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으로 시작한 연애는 파국을 낳는다
결국 마음을 지키는 것은 셀프
한 해의 절반 정도가 흐르니 결국 또 듣고야 만다. 연애에 대한 질문을.
나이가 적잖은 미혼이다 보니 당연히 궁금들 할 순 있지만. 그래서 어느 정도는 그러한 질문들이 오가는 것이 특별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해당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 얼렁뚱땅 입을 다물어 버린다. 나 자신은 딱히 외롭지가 않은데 반드시, 억지로 외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나의 가치 중 큰 부분을 연애나 결혼의 유무와 지속성으로 판단하려는 것 같은 느낌도 별로다. 나는 그저 홀로 있는 것만으로도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주어졌던 연애에 대한 이야기 중 내 입장에선 좀 폭력적이라 귀결되는 것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최고봉은 '네가 지금 그렇게 있을 때냐, 너는 더 이상 어리지 않다, 고작 나보다 1살밖에 어리지 않다.'라는 말이었다. 저 말이 고막에 흡수되어 뇌에 전달되는 순간 난 그저 얼어붙었던 것 같다. 리액션이 불가능했고 어떻게 다음 대화를 이어 나가야 할지 머리가 망가졌다.
'그래서 뭘 어쩌란 말이지.'
진지하게 받아치면 고작 농담일 뿐인데 너무 예민하다며 속 좁은 사람으로 몰아붙일 것 같았고, 그저 허허 웃고 넘어가자니 짜증이 났다. 센스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되려 머쓱하게 만들어 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선천적인 재치에 비해 사회성이 조금 모자란 나는 속 마음을 어느 정도 상대방에게 들키고야 말았다. 표정으로 기분이 다 들통났기 때문이다.
이 날 나보다 1살 많은 그녀는 내게 불편한 타입임은 확실했다. 본인만의 가치관으로 소통을 일방적으로 물들이며 나를 보편적이지 않은 특이한 사람으로 정의했고 그녀의 이상형을 듣고 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가진 건 없는데 눈만 높은 것 같다는 막말을 해댔다. 대체 이 사람은 가만히 있는 내게 와서 왜 굳이 이런 말을 퍼붓고 가는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외롭지만 그 외로움의 발현점은 다르다. 나의 경우엔 노력에 비해 인정을 충분히 받을 수 없을 때 굉장히 외로워진다. 그녀의 발현점은 아마 오직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애정과 관심이었을 것이다. 그날 그녀의 말과 태도는 아직까지도 마뜩잖지만 본질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경중이 다를 뿐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사람을 찾고, 만나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랑의 출발이 굳이 '외로움'으로 시작될 필요 또한 없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우리는 상대방 그 자신이 될 수는 없다. 섭섭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상대를 사랑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해의 폭이 나날이 커질 수는 있어도 나 자신과 타인이 완벽히 일치될 순 없고 그렇기에 외로움의 본질 또한 꿈에 그리던 사람을 만난다 할지라도 백 퍼센트 채워지기 어렵다. 되려 상대방을 통해 외로움을 채우려는 과정에서 그, 혹은 그녀에게 의지하고 많은 감정들을 요구하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염치없는 행동을 반복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연애와 결혼 생활은 서로가 성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만의 성장을 위해서 타인의 성장 권리를 빼앗는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누구나 해결할 수 없는 결핍과 외로움이 있다. 그렇기에 그 해결을 타인에게 미루지 않았으면 한다. 스스로 자신의 마음밭에 물을 주고 싹을 틔우며 꽃 피운 건강함을 나만의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하지만 그럼에도 해갈되지 않는 외로움이 몰려온다면 그 또한 담담히 마주하고 즐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부디 외로움으로 사랑을 시작하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