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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미 May 16. 2019

일 매출 0원, 실화입니다

책방지기에게 최저임금이란..

동네책방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누구나 겪어봤을 사건, 그 일이 나에게도 역시 벌어졌다.

일 매출 0원, 손님 1도 없는 날..  나는 그 일을 서점을 오픈하고 두 달이 되어갈 때쯤 처음 겪었다.

사실 뭐 예상 못한 일도 아니었다.

손님이 한 팀뿐이 날이 많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아무도 안 오는 날도 있겠구나 싶었으니..

그나마 카페와 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커피 손님이라도 있어서 그 시기가 좀 늦춰졌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일 매출 0원인 날이 종종 있었다.

각오한 일 아니었냐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조바심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책방지기도 사람인지라 그렇게 손님이 하나도 없는 날은 신경이 예민해진다.

괜히 옆에 있는 어린 아들이 욕받이가 된다. 그런 날은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짜증이 나니까..


눈이 펑펑 온 어느날, 책방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름답다. 이날도 손님은 한명도 없었지만..


손님은 비가 와도 안 오고, 눈이 와도 안 오고, 미세먼지가 많아도 안 오고, 날씨가 너무 좋아도 안 온다.

책은 그렇게 모든 것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다른 서점 사장님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내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원래 겨울이 가장 손님이 없는 거 맞지요?"

대답은? "모든 계절이 다 손님이 없습니다"였다.

'일 매출 0원'은 실화를 넘어 책방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상다반사였다.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돈을 생각하면 가끔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루 종일 일했는데 고작 1만 원도 못 버는 날이 허다하다.

최저시급 1만 원을 부르짖고 있는 이 시점에, 하루 매출이 1시간의 최저시급도 안 나온다니..

더군다나 순이익도 아니고 매출이다. 이런 식으로는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라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동네서점이 왜 2년을 못 넘기고 폐업하는지 알 것 같다.


그렇지만 좌절은 금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지.

가만히 앉아서 망하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 이벤트도 하고, 홍보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아직까지는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많기에 오늘도 웃으며 버틴다.


책방의 일상이 매번 우울하기만 한 건 아니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 책을 한가득 사가는 손님도 간혹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그렇게 중간중간 책방지기의 에너지를 충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 이 작은 책방을 통해, 나는 돈보다 더 귀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까.

아직 순진한 나는 감히 그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아, 이번 주도 손님 참 없다. 5월은 잔인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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