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RO Jun 04. 2020

비욘드 라이브는 콘서트의 뉴 노멀이 될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의 K-POP (2)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는 2020년의 모든 콘서트 일정을 깨버렸다. 다른 산업들과는 달리 전시 및 공연과 같은 예술 분야의 재기가 가장 마지막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되는 만큼, '잠정 연기'로 언급된 콘서트 일정들은 사실상 취소나 다름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모든 악조건을 감수하고 공연장의 문을 연다고 하더라도 2차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올 관객들이 있는지 자체도 불투명하다. 우리는 스트리밍과 유튜브의 시대에 와 있지만, 여전히 아이돌 기획사는 공연과 앨범 판매로 수익을 거두어야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SM엔터테인먼트는 새로운 활로를 찾았는데, 생각보다 심플한 전략이다. 바로 콘서트 자체를 생중계하는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콘서트 <Beyond Live>는 네이버의 V라이브와 협업한 형태의 서비스이다. 33000원에 실시간 라이브 콘서트 시청과 VOD 다시보기를 이용할 수 있다. V라이브 본래의 형태와 마찬가지로 채팅 역시 가능하다. 이는 아이돌 시장에서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다. 원래부터 있던 콘서트와 DVD, 그리고 일부 팬들이 퇴장의 위험을 감수하고 SNS 등을 통해 콘서트를 촬영해 실시간으로 '프리뷰'를 올리거나 '중계'하는 등 기존의 상품이나 문화가 합쳐진 형태다. 게다가 공연과 콘서트의 온라인 서비스가 이전에 아주 없던 모델은 아니다. 이미 많은 팀들이 V라이브 등의 창구를 통해 쇼케이스 등의 공연들을 팬들에게 선보인 바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경우들은 대부분 팬서비스의 영역에 속했고, 주된 활동 영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판데믹으로 동결된 공연 콘텐츠에 목말랐던 팬들이 많았던 덕인지, SM엔터테인먼트는 SuperM 라이브를 통해 약 25억에 이르는 수익을 거두었다. 이미 NCT 127, WayV, NCT Dream,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의 콘서트가 방송 및 업로드되었고,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정규 콘텐츠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Boyend Live>의 등장에는 코로나 19와 판데믹이 가장 큰 배경으로 깔려 있다. 분명히 지금의 재난이 없었다면 이 시점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을 서비스일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판데믹의 영향으로 생겼고 또 성공한 모델로만 여기기에 <Boyend Live>에는 몇 가지 주목해야 하는 점들이 있다. 우선 <Beyond Live>에는 대규모 공연장과 현장 관객들이 없다. 기존의 방식으로 콘서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넓은 공연장을 대관하고, 인력 고용하고, 세트 설치나 관객 관리 등 많은 자본과 노동을 필요로 했다. <Boyend Live>는 그러한 투자 비용이 대폭 줄어들어, 콘서트 준비 자체에 드는 부담을 최소화한다.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콘서트에서 늘 동반된 문제인 여성 팬들에 대한 경호 스태프들의 과잉 대응이나 아티스트 보호와 같은 리스크들 역시 사라졌다.'투어'를 할 필요가 없는 만큼 일련의 부담 요소들은 더더욱 최소화된다.


관객이 없다는 변화는, 기획사가 콘텐츠의 거의 완전한 독점과 통합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콘서트에서는 늘 '홈마'로 불리는 이들의 촬영 행위나 몇몇 팬들의 오디오 중계를 통해 콘서트 콘텐츠에 대한 자체 유통이 이루어졌다. 콘서트 시즌에 올라오는 프리뷰나 직캠들은 팬들의 주된 소비 거리 중 하나였고, 이는 콘서트나 아티스트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엄연히 따지면 불법이라는 뚜렷한 한계가 있기에, 이에 대한 갈등 역시 늘 있어왔다. 콘서트에 대한 불법 촬영을 적극적으로 규제하는 기획사들도 적지 않았고, 여성 팬들에 대한 공연 스태프들의 과잉 대응 문제 역시 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Boyend Live>는 이런 문제들로부터 더 자유롭다. 이전까지 10만 원에 달하는 콘서트와 고가의 실황 DVD를 따로 구매할 필요 없이, 훨씬 적은 금액으로 실시간 공연과 다시보기 서비스를 함께 소비할 수 있기에 콘서트에 대한 진입장벽은 이전보다 훨씬 낮아졌다. 물론 불법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문제를 직면하기는 했지만, 공연에 대한 유통 경로를 최소화함으로써 퍼포머들과 SM엔터테인먼트는 공연 저작권에 관련된 문제-그리고 비용 문제-를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각 공연장에 맞춰 세트를 수정하거나 관객들의 시야를 가리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제약되었던 촬영 환경의 변화 역시 달라진 점이다. 대규모의 세트나 안무, 연출을 모바일 디바이스라는 폐색적인 환경에 담아야 한다는 과제는 카메라 이동과 그래픽 작업을 이용한 연출, 각 멤버들의 개인샷에 집중한 개인캠으로 비주얼적인 아쉬움을 해결하고자 한다.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부재하다는 점 역시 추첨을 통한 팬들의 영상 송출로 어느 정도 대체하려 하고 있다.

이제 막 도입된 전략인 만큼 마냥 새롭고 흥미로운 지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이지 못한 송출은 '실시간'이 중요한 온라인 콘서트(오프라인 콘서트라도 마찬가지지만)의 존재 이유에 치명적이다. 공연의 실시간 관람과 녹화본을 보는 것이 엄연히 다른 감상 행위인 것처럼, 라이브 콘서트에서 안정적으로 영상을 송출하는 것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PC와 같이 폐색적인 환경에서의 라이브 영상이 '콘서트 관람'이라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대신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장기화되고 있는 판데믹이라는 환경에서 <Beyond Live>는 어쩔 수 없는 대체재이지만, 우리들이 이전에 누려온 공연 문화를 온전히 대체하기에는 그 특성이 너무나 다른 '제품군'이다. <Beyond Live> 뿐 아니라, 최근의 음악 방송과 유튜브 라이브 등 다른 공연 콘텐츠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코로나 19는 퍼포머와 공연장, 관객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 개념을 물리적으로 해체해버렸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공연과 비슷한 형태를 한 다른 이질적인 무언가 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류가 경험을 기록물로 대체한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여행을 떠나는 것과 여행기를 읽는 것은 다르고, 모닥불 ASMR을 켜 둔 것과 실제 모닥불 앞에 있는 것은 같지 않다. 장기화되고 있는 판데믹 한가운데 떨어진 아이돌 팝 시장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Beyond Live>는 공연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익 창출-에 대한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고, 수익적인 면에서 생각해본다면 결과는 성공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지난 경험들을 대체할 '뉴 노멀'이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인 상태로 남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판데믹 가운데로 떨어진 K-POP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