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 가족은 왜 한국을 떠나야 하나?

딸이 엄마를 부끄러워하는 이유

by 더웨이

'짱깨'라는 비하에 흔들리는 가족

"한국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탈북민 청년 사업가가 말했다. 한국인 남편, 중국인 아내. 초등학교 2학년 딸과 1학년 아들을 둔 유능한 사업가 부부다. 나는 이들을 3년 동안 사업 코칭하며 지켜봤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정착하려고 애썼다. 맨손으로 사업을 일구고 평판이 좋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가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딸은 엄마가 중국사람인 것이 부끄러웠다. 학교 아이들이 "짱깨"라며 놀린다. 이것이 정당 한가?


학교에서 배우는 혐오

부부는 자녀 교육에 원칙이 있었다. 핸드폰을 사주지 않았다. 집에 TV도 설치하지 않았다. 디지털 중독을 막고 책을 읽히려는 노력이었다. 그런데 2학년이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반 아이들이 모두 휴대전화를 가졌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유튜브, 틱톡을 봤다. 딸은 핸드폰이 없었지만 친구들의 화면을 봤다.


화면에는 "짱깨, 중국산이네" 같은 비하 영상이 있었다. 알고리즘은 비슷한 영상을 계속 띄워줬다. 딸은 핸드폰이 없어도 미움을 배웠다. 딸이 변했다. 집에 돌아와 엄마 말을 못 들은 척했다. 아빠가 이유를 물었다. "친구들이 유튜브 보고 중국 사람을 놀려."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아이들은 영상을 보며 웃었다.


무너지는 가정의 벽

딸은 엄마가 학교에 오는 것을 꺼린다. 아내는 슬펐다. 자신의 존재가 딸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했다. 부모는 중국 문화를 가르치고 중국어도 함께 공부했다. 그래도 딸은 엄마와 거리를 두려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마음이 아팠다.


2학년 아이가 친구들의 핸드폰 화면에서 미움을 배우고 있었다. 부모는 디지털 피해를 막으려 했으나 학교 친구들의 핸드폰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국의 다문화 가정 10명 중 8명이 차별을 겪지만 참는다. 그는 말했다. "아내도 참는다고 하더라고요.”


"다문화 가정은 다 그렇게 살아요." 차별당해도 말하지 않는다. 말해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아내는 한국말을 한다. 학위가 있고 고급 인력이지만 발음이 부정확해 무시당한다.


딸을 지킬 수 없는 부모

그들 부부는 실력 있는 청년 사업가다. 남편은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무역업을 한다. 중국 문화를 자녀들에게 가르친다. 아내는 한국에 유학 와서 남편을 만났다. 누구보다 성실했고, 누구보다 이 땅에 적응하려 애써 왔다. 성품이 바른 아내요, 어머니요, 사업 파트너다.


그런데도 가정은 외부 영향으로 흔들렸다. 남편은 중국어를 하며 중국 문화를 안다. 딸과 대화를 했지만 딸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딸은 말했다. "친구들이 중국 나쁘다고 했어." 그는 말했다. "너는 한국 사람이지만 중국 사람이기도 해. 두 나라가 너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 그러나 딸은 이해하지 못했다.


환경을 바꾸는 선택

그는 탈북민으로 남한에서 차별을 겪으며 살아왔다. 자신이 견딘 고통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없었다. 그의 계획은 구체적이었다. "환경을 바꾸겠습니다." 먼저 중국으로 가서 아내의 고향, 아내의 언어, 아내의 문화를 아이들이 직접 보고 느끼게 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말레이시아나 태국에 있는 국제학교로 옮기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선택을 이해한다. 그러나 마음 한쪽에서는 씁쓸했다. 능력 있고 유능한 가족이 한국 사회의 편견 때문에 해외로 이주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떠나는 가족, 바꿔야 할 사회

그는 카페를 나서며 말했다. "내년 학기에 떠날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사회는 외국인 체류자 270만 명, 전체 인구의 5%가 넘는 다문화 사회다. 글로벌 세상이라 말한다. 그러나 한 가정은 떠나고 있다.


편견은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가정을 무너뜨린다. 유능한 사람을 내쫓는 격이다. 이 가족이 떠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의 손실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갖춘 청년 사업가와 고급 인력을 우리 스스로 내쫓고 있는 것이다.


제도와 태도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건 학교의 변화다. 혐오 발언에 대한 교칙을 마련하고, 교사들에게 다문화 감수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다문화 정책은 "한국 사람 만들기"에 치중한다. 동화시키려고만 하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다. 다문화 가정 사람이 한국 문화를 배우듯, 한국인도 다른 문화를 배우고 존중하는 쌍방향 교육이 필요하다.


흔들려도 포기하지 않는 길

나는 이 가정이 어디에 있든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딸은 언젠가 엄마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세상이 요동쳐도 "올바른 길을 가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이 이들을 지켜줄 것이다.


나는 이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극복해 나갈 길을 찾아보겠다. 그 길을 찾는 일은, 이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믿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숫자로 살던 사람, 글 쓰며 배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