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 때 만난 영상이 있다. "예전에는 꿈으로만 그리던 성장에 압도된다는 것도 축복입니다. 내가 만든 삶이 나를 성장시키는 순간, 그게 바로 축복입니다. 예전에 만족했던 것들을 넘어서는 것은 특권입니다. 한때 꿈꿨던 일들을 하느라 지쳐있다는 건 아름다운 축복입니다. ※ 출처 : 퍼셉션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배는 내게 "선배님, 갓생 사시네요."라고 했지만, 요즘 계속 잠이 부족하고 피곤해서 내가 잘 살고 있나 걱정하고 있었다.
100일간 매일 글쓰기팀에 들어갔다. 매일 새벽 눈뜨면 조깅대신 1시간 넘게 글을 쓴다. 다 못쓴 글은 출근버스에 앉아 무릎에 핸드폰을 끼우고 무선키보드로 마무리해서 sns에 올린다.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 카페인증까지 해야 끝이다.
주 3일 러닝클래스에서 훈련을 한다. 조깅이 아닌 진짜 훈련이라 여유로울 때는 없다. 11월부터 월요일 저녁 셔플댄스를 추가했다. 춤은 젬병이고 몸치 박치지만 지금 배워놓으면 달리기 보강도 되고 나이가 들어서도 사람들과 함께하는 취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
주 5일 일하고 글을 쓴다. 주 3일 러닝클래스에 다니고, 주 1일 셔플댄스를 배운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블로그와 브런치를 통해 꾸준히 나를 브랜딩하고 내 책과 오디오북을 알리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강연 등 또 다른 기회를 위해 도서관이나 관련기관에 제안서를 보낸다.
예전에는 달리기가 전부였다면 지금은 글쓰기로 커뮤니티가 절반이다. 출간작가들과 단톡방을 열어 홍보 노하우를 나누고 서로를 응원한다. 아는 작가님이 책을 내면 북토크에 가서 응원한다. 틈틈이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뛰고 좋은 책을 내 sns에서 소개하는 일도. 언제나 시간에 쫓겨서 아쉽다.
책소개도 진심이다. 어제 송지영 작가님 책 '널 보낼 용기'를 소개하며 아픈 개인사를 꺼내며 책과 삶을 연결시켰다. 그 글을 본 누군가는 또 다른 자신의 아픔을 꺼내 서로를 연결하기도 했다. 이런 벅찬 일들이 있는데 어떻게 대충 글을 쓸 수가 있을까.
주 3일 러닝클래스에 다니며 언덕을 뛰고 고비를 넘기는 시간이 쌓일 땐 마치 벌 받는 사람처럼 클래스에 가기도 했다. 오늘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영상을 보면서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축복이라는 것을.
몸이 편하고 잠자고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여유로움이 감사와 축복의 대상이 아니다. 내가 꿈꾸던 일과 만나고 싶던 사람들과 함께 하느라 분투하는 모든 시간이 커다란 축복이다.
책을 홍보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게 정상이다. 내 책이름을 검색하면 아무것도 안 나오는 게 정상이다. 아무리 뛰어도 실력이 안 느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정상이다. 책을 냈다고 누가 알아서 불러주지 않는 게 정상이다. 새벽에 일어나 글감을 찾고 왜 이리 안 써질까 속상한 게 정상이다. 주변에서 다 잘 뛰고 다 베스트셀러 같고 가만히 있어도 잘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정상이다.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일기장이 아닌 보이는 글을 쓸 수 있는 용기, 달리기를 배울 곳이 있고 소중한 코치님과 동료들이 있다는 것,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달릴 용기와 체력이 있다는 것, 언제든 홍보할 내 책과 오디오북이 있다는 것, 이리저리 기우뚱거리는 핸드폰을 무릎 사이에 끼우고 흔들리는 버스에서 글을 쓴다는 것, 주말에 북토크에 가느라 강연을 준비하느라, 나를 알리고 누군가를 알리느라 너무나 바쁘게 산다는 것, 이 모든 수고로움이 축복이다.
달리기 전엔 무기력하게 출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하기 싫던 영혼 없이 살았었다. 주말에 만날 사람도 없고 자기 자신을 미워하기 바빴다. 이제는 좋은 책을 쓰는 작가님들과 서로를 응원하고 책으로 나를 알리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나를 브랜딩 하느라 바쁘다.
어제는 새벽에 일어나 좋아하는 작가님 책을 sns에 알리는 글을 30분간 쓰고 러닝클래스에서 훈련 후 집에 오는 길에 책소개를 마저 쓰고 길에서 글을 마무리하고 sns에 올린 뒤 러닝커플 결혼식에 다녀왔다. 집에 와서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가야 할 인천마라톤을 준비하고 교보문고 순위 급상승 소식에 내 책을 홍보하는 시간을 가지고 잠이 들었다.
이 글도 인천마라톤 가는 지하철에서 무선키보드에 핸드폰을 거치하고, 자꾸 미끄러져서 두 발끝을 세워서 쓰고 있다. 눈감고 쪽잠을 잘 수 없어서 미생은 아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길을 나서더라도 자신이 꿈꾸던 삶,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정말로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나느라 잠을 쪼개고 발끝을 세워 버스 안에서, 지하철에서 글 쓰는 일, 책이 잘 안 되더라도 기죽지 않고 알리고 또 알리는 일이 갓생이 아닐까.
어제 한 일이 하나 더 있다. 결혼식에 다녀와서 집에 오기 전 편의점에 들러서 물건을 사다가 아르바이트 분께 내 책을 꺼내 소개했다. 평소 내가 열심히 뛴다는 걸 알고 계시고 가끔 응원도 해주시는 분이라 용기 내어 말씀드렸더니 책 사진을 찍고 꼭 읽겠다고 하셨다. 내친김에 밀리의 서재에 오디오북도 나와있으니 시간 되실 때 들어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렇다. 한때 꿈꿨던 일들을 하느라 지쳐있다는 건 축복이다. 영혼을 담아 내 책과 누군가의 책을 소개하고, 잠을 쪼개어 영혼을 담아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순간이 행복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느라 세우고 있는 떨리는 발끝, 숨차서 죽을 것 같은 거친 호흡이, 허공에 자신을 알리는 모든 몸짓이 행복이다. 지금 이 고통이 진짜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