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격이 이 직무와 맞을까?"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직무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던 기간이 있었다. 미국 IT 기업에서 시작된 이 직무에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점차 한국 IT 기업에서도 프로덕트 매니저를 채용하면서 더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나 역시 지인 혹은 동료들로부터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직무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들은 세일즈, 마케팅, 혹은 프로그램 매니저들이었는데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무로 변경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누군가는 프로덕트 매니저로 직무를 변경한 후 잘 적응한 것에 비하여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어려워하던 친구들도 있었다. 오늘은 그들을 지켜봐 오면서 느꼈던 프로덕트 매니저와 잘 맞지 않았던 친구들이 갖고 있었던 3가지 성격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1.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는 성격
프로덕트 매니저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빼앗아 가는 것은 회의와 결정이다. 같이 협업하는 부서들로부터 새로운 의견을 받고 조율을 해야 하는 프로덕트 매니저는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여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만약 결정을 내리는 것을 어려워하여 자주 미루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제품을 맡게 된다면 제품 개발과 운영 모두 진행이 더디게 된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결정을 잘 내리는 것도 아니고 항상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상태로 결정을 내려서 아쉬운 결과를 초래한 적도 있었으며 필요할 때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프로젝트를 지연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본인의 부족한 점을 배우고 개선해 나가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 본인이 평소에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방법은 있다. 경험이 쌓이거나 상사에게서 배우면서 본인만의 프레임워크를 만들면 된다.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 중 Bias for action이라는 원칙이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리더들은 계산된 리스크 테이킹을 중요시 생각한다는 것이다. 더 간단하게 설명하면 내가 내릴 결정이 되돌이킬 수 있는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되돌이킬 수 있는 결정이라면 먼저 결정을 내린 다음 만약 잘못된 선택이라고 파악될 때 돌이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결정을 본인의 직감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결정을 내리기 전 데이터 혹은 고객의 소리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데이터, 노하우 혹은 프레임워크, 그리고 직감을 적절하게 적용하며 결정을 내리면 된다.
2.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성격
우리 주변에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시라도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상처받을까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친구들 중 이런 성향이 자주 보이는데 주변에 둔다면 충분히 좋은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일하기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성격이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부서 사람들과 협업하며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당연히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은 그런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해 나가면서 제품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 어느 리더나 그렇듯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다 (물론 그럴 수 있다면 베스트이겠지만 말이다).
비록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업무적으로 훌륭한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려고 노력하면 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독단적인 사람이 되면 안 된다. 무조건적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 귀담아들으며 좋은 의견들을 적용하고 수용할 수 없는 의견에 대해서는 정당한 이유를 내밀어야 한다. 때론 주변 동료가 반대를 하더라도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어야 한다. 반대로 상황에 따라서 상대방의 의견을 적절하게 수용하면서 결정을 내릴 줄도 알아야 한다. 언제나 적당히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프로덕트 매니저는 그 적절한 밸런스를 잡아가며 적당히 주변 사람들과 의견을 관리해야 한다.
내 팀원 중 쾌활한 성격을 가진 친구가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항상 본인의 도시락을 같이 앉은 동료들에게 권하고, 주말에 재밌는 이벤트가 있다면 함께 가자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성격이다. 우리 팀에 오기 전 주변에서 다들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그가 처음 프로덕트 매니저 업무를 하게 되었을 때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다. 특히 옆에서 바라본 그는 본인과 반대되는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을 무척이나 어려워했다. 대부분의 경우 반대 의견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 본인의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는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정도가 점차 심해지자 그 친구와의 1:1 회의를 통하여 솔직한 피드백을 전달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은 좋지만 처음부터 아닌 부분은 아니다고 말해주는 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겠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프로덕트를 총책임지는 리더로서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딱 잘라 말해주는 것이 다른 타 부서 동료들을 위한 선택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그런 피드백을 준다고 하여 그의 성격이 갑자기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는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변하고자 하는 모습도 같이 보여준다. 다른 프로덕트 매니저처럼 단호하게 말하지 못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덜 상하게 설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그 역시 멋진 프로덕트 매니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3. 정해진 업무를 하는 것을 선호하는 성격
프로덕트 매니저는 본인이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를 받아들이는데 유연해야 하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썩 좋아할 만한 직무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서 사내 최고 전문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특히 제조업과 같은 산업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본인이 쌓아온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회사에서 필요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프로덕트 매니저는 개발, 법무, 세금 등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전문가가 되는 직무다. 부족한 정보를 어떻게 공수해 올 것이고 타 부서의 의견 조율을 어떻게 할 것이며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 내는 것에 대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나 역시도 매년 새로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라며 오랜 시간을 고민한다. 그리고 결국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내고 나서 얻게 되는 성취감에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직무를 놓지 못하는 것 같다.
오늘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런 성격은 프로덕트 매니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아니다. 이런 성격을 갖고 있더라도 본인이 노력한다면 훌륭한 프로덕트 매니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본인만의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좋은 결정을 내리고, 일을 하며 다른 사람의 미움을 얻을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는 것도 적응하다 보면 오히려 재미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니 오늘 내용을 통해서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요구되는 상황 혹은 성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