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시각은 6시 앞으로 조금 뒤에 우리들은 각자의 길로 너는 나의 조금 뒤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아래를 보고 걷네.
サヨナラバス - Yuzu
용산행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는늘 이 노래를함께 불렀다. 각자의 일정으로 빨리 헤어져야 했을 땐 아쉬움으로 서로의 손을 꼬깃꼬깃 잡으며 조금은 볼 멘 목소리로. 충분히 함께 시간을 보냈거나 특히나 더 재밌었던 날엔 오른쪽 다리를 땅바닥에 쿵쿵 찧으며 마치 왈츠를 추듯 몸을 두둥실 움직이며 신나게 불렀고, 그 혹은 내가 출국을 해야 하는 날이 돌아올 때면 눈두덩이가 퉁퉁 부어오르고 주체할 수 없는 콧물을 쏟으며 이마가 빨개질 때까지 울면서 불렀다. 특별한 약속도 없었지만 이 곡은 매일 다른 버전으로 스며들어어느새 우리의 주제가가 되어 있었다.
"나 아무래도 널 좋아하는 것 같은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가 그렇다는데 왜 네가 맘대로 아니라고 해?"
"그래 그럼 내일 서울로 와. 김포이든 인천이든 어디든 상관없어. 와서 전화해."
설마 했던 전화벨이 울렸던 건 이제 막 하늘이 붉어지려 하던 어설픈 오후였다. 공항 어디쯤으로 마중을 나간 나는 다소 어두워진 짙은 하늘빛에 떨리는 마음과 어색한 표정을 억지로 숨겼다. 그가 직장을 무단 결근하고 아침부터 짐을 싸서 부랴부랴 출발을 했다는 말엔 웃었고, 그동안 네가 너무 보고 싶었다는 말엔 일본에선 좀처럼 통용되지 않을 것 같은 한국식 농담을 곁들여 힘껏 놀렸다. 쭈뼛대는 쑥스러운 감정의 요동이 기분 좋았다.
나는 그와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국가도, 나이도, 성별도 달랐지만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익숙하고 편했다. 누군가는 사랑에 있어서 익숙하고 편함이 설렘과 반비례한다고 하지만 되려 그 익숙함과 편함 속에서 느껴지는 인위적이지 않은 따뜻함이 좋았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원했던 사랑의 온도와 잘 맞았다.
"우리에겐 미래가 없는 것 같아."
여느 만남이 그렇듯 듣고 싶지 않은 말을 기어이 들어야 했을 땐 차라리 일본어를 전혀 몰랐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2012년 가을의 일이다.
그는 나만큼 콧물을 흘리며 울었다. 하지만 그날 내가 같이 울었던 것은 결국은 찾아와 버린 이별의 순간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할 수밖에 없었던 말들을, 그럼에도 입이 떨어지지 않아 눈치만 보던 말들을 그가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반드시 했어야만 했던 이야기를애꿎은 엄지손톱을 연신 뜯어가며 말하는 모습이 슬펐다.때로는 이루어지지 않아다행인 사랑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함께 들었던 음악들의 멜로디를 주저 없이 흥얼거린다. 그때처럼 여전히 기분 좋은 마음으로. 용기가 나지 않을 때마다 노래 가사를 빌어 이야기했었지만 눈치채지 못한 척, 때로는 해석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외면했던 것은 언제나 내쪽이었다. 소문으론 그는 이제 세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고 한다. 어디든, 어디에서든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길. 언젠가의 추억 속에 함께 있었던 그에게 나도 노래 가사로 이야기해본다.
星が森へ帰るように 自然に消えてちいさな仕草も はしゃいだあの時の私も いつも一緒にいたかった
별이 숲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라져요. 그대의 작은 몸짓도 활발했던 그 당시의 나도. 언제나 함께 있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