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내내 꼬박 제안메일을 썼다. 진짜 달리기는 기록 너머의 삶에서 시작된다. 삶을 지켜보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은 다르다. 누군가 달린 기록을 보는 것과 나가서 직접 달리는 건 다르다.
금요일에 무작정 전화해서 받은 교육청 담당자님 메일로 일요일 밤 11시 22분 제안서를 보냈다. 스터디카페에 8시간 당일권을 끊고 시간이 남을 줄 알았지만 마감시간을 꽉 채워서 메일을 보냈다.
이력서 2장, 자기개발서 2장.
그리 길지도 않은 글을 나는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영혼을 갈아 넣었을까. 전화 한 통, 메일 한 통도 진심을 담지 않은 적이 없다. 유명작가님들 북토크에 내 책을 들고 갈 때도, 그 책에 깨알같이 손 편지를 쓸 때도, 사인을 받으러 줄 서서 수줍게 내 책을 꺼내 전할 때도 언제나 진심이었다.
이 제안이 성공해야 밥 먹고 사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다. 영혼 없이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다. 달리고 쓰는 일, 세상에 내가 가진 빛을 나누는 일. 그것이 어쩌면 책 한 권 더 팔고 돈 한 푼 더 버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일이 아닐까?
나는 언제나 간절하다. 간절해서 뛰었고 앞으로도 그렇다. 달리는 인간은 달라야 한다. 발로 뛰고 발로 설득하는 삶의 작가여야 비로소 내가 달리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이 될 때마다 문을 두드리고 세상에 나를 던진다.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언제나 나이니까. 오늘도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우리가 되길.
P.S. 담당자님! 지금까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제안서가 갑니다. 러너인 정승우가 썼으니까요. 행복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