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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미 May 09. 2019

사람 모으기가 가장 어려웠다

책방지기의 최대 고민


서점 창업을 구상하면서 나를 참 즐겁게 했던 것 중 하나가..

나의 공간인 책방 안에서 이런저런 모임도 하고 다양한 행사도 하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었다.


우선 오픈 후 한 달간은 책방 운영 적응기간으로 그냥 책과 커피만 팔았다.

한 달쯤 되자 어느 정도 손님 응대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이제는 몇 가지 모임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블로그에 세 가지의 그림책 모임 공지를 올리고 신청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렸다. 계속 기다렸다. 또 기다렸다...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그래, 이 모임에 대한 아무런 히스토리도 없는 상황에서 선뜻 돈을 지불해가며 오기는 힘들겠지.'

그래서 한 달 여정도의 기간을 잡고 그림책 모임 1회 무료 참석권 이벤트를 진행했다.

확실히 '무료'라는 단어에는 사람들이 반응한다. 드디어 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겨우 겨우 첫 모임을 진행했다. 

어떤 모임은 매우 만족스럽게 진행됐으나, 어떤 모임은 노쇼들로 인해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기도 했다.

'무료'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만큼 취소나 노쇼도 쉽게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어떤 모임은 무료임에도 철저히 사람들의 외면을 받아 아예 진행되지 못하기도 했다.


어쨌든 참석한 분들의 만족도가 꽤 높은 모임도 있었기에, 1회 무료 참석 이후에 지속적인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대부분 1회성 참석이 많았고, 재참여율은 매우 낮은 편이었다.


그러던 중 우리 책방에서 처음으로 작가 강연을 진행하게 되었다.

인맥 하나 없는 나였기에, 그냥 '들이대' 정신으로 강연을 부탁드렸는데 작가님이 흔쾌히 응해주셨다.

그때 나는 작가 강연을 하면, 내가 직접 진행하는 책 모임과는 다르게 신청을 많이 할 줄 알았다.

작가를 직접 만난다는 것은 흔하지 않은 기회이지 않은가. 우리 동네에 작가가 온다니.. 당연히 많이 신청하지 않을까? 이런 나의 기대는 이번에도 빗나갔다.


평일 오전이라는 시간대 때문일까? 아니면 대중교통이 불편한 위치 때문일까?

강연 주제가 관심도가 떨어지나? 그것도 아니면 참가비가 비싼가?

사람들이 신청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오만 가지쯤 생각해보며 초조해하다가 유료 광고를 시작하기로 했다.

작가님까지 모셔놓고 이렇게 사람이 오지 않아서야, 정말 죄송하고 민망한 일 아닌가..

그래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당근마켓 등 각종 사이트에 유료 광고를 올리며 홍보를 하다 보니 이건 점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격이 되었다.


다행히 적은 인원이지만 그래도 아주 민망하지 않을 정도의 참가자를 모을 수 있었고, 강연은 만족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참가비로 얻은 수익보다, 강연료와 홍보비로 쓴 지출이 훨씬 많았다.

서점을 열기 전에는 이런 모임이나 행사가 수익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행사를 많이 진행하는 책방들은 대부분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강연료나 진행비 등을 정부에서 지원받아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이 회사 다닐 때보다 뭐가 더 좋으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대답한다. 회사에서는 뭐 하나 진행하려면 윗사람들 컨펌에, 타 팀과의 조율에 세월아 네월아 기다려야 할 때가 많은데.. 지금은 내가 기획하는 즉시 실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좋다고.

그런데 그게 참 좋긴 한데.. 실행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결과는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도 책방 안에서 하고 싶은 모임과 행사가 많은데.. 항상 모객에 대한 스트레스가 따라온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아마 책방을 하는 내내 최대의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쓰는 내일도 작가 북토크가 있는데.. 또 몇 명 못 모았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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