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미 Mar 14. 2019

첫 손님을 맞이하고, 첫 책을 팔았다

서점 오픈 첫날의 이야기

드디어 서점 오픈의 날이 다가왔다.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됐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손님을 맞이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끝났다.

아무리 오래 연애하고 결혼했어도, 막상 결혼한 이후의 현실이 연애와 다르듯이.. 창업 준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준비기간이 길어도 실제로 오픈한 이후에 겪을 일들을 모두 미리 준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부딪혀 보기로 했다. 


개업식이라고 시댁과 친정 가족들도 총출동하고, 남편과 아들도 모두 회사와 어린이집에 휴가를 내고 곁에 있어줬다. 덕분에 덜 긴장되었던 것 같다. 


우선 오픈 시간 전에 개업 떡부터 돌렸다. 평일이라 집을 비운 사람들이 많아서 떡 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반갑게 '대박 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주는 이웃도 있었지만, 잡상인 취급하며 그런 거 필요 없다고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 이웃도 있었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결혼식 청첩장을 돌리는 기분과 비슷하달까? 어색하고, 민망하고, 괜히 미안하고..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가 되었다. 물론 11시 땡 치자마자 손님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 어느 정도 기대감은 있었던 것 같다. 잠시 후 반가운 지인의 첫 방문을 시작으로 드디어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좋게 말하면 여유롭고, 나쁘게 말하면 좀 한산했다. '첫날이라 그렇지 뭐~'라고 생각하면서도 홍보를 제대로 못했나 싶어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엄마 손을 잡고 온 꼬마 손님이 책을 무려 4권이나 골라왔다. 우리 서점에서 책을 산 첫 손님이다. 아이는 여기 재미있는 책이 많다며 더 사고 싶다고 엄마를 졸라댔다. 아, 흐뭇해라. 서점 주인이 된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어떤 손님은 우리 동네에 이런 서점이 생긴다는 것이 너무 반가웠다며, 오히려 선물을 건네주고 가기도 했다. 아, 고마워라. 서점 주인이 된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아이와 함께 온 어떤 손님은 책 추천을 부탁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육아 고민까지 털어놓았다. 아, 정겨워라. 서점 주인이 된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오후 3시 30분,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되자 갑자기 손님이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서점 안의 테이블이 꽉 차고.. 밀려들어오는 음료 주문에 순간 당황이 될 정도였다. 카페 일을 할 줄 아는 친오빠의 도움이 없었다면 첫날부터 아주 엉망인 모습을 보일 뻔했다. 그렇게 한차례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오픈 첫날의 마감시간이 되었다. 설렘과 떨림, 고마움과 당황스러움의 감정들이 교차했던 서점 오픈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첫날 매출은 23만 원 정도. 가족과 지인들이 구입한 책을 제외하면 15만 원 정도의 매출이 나온 것 같다. 매일 이렇게만 팔면 그냥저냥 괜찮을 것 같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오늘은 첫날이니까 앞으로 입소문 나면 더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도 있었다. 이렇게 매일 하원 시간에 손님이 몰리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섣부른 고민도 했다. 그런 생각들이 부질없었다는 걸 다음날 바로 깨닫게 되었지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 오픈도 못했는데 한 달치 월세가 순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