째날 밤이 이렇게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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