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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톰림의 HR이야기 May 02. 2024

Wrap up_3인분 같은 1인분처럼 일하고 싶어요

연봉은 3인분. 근무시간은 1인분이요. 아니 0.5인분은 안될까요? 

앞선 101에서 근로시간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해 봤습니다. 


근로시간은 표면적으로는 급여의 대가인듯하지만, 실제로는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과정이기에, 그 값이 정당하냐에 대해서는 근로자나 기업이나 본인의 편의에 맞게 해석할 수 있는 복합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겪은 어떤 조직에서도 이 논쟁은 항상 반복되었던 것 같습니다. 


근로시간하니까 떠오르는 재밌는 경험이 있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주 40시간이요? 그러니까 왜 일을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데이터 분석 포지션의 인턴쉽 종료를 통보해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조건부 정규직 전환 포지션이었는데, 아쉽게도 인턴십의 평가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불합격을 통보하는 자리는 HR담당자에게 언제나 부담스러운 자리지요.

하지만 인턴 오리엔테이션부터 중간평가, 종료평가까지 단계별로 가이드와 피드백을 제공해 주었고, 다소 부진하다는 메시지가 지속 전달되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하지 않을까 생각하여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구구절절이 전환심사의 불합격 사유를 설명하는 저에게 보인 그 친구의 반응은 사뭇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아, 다행이네요. 전환될까 봐 걱정했어요. 계속 일하시라고 하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 고민했거든요." 


'엥..? 그러니까 이 회사가 전환될까 두려운, 그 정도의 악덕기업이었나..???'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갈 찰나, 

그 친구는 제 예상을 벗어나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제가 일을 해보니까, 저는 주 5일 근무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매일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하게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조건이 좋지 않아도 제가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 그렇구나. 월화수목금 출근해서 일하는 게 힘들었나 보구나...'


MZ에 발끝을 걸치고 있는 나이임에도, 

확실히 이 세대는 다르구나... 변화를 크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주 5일 근무도 세상 편해진 거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 데, 이제는 주 40시간의 근무도 기피하는 시대가 되었더군요. 


HR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막연히 '요즘 애들은 근성이 없어!'라고 치부하기에 큰 패러다임의 변화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유연근무제니, 원격근무제니 근무환경 관련 제도를 많이 다뤄봤지만, 코로나19 이후로 시간 자원에 대한 자율성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태도 변화가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지게 된 계기였거든요. 


"그렇죠. 저도 주 5일은 힘들긴 해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본인에게 맞는 형태로 일을 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그렇게 면담을 마무리했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쯤 본인이 만족하는 근로형태와 소득을 이루고 있을까요? 


시간 자원에 대한 자율성 : 근로시간의 유연화는 복지일까?

 앞서서 저는 시간 자원에 대한 자율성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활용하고 싶다는 요구이지요. 이렇게 자율성을 높이는 것을 뭐랄까 일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연근무제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당근이 되기도, 채찍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시간보다 성과의 값을 따지는 조직이라면 유연근무제가 상당히 가혹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과의 측정과 이에 따른 평가 혹은 피드백이 상시화 된 조직이라면 얼마의 시간을 일하든 상관없이 성과에 대한 챌린지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죠. 단순히 책상을 지켰다거나 야근을 하는 시늉으로는 낮은 성과의 변명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기 때문에, 오히려 단시간 안에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간효율성이 떨어지는 사람, 적시적인 문제 해결을 제공하지 못하는 조직이 될 가능성도 많습니다. 


 시간자원의 유연한 활용은 일과 삶의 경계조차 불분명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느 장소에서나 어느 때나 일 할 수 있는 인프라적인 환경은 이미 구현되어 있거든요. 아이를 하원시키기 위해 오피스를 나섰다가 아이가 잠들면 집에서 야근하는 경우. 상시적인 이슈 대응에 주말이나 휴가에도 일을 대응하는 경우는 이미 흔합니다. 성과에 대한 강도 높은 챌린지가 있는 조직은 오히려 리걸 이슈를 헷징 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측정하고 한계를 정하는 일에 공을 들이기도 합니다. 근로감독관의 관점에서 이 조직은 근로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시간의 값을 무분별하게 착취하는 곳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시간 활용의 자율성이 높은, 유연한 근로제도를 지닌 성과중심조직은 오히려 업무강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근로시간의 유연화를 복지라고 생각하는 관점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짐작하시겠지만 성과가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조직. 어떤 사정으로든 성과로 구성원을 평가하기 어려운 조직입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 질문의 답은 확실합니다. 그저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시간효율적으로 잘 해결하시면 됩니다. 쉽게 생각해서 변호사나 의사가 시급이 높은 이유는 시장이 평가하는 그들의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인데, 그만큼 적게 일해도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죠.


 자, 그럼 HRer를 비롯해 일반 회사원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적게 일하고 많이 벌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그건 성과 중심의 조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조직을 만들고, 성과를 지속 창출하고, 그 성과를 위해 상호 피드백을 나누고, 시간 효율성이 높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것이 상대적으로 적게 일하고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입니다.  


 사실 이런 제도를 싫어하는 관리자나 구성원들도 많습니다. 전통적인 방법은 상대적으로 쉽고 편하거든요. 익숙한 방식으로 조직관리를 하고 싶은 관리자. 느슨한 관리 수준에서 적당히 할당량을 채우고 싶은 구성원. 이런 분들에게는 성과 중심 문화는 불편하고, 힘든 일이 됩니다. 하지만 그만큼 적당한 수준의 리턴을 기대해야겠죠? 


등가교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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