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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노무사 Dec 11. 2021

노무사와 근로감독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두 직업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브런치에서 '작가님의 글을 본지 ㅇㅇㅇ일이 지났어요'라는 알림을 보내올때마다 최초에 브런치를 시작하며 다짐했던 꾸준한 글쓰기를 포기한 나를 질책했다.

그간 여러가지 일로 정신없이 바빴다는 좋은 핑계가 있지만(사실이기도 하다), 만약 글을 못 쓰게 되더라도 바빴다는 핑계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었기 때문에 핑계거리로 사용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최근까지 나는 고용노동부에서 근로감독관으로 근무했다. 공무원 공채시험을 치르고 입직한 것은 아니다. 공인노무사 자격 보유자로서 민간경력채용이라는 경력채용 절차를 거쳐 입직했고, 현재는 개인적인 사정과 생각의 변화로 의원면직을 신청한 상태다. 다시 노무사로 돌아가려는 준비 중인데, 몇일 전 링크드인을 통해 한 대학생분께서 주셨던 질문이 이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됐다. 학교 과제로 직업 관련된 조사를 해야된다며 링크드인에 있는 내 이력을 보고 질문을 보내왔다. 그저 인터넷 서칭으로 해결해도 될 텐데 일면식도 없는 내게 연락해온 적극성이 기특해 보여서 간략하게나마 질문에 대한 답을 보냈다. 노무사 또는 근로감독관으로 직업 선택을 고민하는 다른분들도 궁금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왕 작성된 질문과 답을 공유하고자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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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인노무사/근로감독관의 구체적 업무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공인노무사는 사용자나 근로자의 위임을 받아 노동관계법령에 따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직입니다. 세무사가 세법에 특화된 전문직인 것처럼 노무사는 노동법에 특화된 전문직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편 노무사는 노동법에 한정된 업무만을 수행하지는 않습니다. 인사관리, 즉 HR과 관련된 컨설팅과 자문도 수행합니다. 결국 공인노무사는 노동법과 HR에 관련된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전문직이라고 정리하면 되겠습니다.

  - 근로감독관은 고용노동부 소속 특별사법경찰로서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수행하는 반면 노동관계법령에 대한 수사는 보다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근로감독관이 별도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근로감독관은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건에 대한 전속적인 수사권을 갖습니다. 다만, 근로감독관이 수사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 공무원으로서 노동관계법령에서 정하는 각종 인허가, 심사 등의 업무도 수행합니다.


2. 간단하게 회사소개 부탁드립니다.

  - 공인노무사는 직장이라기보다는 직업의 개념이라서 별도의 회사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 현재 재직중인 회사는 고용노동부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용에 관한 정책과, 노동에 관한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기관입니다. 시대 흐름에 따라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정부부처내에서도 커지고 있으며 인원과 조직, 기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3. 해당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이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공인노무사 업무를 수행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량은 크게 두가지로 생각됩니다. 첫째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입니다. 상대방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소통의 대상들이 대부분 서로 상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학습능력입니다. 노동법을 비롯해 노무사가 제공하는 전문지식은 멈춰있는 지식이 아닙니다. 새로운 판례와 행정해석, 법령들이 나오고, HR트렌드 역시 변화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학습할 줄 알아야 합니다.

  - 근로감독관도 공인노무사와 유사합니다. 근로감독관 역시 분쟁상황에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또한 변화된 법령과 판례, 행정해석을 숙지해 노동법 위반 사건을 수사해야 하므로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합니다.


4. 업무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3번의 사항과 상통하고, 공인노무사와 근로감독관 모두 유사한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서로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하니 갈등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갈등상황을 잘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끊임 없는 학습량이 때로는 버거울 때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발전보다는 반복적이고 루틴한 업무를 선호한다면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5.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될 만한 자격증, 교육과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공인노무사가 아닌자가 노동관계법령에 따른 자문, 대행, 대리를 하는 경우 형사처벌 됩니다. 따라서 노무사로 일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노무사 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노무사 시험은 1년에 1회, 300명을 선발합니다. 소위 말하는 8대 전문자격증(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법무사, 관세사, 감정평가사)중 2차 합격률이 6%가량으로 가장 낮습니다. 평균2~3년 가량 수험에 매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근로감독관은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다만, 저 경우는 공인노무사 자격을 보유했기 때문에 공채 시험을 거치지 않고 경력채용으로 임용될 수 있었습니다. 민간경력채용 절차에는 (노무사 자격이 없더라도) 석사이상의 학위, 일정기간 이상의 노무관리 경력이 있다면 응시가 가능합니다. 공무원 시험을 치르지 않고 다른 경력이나 자격을 갖춘 뒤 민간경력채용으로 공직생활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6. 해당 분야/업계의 전망은 어떤지 알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해당분야의 새로운 트렌드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들인지 궁금합니다.

