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미 Oct 04. 2019

덕업일치의 즐거움

서점 주인으로 사는 낙이란


이미 여러 번 얘기했지만 작은 동네서점으로 큰돈 벌기는 힘들다. 아니, 큰돈은커녕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서점 주인으로 사느냐' 물으면.. 모든 세상살이가 그러하듯 힘들지만 분명 그 안에 즐거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점 주인으로 살아가는 낙은 무엇인지 (아주 주관적으로) 이야기해보겠다.


어찌 보면 모든 동네서점 주인들은 성공한 덕후이다.

책을 좋아하든, 책이 주는 분위기를 좋아하든, 서점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든.. 어쨌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덕업일치의 주인공들이라고나 할까.

물론 나 같은 예외적 케이스도 있다. 나는 덕질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미흡한 수준으로 책을 좋아했고, 우선 서점 주인이 되고 난 이후 본격적으로 그림책 덕질 중이다.


서점 주인이 되고 나서 보니.. 책은 모든 것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경제적 호황기와 문화 발달의 시기가 맞물리듯이, 우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책을 본다.

커피 한 잔은 쉽게 사 먹지만, 책 한 권 사는 데는 엄청난 고민을 한다.

서점 주인이라 좋은 점은 이렇게 수입이 없어 마이너스 통장을 파먹으며 살고 있음에도 책을 마음껏(까지는 아니지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신간도 바로바로 사 볼 수 있고!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것보다 좋은 점이 또 있을까?


그리고 요즘 내 삶의 가장 큰 낙으로 떠오르고 있는 '책모임'을 장소 걱정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다.

책모임은 '내가 그동안 참 좁은 시야 속에서 살았구나' 느끼게 해 준다. 책모임을 위한 강제독서도 즐겁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나누는 주제의식 있는 대화가 내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해 줘서 좋다.


작가들의 강연을 듣는 일도 즐겁다. 회사생활을 할 때는 항상 시간이 맞지 않아서 듣고 싶어도 못 들었던 강연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내 공간에서 그런 강연들을 들을 수 있다. 이것도 참 멋진 일이다. 서점 주인이 되지 않았다면 나에게 이런 경험을 해볼 시간이 있었을까.


마지막으로 서점 주인으로 사는 좋은 점은 '책 선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 선물을 하는 걸 좋아했다. (받는 사람도 좋아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떠올리며, 아니면 내가 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책을 고르고 선물하는 것. 그것은 단순히 책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점 주인이 되고 나서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조금 더 많은 책을 선물할 수 있게 되었다.

매번 선물로 용돈만 드리던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께도 책 선물을 했다. (물론 용돈도 같이 드렸다)

두 분은 용돈 받은 건 자랑하지 않지만, 책 선물 받은 건 주위에 자랑하신다. 서점을 하는 딸, 며느리 덕분에 이렇게 좋은 책도 읽는다고 말이다.


예전에 뉴스와 관련된 일을 할 때는, 업무 자체는 적성에 맞았지만 뉴스 보는 일이 그렇게 즐겁지는 않았다.

물론 중요한 정보들도 많았지만.. 온갖 범죄부터 시작해서 지저분한 정치판 이야기, 시시콜콜 연예가 이야기 등 뉴스를 보면 볼수록 피로도가 높아졌다. 댓글은 또 어떠한가. 우리나라에 이렇게 이상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던가 인증하는 곳이 바로 뉴스 댓글이다.


그러므로 나는 책과 함께 하는 지금이 행복하다. 덕업일치의 즐거움이 이런 것이구나 충분히 느끼며 살고 있다.

(음.. 돈은? 이건 조금 더 고민해 보는 걸로~)


매거진의 이전글 책방을 숨 쉬게 하는 북큐레이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