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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미 Jun 28. 2019

손님은 없지만, 바쁩니다

나 홀로 운영하는 서점의 책방지기가 하는 일들


대다수의 동네서점은 1인 운영 체제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내가 서점의 대표이자, 유일한 직원이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10년 넘게 일하다가 나 혼자 일하게 되니 좋은 점도 있지만, 우선 매우 바쁘다.

어쩔 수 없이 멀티맨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랄까.


손님이 없으면 조용히 책이나 읽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으련만, 계속 무언가 해야 할 일들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안 바쁜데 바빠요"라고..


책방의 일과는 우선 커피 내리기로 시작한다. 그다음은 바닥과 화장실 청소를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손님이 오면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거나, 책을 추천해드린다.

사실 손님이 많이 와서 바쁜 적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손님이 없을 때는 매장의 책 진열을 바꾸고, 재고 정리를 한다. 책 큐레이션 주기는 책방들마다 다 다른데, 나는 최대한 다양한 그림책들을 소개하고 싶어서 책 진열을 매일매일 조금씩 바꾸고, 한번 진열된 책은 보통 2주 정도 그 자리를 유지하게 한다.


신간이나 미처 몰랐던 좋은 책들, 재고가 부족한 책들의 리스트를 정리해서 책 주문도 넣고, 주문한 책이 도착하면 포스기계에 등록하고 서가에 정리해서 넣는다.


그림책 모임을 앞두고는 나누고 싶은 책과 들려드릴 이야기를 준비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프린트물도 제작한다. 작가 강연 등 행사가 있을 때는 홍보 포스터와 배너도 주문해야 한다. 블로그 등 SNS 홍보도 빼놓을 수 없다. 작가 강연 전날에는 빔프로젝터도 설치하고, 테이블과 의자 배치도 바꾸고, 경우에 따라서는 책 진열도 바꾼다. 처음 강연을 준비했을 때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는데, 이것도 몇 번 해보니 좀 적응이 된다.


기존에 진행하던 책모임이 반응이 너무 없으면 새로운 모임들을 구상하고, 홍보하고, 진행한다.

작가 강연을 위한 섭외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부탁하는 거 어려워하는 성격이라 이런 것 참 어려운데.. 섭외를 할 때마다 조금 더 뻔뻔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고객들을 위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서점 지원사업 공고가 뜨면 참가신청서도 열심히 써본다.


매장에서 손님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샘플북 포장도 하고, 안 읽어본 책은 틈날 때마다 다 읽어보려고 하고 있다. 포장해야 할 샘플북은 아직도 수두룩하게 많다.


블로그에는 공지사항이나 모임 글 이외에도 책방 일지 등도 틈틈이 올리고, 인스타그램에는 매일매일 그림책 추천글을 올린다. 그리고 지금처럼 1~2주에 한 번은 브런치 매거진을 발행한다.


최근에는 서점 지원사업 관련하여 외부 일정들도 자꾸 생겨나고 있어서,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서점 문을 닫거나 조금 늦게 오픈한다고 공지하고 외부 일정에 참여한다.


각종 공과금과 세금 처리도 나 혼자 해야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세금 부분은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서 지난 5월 종합소득세 신고도 제대로 못했다.


설거지나 쓰레기 분리수거 등도 당연히 내 몫이고, 매일 커피머신 청소와 주기적으로 제빙기, 그라인더 등을 청소한다. 카페 재료가 떨어지면 이것들도 당연히 주문을 넣어야 한다.


그나마 이러한 모든 일들을 차분히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3시 20분까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서점으로 돌아오면 더 이상 멀티플레이는 불가능하다.


혼자서 일하는 걸 좋아하지만, 어느 순간은 좀 버겁기도 하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함께 운영하는 서점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문득 날짜를 떠올려보니, 벌써 서점 운영한 지 7개월이 넘었다.

성과가 어찌 됐든 나 혼자 7개월을 지내왔다고 생각하니, 조금 대견하기도 하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하는 데 못한 것도 많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 해야겠다.

오늘도 안 바쁘지만 바쁜 책방지기의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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