  - 최근 언론보도나 뉴스를 보면 항상 노동과 관련된 이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의식이 향상되었고, 노동법률문제가 계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따라서 공인노무사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기업에서 공인노무사를 채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굉장히 많고, 일부 기업의 경우 계속 공고를 내지만 지원하는 노무사가 없어 노무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요즘 전반적으로 채용시장에서 구직난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공인노무사 자격을 취득하면 직장을 구하거나 직업 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 근로감독관은 공무원으로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 가능합니다. 다만, 노무사와는 달리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정해진 급여를 받아야 하고 급여수준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 한편 정부기관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고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늘어남에 따라 업무량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경제적인 보상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공직에서 보람을 느끼고자 한다면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근로감독관은 7급 공무원 중에 가장 권한과 자율성이 높은 직책이라고 생각합니다.


7. 혹시 신입 사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 알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학창 시절 경험하거나 공부해 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지, 신입 사원을 보면서 안타까운(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지 등등입니다.

  - 요즘 20대 분들은 정말 똑똑하고 의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같은 나이에 있었던 때보다 훨씬 더 성숙한 사고를 하고 계셔서 별도로 당부할 것들은 없습니다. 다만, 제 경험에 비추어 말씀을 드리면, 전문자격 시험에 도전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공인노무사 자격을 대학 졸업전 취득한 후 전문자격이 주는 많은 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확고한 커리어를 개발해 갈 수 있다는 것은 경제활동에 있어 굉장히 큰 이점입니다. 여건과 기회가 된다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난이도 있는 시험에 한번쯤 도전해 보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꼭 자격시험이 아니어도 자격을 보유한 것과 유사한 전문성 확보가 가능하다면 그 길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8. 공인노무사로서 기업에서 HR 실무를 경험하셨고, 현재 근로 감독관으로 근무하신다고 정보에서 봤습니다. 혹시 경험하고 느끼신 두 직무의 큰 차이점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공인노무사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 일방의 위임을 받아 전문지식을 제공합니다. 반면에 근로감독관은 공무원이자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양쪽에 치우침 없이 중간인으로서 일을 해야 합니다. 어떤 입장에서 일을 처리하는지에 따라 사건을 진행하며 가져야할 가치관과 논리가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공인노무사는 근로감독관보다 넓은 범위의 전문지식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해야 하는 내용과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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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질문과 답변이라 얼마나 충분히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노무사와 근로감독관에 관심있는 분들이 양자의 차이를 조금이나마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노무사이면서 근로감독관 업무를 경험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시험 출신 노무사가 근로감독관으로 근무하는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근로감독관 출신 노무사는 일정 요건(5급 이상으로 몇 년 이상 근무)을 갖춘 공무원에게 전문자격증이 주어지던 과거의 제도를 통해 자격을 취득한 분들이다(2000년 이전에 임용된 공무원에게만 해당되고, 현재는 제도가 폐지되었다.).


불과 얼마전에 근로감독관을 신뢰하는 노무사가 3.3% 뿐이라는 기사를 봤다. 시험 출신 노무사이면서 근로감독관으로 근무하던 나는 그 기사가 몹시도 안타까웠다. 그리고 양 직업에 모두 속해있는 나는 그 불신의 원인을 안다. 무지다. 노무사와 근로감독관은 일반인이 보면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른다. 노무사는 근로감독관의 역할과 고충을, 근로감독관은 노무사들의 권한과 역할을 생각보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시험출신 노무사 후배님들이 근로감독관으로 근무하는 케이스가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 노무사가 근로감독관을 이해하고 근로감독관이 노무사를 이해하게 될 때 각자의 역할을 더 존중하게 될 것이고, 불필요한 갈등 없이 그 존중받고 있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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