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View Series
80년대의 도회성을 입은 뉴웨이브 곡 '숙녀'로 시작해 디스코 리듬으로 가득한 사이버펑크를 연상시키는 'Thank U soooo much', 빈티지한 로우 파이 사운드의 '무성영화'까지. 유빈이라는 이름 아래 나타난 곡들은 원더걸스 시절부터 이어진 '레트로'라는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스타일 카테고리 아래에서 그 모습을 달리 한다.
'향수(PERFUME)' 역시 마찬가지다. 인트로에서는 90년대의 에스닉 트렌드 아래 나타난 곡들이 그랬던 것처럼 추상적인 공간으로서의 아시아의 사운드가 나타난다. 그렇지만 인트로의 다음에 등장하는 것은 복고적인 신스 웨이브의 음이 홍수처럼 몰아치는 구성은 화려함을 넘어 그로테스크한 영역에 도달한다. 과장된 신스 사운드와 호사스러움을 넘어 과도할 정도의 멜로디 변주, 유빈의 탁성은 인트로와 벌스, 코러스를 지나며 마치 각 노트를 지나는 것 같은 구성을 가진다. 말 그대로 '향수'처럼 혼란스럽고도 조형적인 구체성을 의도한 것처럼 곡은 각 파트에서 진하고 뚜렷한 청각적 감각성의 연속을 보여준다.
일련의 싱글들을 발표하며 유빈은 컨셉에 충실한 작업들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싱글 뿐 아니라 피지컬 앨범의 형태에서 그의 스타일을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형형색색의 컬러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곡들 사이에서 유빈은 천천히, 그리고 강렬하게 자신의 베이스 노트를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