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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Mar 15. 2024

얘들아 안녕~만나서 반가워

하루 4시간 7살 아이들과 지냅니다.

 아이들을 만나고 첫 주는 아등바등 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에 낯선 이름을 메모리게임 뒤집듯이 맞춰가느라 머릿속이 복잡했다.  맞춰가는 기억 속에서 내 나이가 40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예전에는 이름이 바로 떠올랐던 거 같은데 자꾸만 엉뚱한 이름이 튀어나온다. 나이가 드신 어른들이 가끔 내 이름을 바꿔 부르면 괜히 서운하고 섭섭했는데 이제는 이유를 알 거 같아진다.  본인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눈으로 본 게 머리로 전해졌지만 입으로 나오려고 할 때 오류가 생긴다.

메모리게임 중인 아이들

 띵동 벨이 울리고 나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하원을 시킨다. 매일 흘러가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무탈하게 지나가기를 바라본다. 너무 힘을 줘서도 그렇다고 해서 힘을 풀어놓아서도 안 되는 적정한 쥠에서 나는 저릿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나 보다.  아 이제 알 거 같아라고 하는 순간 실수라고 포장하고 싶은 일이 터졌고 왜 이런 일은 그토록 맞추기 힘든 로또의 숫자처럼 딱딱 맞아져 나를 아찔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등이 오싹해진다.


 아이들의 눈에서 즐겁게 배워가는 기쁨을 느끼게 해 줘야지라는 마음에 열정을 가져본다.  반짝이며 찡긋 웃는 그 미소가 좋아서 아이들에게 애정을 보내 웃어본다. 아이들은 이내 어색함의 선이 풀어졌는지 원래의 기질대로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한 발로 뛰어다니며 나를 긴장시킨다.  내 마음에 있는 온기를 걷어내고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에 대해서 단호하게 다가서보기도 한다. 선을 팽팽하게 땡겨보았다 풀어보았다 제발 다치지만 말아주렴이라는 간절한 기도를  수십 번 올려본다.


 한마디로 내가 기가 빨리고 있는 중이다.  기운만 빨린 게 아니라 2주 일했을 뿐인데 살이 2kg나 빠졌다. 돈 벌면서 다이어트 한 셈이군 이라며 긍정으로 생각의 회로를 옮겨본다. 부작용은 눈이 휑해졌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첫 주는 놀이를 통해 친구와 친해지기 활동을 해보았다.  아직 이름을 몰라 서로 야, 너!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있어 다양한 활동으로 서로 친밀한 관계를 갖도록 해보았다.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노래로 각자 자기소개를 해본다. 수수께끼로  친구의 이름 맞추기 게임을 하기도 하고 눈을 가리고 감각으로만 친구를 맞춰본다.  깔깔깔 웃으며 아이들은 재미있다며 또 하고 싶다고 난리다.

눈 가리고  친구 맞히기


 아이들이 웃으니 나까지 웃게 된다. 무료하게 집에서 보내던 시간들이 아이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아이들과의 시간이 주는 행복함이 나에게 활력을 준다.


단 여전히 누가 그랬어요~라는 말과  서툰 운동신경으로 신이 나 놀다 서로 박치기를 하거나 턱이 다치기도 한다. 책상 밑에 연필을 주으려다가 혼자 모서리에 찧어 이마가 퍼렇게 멍이 들기도 하는 돌발상황도 일어난다.  16명이 동시다발로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고 다칠 뻔하는 순간을  나의 두 눈으로 멀티화면을 돌리 듯 지켜보고 신경 써야 한다는 건 쉽지 않지만 말이다.


아직은 3월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난 이 시간의 소중함을 나는 오래 기억하고 싶다. 8살이 되어 학교에 가고 커 가는 동안 어린 시절 동글동글하고 침 튀어가며 귀엽게 말하던 너희들이 구구단을 외우고 분수를 배워가는 시절이 되더라도 지금 가진 특별한 순수함을 기억해주고 싶다.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행복한 추억을 일 년 동안 가득 담아 무탈하게 일 년을 보내길 바란다.  


얘들아 안녕~ 만나서 반가워~


신나는 체육활동
흥이 넘치게 논 후 마음 가라앉히기 숨 들이마시고 내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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