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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ma Oct 06. 2023

현생에선 고양이가 될 수 없잖아

그리고 강아지도 될 수 없다

어느 노래 제목처럼 나는 여행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불과 작년 이맘때의 나만 보더라도 현재의 나와는 놀랍도록 싱크가 맞지 않는다. 좋아하는 음식, 음악 취향, 감명받은 영화, 살고 있는 집, 내면의 유행까지 지난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진 몰라도 너무 많은 부분이 달라져있음을 느낀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조직생활을 다시 시작한 것만 보더라도 삶은 참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다. 


그렇다 보니 다음 달, 다다음달, 그리고 내년 이맘때의 내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평생직장이라는 건 없으니- 그리고 그 직장생활의 종결점을 찍고자 그렇게 몸부림쳤었으니, 내년 이맘때의 내가 계속 회사를 다니고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 나이에 맞지 않게 철없고 이상적인 소리만 늘어놓는 것이 마치 타락하지 않은 집시 같다. 약간의 손가락질은 받지만 나름 너무 열심히 살아서 마냥 미워하고 욕할 순 없는. 좋게 말하면 개성이 넘치고, 서운하게 말하면 특이하고 불안해서 언젠간 반드시 깨질 것 같은 그런 미완의 존재 같다고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다. 


그 어리숙함과 설익은 어설픔, 나도 너무 불편하다. 단순하게 모르고 살았다면 속이라도 편했을 텐데 비극적 이게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괜찮은 척, 의연한 척하는 데에 늘 큰 에너지를 쏟는다. 그 시간에 잠이라도 잤으면 키라도 컸을 텐데. 여러모로 소소한 기회비용을 그렇게 깎아먹었었구나 싶다. 


인생에 대해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나머지 절반의 삶은 내게 어떤 여행이 될까.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라던데 나는 하나밖에 없어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고양이들에게 놀림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남은 여행을 잘 완주해 내고 싶다. 비록 그것이 집시의 길일지라도, 맨 몸으로 눈과 비를 받아내야 할 순간이 올 지라도, 내 곁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시간이 찾아오더라도. 


 

https://youtu.be/qI1MbZUAiOc?si=wQDtwXOZqLyJt52b

엄청 좋아하는 이상은 님의 <삶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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