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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알 Nov 03. 2022

울면 뭐하니?

5박 6일 입원검사를 앞두고

마음이 복잡해지는 날이면 이제 브런치를 키려고 한다. 세상에, 그렇게나 꼬박꼬박 브런치를 쓰자고 결심했던 나였는데 이런 사유로 꼬박꼬박 들어오게 되다니. 엄마의 두번째 암 소식에 마음이 착잡하기도, 또 부정적인 생각도 들긴 하지만, 나는 울지 않기로 했다. 엄마는 젊으니까 충분히 버틸 수 있고, 현대 의학기술은 특히 대한민국의 의료서비스의 수준은 무척 높으니까 잘 나을 것이다.


어제는 암환우 카페에 들어가서 엄마와 비슷한 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글을 찾아보았다. 그 사람들의 프로필 내역을 보면서 어떤 글을 써왔는지, 또 어떤 경과를 나타내고 있는지 파악했다. 2017년도부터 작성한 글이 있고 최근에도 카페에 접속하는 것을 보면 건강하게 잘 버티셨구나 라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물론 그러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다.


암환자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다. 출근해서 급히 해결해야하는 일들을 처리한 후 한 숨 돌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암환우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카페로 접속하게 된다. 밤새 여러사람들이 자신의 조직검사 결과지를 카페에 업로드하고, 누군가의 재능기부로 인해 이를 해석하고, 자신들의 병명을 다시 확인하고, 고민하고, 물어보고, 답하고, 이런 과정을 누군가는 보면서 자신의 결과 해석에 도움을 받는다. 누군가의 재검을 보며, 좋은 소식에는 희망을 품고, 좋지 않은 소식에는 마음이 아프다.


새로운 소식이나 정보를 알게 될 경우, 엄마에게 바로 전달하곤 하는데, 이게 혹여나 우리 엄마한테 부담이 되지는 않을지. 자기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더더욱 인지시키게 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고 마음이 아프다. 엄마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라. 단단해지자. 라는 말 조차도 어쩌면 폭력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이런 상태에서는 마음을 더 달래주는 것이 가장 최고의 방법일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어쨌든, 아무튼, 우리엄마는 다시 건강해질거고 이겨낼 것이다. 울면뭐해? 아플수록 단단해질 것이고, 고통스러울 수록 잘 해겨나갈 것이다. 그러다가 가끔 왜 내가 왜 의료인이라는 꿈을 꾸지 않았는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원망도 해본다. 내가 의사였다면, 간호사였더라면, 대학병원에 일하는 사람이었다면 달랐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다 집어치우고 현실에 집중할 것이다. 정성도 들이고, 건강을 위해 노력할 거고, 퇴근 후에는 엄마와 더 얘기를 나누고, 외롭지 않게 만들 것이다. 지인들과의 약속들도, 그 무엇도 나에겐 중요하지 않다. 엄마만 건강했으면, 빨리 회복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


오늘도 점심시간에 봉은사에 가서 초를 키고 올 것이다. 점심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아무렴, 엄마가 건강할 수 있다면, 뭐든 못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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