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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쫑 Jul 03. 2020

6개월 결산. 결혼생활은 유두리있게.

신혼 6개월, 나는 온전히 나와 남편의 일상에 집중하고 있다. 남편은 41살, 나는 40살. 늦은 결혼이지만 지금이라도 둘이 만나서 결혼한 것에 대해서 감사하며.


20대 때에는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게 맞을 것이다. 결혼을 생각하기에 회사일이 즐겁기도 했고 바쁘기도 했다.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거니와 내가 결혼할 만큼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연애는 많이 했지만 결혼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30대가 되었고 친구들이 하나둘 시집가기 시작했다. 나 또한 33살엔 결혼을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34살에 시집을 가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결혼 소개업체에 등록도 해봤고, 소개팅도 받아봤고, 만나는 남자 친구들에게 결혼을 강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써서 노력해봤자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결혼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나 혼자 결심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결코 아니었다.


나는 그나마 결혼에 자유로울 수 있었다. 30대 초반까진 부모님께서 결혼을 하라고 잔소리하셨지만 35살 유학을 떠난 후로는 결혼하라는 말씀은 좀처럼 하지 않으셨다. 내 마음도 편했다. 나는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 했는데도 되지 않으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고 생각하며 일찍이 포기했다. 그땐 포기가 잘 안됐겠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있는 능동성을 가졌던 것 같다. 결혼에 기약 없이 매달릴 바에야 포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걸 하자는 생각으로. 그리고 나는 유학을 떠났다.  


유학을 다녀오니 좀 심심했다. 그래도 마흔 전에는 결혼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떠올랐고 남편을 만났다. 우리는 만난 첫날 사귀었다. 남편은 첫눈에 나한테 반했다고 했고 나 또한 남편이 보자마자 좋았다. 그렇게 아무런 문제 없이 만나다 우리는 만난 지 4개월 만에 결혼을 생각했고 작년 12월에 결혼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얼굴도 몰랐던 사람과 6개월을 살아본 지금. 결론은. 결혼하길 참 잘했다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우리가 30대 초반에 만났다면 정말 많이 싸웠거나, 헤어졌을 거라고. 지금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지금 우리는 예전에 비해 훨씬 너그러워졌고 예민함이 무뎌져서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들인 것이다. 어찌 보면 조금은 성숙해진 인간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게 사람들이 말하는 결혼은 타이밍이다라는 거라면 우리는 만나야 할 때 잘 만난 사람들인 것이다. 운이 좋은 사람들.  




이렇게 만나서 우리는 어땠을까?

남편과 나는,


싸우기도 하지만 오래 가진 않는다. 감정을 그런데다 허비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물론 그 이면엔 신경을 곤두세워서 쓸데없이 감정을 다치고 상처를 주거니 받거니 할 에너지가 없다. 우리는 같은 운동을 하고,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에너지를 좋은 대로 쓰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대부분 남편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남편은 감정 컨트롤을 잘하는 사람이고 나는 컨트롤이 잘 되지 않은 사람이다. 반대로 나는 에너지가 밝은 사람이고 남편은 에너지가 중립적인 사람이다. 물론 아주 웃긴 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남편을 평화롭고 웃기는 남자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는 비슷한 부분도 많고 다른 부분도 많다.


남편과 나는,


눈치껏 잘하는 편이다. 20년을 넘게 부모님과 떨어져서 혼자 살아온 우리 둘은 알아서 그냥 하는 편이다. 남편은 나보다 더 청소도 잘하고 요리도 잘한다. 내가 요리를 하면 시키지 않아도 빨래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아침이면 항상 침대 정리를 해놓는다. 분리수거도 잘하고 음식을 해주면 맛있게 잘 먹어준다. 이 모든 걸 내가 말하지 않아도 눈치껏 알아서 하는 게 가장 고맙다. 사실 내가 결혼하고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누구 한 명이서 독박으로 집안일을 하면 싸움이 될 터인데 우리는 자연스럽게 분담이 되었다.


남편과 나는,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조심할 건 서로 조심한다. 특히 부모님 관련해서는 루틴을 만드려고 노력한다. 한쪽 부모님이 아닌 양쪽 부모님께 평등하게 할 것. 평등하게 하자고 해도 잘 되지 않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 강요하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까진 시부모님은 연세가 많으시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용돈을 드리지만, 우리 부모님은 아직 경제활동도 하시고 우리가 굳이 도와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내가 그때그때 기분 좋으시라고 용돈을 드린다. 이게 평등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겐 이게 평등한 것이다.


6개월 결혼 결산처럼, 나와 남편의 행동을 기록하고 싶어서 글을 쓰다 보니 우리 부부의 패턴이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이 글, 결혼 생활에 대한 나의 생각이 될 수도 있겠다. 짧은 결혼 생활이지만 나의 생각은 융통성 있게 하자는 것이다. 눈치껏 하기 말이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결혼생활에 서로가 서로를 맞춰가며 적당히. 눈치껏 생활하자는 것. 마음이 유들유들해야 적당히 넘어갈 건 넘어가고 부드럽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신혼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평생 이런 마음으로 살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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