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고 누구든 데일 수 있는 나르시시스트
어느 날 친구가 사진을 하나 보내왔다. 동료들과 함께 찍은 모두가 웃고 있는 사진.
"이 사진 속의 A가 나를 괴롭혀."
친구에 의하면 A는 반드시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이루어져야만 하는 고집 세고 강압적인 인물로, 그의 말에 따르지 않자 계속 친구를 걸고 넘어지고, 사람들 앞에서 꼽주고, 무례한 말을 숨 쉬듯 한다는 것이다. 친구는 그러면서 한편으로 자신이 너무 자기중심적인 것은 아닌가 고민하는 것이다. 놀랐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란 게 아니라, 이 친구조차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십여 년 넘게 알고 지낸 내 친구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가운데 가장 자존감이 높고, 자기 확신이 강하며 똑 부러지는 친구로, 타인이 어떤 수작을 부려도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겉으로 보면 꽤나 냉정하기까지 한 친구다. 친구에게 절대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라고 말하며, 스크린샷 하나를 보냈다.
"어, 이건 완전 그 사람의 이력서인데?"라고 말하며 깜짝 놀라는 친구.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를 또 하나 잡았다. 어쩜 패턴이 하나도 변하질 않는지, PTSD가 강하게 올라왔다. 사람에겐 누구나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이
있다. 이 강인한 친구에게도 그런 순간은 찾아온다. 흔히 나르시시스트들이 타겟으로 삼는 사람들은 에코이스트인데, 에코이스트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칭찬이나 관심을 부담스러워한다. 자신의 필요보다 타인의 요구를 우선시하며, 관계 문제 발생 시 자신을 탓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 내가 알고 있는 이 친구는 이와는 정반대의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적인 이유로 마음이 지쳐있는 요즘, 그 틈을 나르시시스트가 파고들고 있다는 게 정말 경악스러웠다.
잡았다 요놈. 그는 나르야. 절대 그에게 먹이를 주지 마. 웬만하면 접촉을 피하고 절대 절대 절대 불필요한 파워를 그에게 주지 마. 요즘 왜 이렇게 나르가 많이 보이는 거야 정말!! 흥분하며 말했더니 친구가 웃으며
"요즘 나르시시스트 잡고 다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도 된 거야?"라고 한다. 그래 그거 좋네. 케이팝 나르 헌터스가 되어보지. 친구는 이럴 때일수록 정말 믿을 수 있고, 자신을 사랑하는 안전한 사람들을 주변에 두어야겠다고 말한다. 고맙다는 말도 함께 전하며. 근데 이 친구는 알까? 몇 년 전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옆에서 늘 '그 사람 이상한 거 아냐? 너에게 너무 무례한 거 아냐? 그런 말을 하다니 조심해.'라고 끊임없이 상기시켜 준 사람이 바로 이 친구라는 것을. 해외 생활을 하며, 아니 꼭 해외생활이 아니라 살면서 누구나 인간 교통사고를 당하기 마련이다. 쌍방 과실이든, 일방 과실이든 결국 사고가 나면 모두가 피해를 받는다. 그래서 보호장치가 정말 중요하다. 위험을 알려줄 수 있는 '경고등'과 여차하면 핸들을 확 꺾어버릴 수 있는 '촉'.
이 두 가지를 길러야 대형 참사를 접촉사고 정도로 피할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폭주족처럼 요란하게 등장하거나 아우토반을 풀액셀로 달리면서 들이받는 것만 아니라 서서히, 천천히 내 주변에서 나를 잠식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글은 나와 내 주변에서 실제로 겪은 나르시시스트들의 이야기를 담을 것이다. 주변에서 받은 사례도 함께 실을 것이다. 다행히도 이들의 패턴이 비슷해서 사례를 계속 업데이트하면 혼문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