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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작은 친절이 만드는 세상

by 더웨이


자극적인 뉴스가 만든 세상

요즘은 핸드폰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한다. 영상은 빠르게 흐르고 이미지는 스크롤된다. 영상과 이미지는 눈으로 보지만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자극적인 뉴스는 연일 무거운 소식을 토해낸다. 욕설과 싸움, 사기, 절도, 폭력, 살인이 그치지 않는다..


세상은 각박하고 삭막한 소식뿐이다. 아침부터 매체는 사건 사고를 쏟아낸다. 저녁이 되면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 나쁜 소식만 듣다 보면 세상이 차갑게 느껴진다. 사람을 믿기 어렵게 된다. 이웃과의 거리가 멀어진다. 세상이 점점 더 피폐해지는 게 느껴진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그러나 우리는 뉴스가 전하지 않는 것들을 놓치고 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배려들.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우리 주변의 소소한 친절과 선한 양심들. 이런 것들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화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지 못하고 잊어버린다. 실제 세상은 뉴스와 많이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하다. 대부분의 일상은 잔잔하다. 대부분의 순간에 작은 친절들이 오간다. 우리는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전해야 한다.


일상에서 만난 따뜻함

나는 일상에서 따뜻한 마음들을 만났다. 그 따스함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아름답게 한다.


경포대 정자의 신발

지난 9월, 친구들과 강릉 경포대를 다녀왔다. 청량리역에서 KTX를 타고 경포대역에 내렸다. 우리는 시원한 바다를 보며 해변을 걸었다. 비 온 후 맑은 하늘과 바다의 푸르름은 맞닿아 있었다.


경포대 정자에 신발을 벗고 올라갔다. 정자 안에서 우리는 호수를 바라보며 옛 군대 생활 추억을 얘기 헸다. 약 30분의 시간이 흘렀다. 내려올 때 소중한 것을 발견했다.


우리가 벗어놓은 신발이 바깥쪽을 향하고 있었다. 신기 편하도록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우리는 신발을 아무렇게 벗어 놓았는데 누군가 조용히 정리해 놓은 것이었다.


그때 정자에는 4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세 명이 있었다. 그들이 먼저 내려가면서 우리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주셨던 것이다. 친구가 다른 사람들의 신발도 정성스럽게 정리해 놓고 내려왔다.

작은 손길이었다. 별것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작은 배려가 주위를 환하게 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잃어버린 신용카드

얼마 전 광화문에 약속이 있어 시내버스 탔다. 버스 안에서 교통카드를 잃어버렸다. 신용카드 겸용 카드였다. 버스에서 내리려는 순간 카드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순간 당황했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찾았으나 없었다. 운전기사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카드를 잃어버렸어요."


운전기사가 즉시 말했다. "방금 어떤 아가씨가 주워서 저한테 맡겼어요."

카드를 건네받았다. 카드를 전달한 아가씨는 이미 버스에서 내렸다. 고맙다는 인사도 전하지 못했다.

신용카드를 잃어버리면 복잡하다. 누군가 사용하면 큰일이다. 카드를 주워 준 그 따뜻한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아직도 세상에는 정직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다.


도서관의 선글라스

며칠 전 동네 도서관에 갔다. 1층 테이블에서 잠시 쉬며 물을 마시고 5층 열람실로 올라갔다. 책을 읽고 글을 썼다. 2시간쯤 지나 밖으로 나갔다. 선글라스가 없어 깜짝 놀랐다. 급히 5층 자리로 돌아갔으나 거기엔 없었다. 1층 물 마시던 테이블로 내려갔다. 선글라스가 그대로 있었다. 내가 놓고 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1층은 출입구로 관리자 없는 오픈 공간이다. 물 마실 때 1층에는 5~6명이 있었다. 누구든 선글라스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선글라스는 그대로 있었다. 챙기지 않은 나의 잘못이 창피했다. 요즘 카페에서도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놓고 자리를 비운다. 서로를 믿고 신뢰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선한 양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양심과 친절이 만드는 세상

세 번의 경험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런 일들은 일상에서 끊임없이 일어난다. 신발을 정리해 준 아주머니. 카드를 주워 준 아가씨. 선글라스를 가져가지 않은 사람들. 이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다.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이다.


친절과 선한 양심은 삶의 태도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신발을 정리하는 데 1분이면 된다. 카드를 기사에게 전달하는 데 30초면 된다. 남의 물건을 탐하지 않는 것은 마음가짐의 기본이다.

이 선한 양심과 작은 배려들이 세상을 구조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순화하고 정화시킨다. 이것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며 평화로운 삶이다.


작은 친절이 만드는 변화

선한 행실은 물결처럼 퍼진다. 한 사람의 친절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신발을 정리해 준 아주머니를 본 내 친구가 다른 사람의 신발을 정리했다. 카드를 주워 준 아가씨를 경험한 나는 다음번에는 누군가의 물건을 챙겨줄 것이다. 선글라스를 가져가지 않은 사람들을 기억할 것이다.

이것이 신뢰이며 바른 사회생활이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작은 친절은 작은 것이 아니다. 그것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한 사람의 따뜻한 행동이 열 사람에게 전해진다. 열 사람의 마음이 백 사람의 세상을 환하게 한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따뜻하다. 다만 그 따뜻함을 미처 보지 못할 뿐이다. 이제 우리가 그것을 기억하고 소중히 전할 차례다.


오늘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신발을 정리하는 손길. 떨어진 물건을 주워 주는 마음. 남의 것을 탐내지 않는 양심.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희망을 만든다.

오늘도 누군가 작은 친절을 베푼다. 그 친절이 세상을 환하게 비춘다. 그 친절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그 친절과 양심이 우리를 따뜻하게 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일상의 따뜻함을 만드는 사람. 세상에 작은 선행을 더하는 사람. 작은 친절이 흐르는 세상. 따뜻한 마음들이 사는 세상. 정직하고 선한 이웃들이 있는 세상. 우리 모두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한 번에 하나씩, 한 문장씩,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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