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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바에 가는 법

바에 가자. 혼자도 좋고 같이도 좋고. 좋은 바라면 더 좋겠다.

잠실새내 Bar Viva La Vida (2017년도 필자의 방앗간-지금은 놉)

- 처음에 바에 가기가 쉽지는 않다. 문도 무거워보이고 가격도 비쌀 것 같다.(비싸긴 하다. 그렇게 마셔대지만 여전히 비싸다) 그렇지만 어차피 사람 사는 동네다. 문 열고 들어가면 사람이 있고, 사람이 파는 술이 있다.


- 바에 처음 가본다면, 술을 잘 모르는데 이런 곳에 가도 될까 싶고, 문도 막 무거워보이고 할 것이다. 하지만 술이란 음료의 역사와 같이 방대한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파는 사람도 정확하게 알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어떤 바텐더도 손님이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니 당당하게 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물론 바 문을 걷어차진 말자... 공손히...조심히....

 * 그렇다해서 바텐더나 잘 아는 사람 앞에서 아는 척 하지는 말자. 아는 척을 하고싶다면 질문형으로 바텐더에게 동의를 구해보자. ‘아 이게 어떤 어떤 거라면서요? 맞나요?’ 이거 은근 꿀팁이다.


- 문을 열고 들어가서 자리를 잡자. 무조건 바에 앉자. 바에 자리가 없거든 기다렸다가 바에 앉자. 물론 당신이 혼자 혹은 두명이라는 전제 하에 말이다. 세명이 넘고, 가게에 테이블석이 준비되어 있다면, 그럴땐 테이블에 앉는 것이 예의다.


아....자리가 없어요??

하루가 너무 힘들었던 사람이 위로를 받기위해 안간힘을 내서 바에 왔는데, 단체 손님 때문에 가득차서 구원의 한잔을 마실 수 없다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구원 받는 것은 주로 나같은 사람이므로... 바에 자리가 없으면 울고만 싶다.)


- 바에 앉았다면 이제 주문을 해야한다. 하기 싫다고 해도 바텐더가 와서 말을 걸을 것이다. 이때야말로 바에서 나갈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메뉴를 뒤적거리는 척을 하다가 나가야 한다. 내게 가격이 너무 비쌀 수도 있고, 너무 시끄러울 수도, 너무 어두울수도 있다. 여기서 술을 마시는 게 부담스럽다면 당당히 나가면 된다. 나가는 것을 두려워말자.

I’m out.

 * 믿고 걸러야 하는 바의 모습

확실히 내 스타일은 아니다.

   1. 무한리필 칵테일 바는 바가 아니다. 싼 가격에 다양하게 마셔보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자판기 커피가 커피이던가. 용도와 방향이 다르다. 저가형 뷔페에서 먹은 건 스파게티지 정통 파스타는 아니다.(물론 두개가 뭐가 다르냐고 하는 사람은 분명 있겠지만)

말리진 않겠다. 그대신 나랑 친구하지는 말자.

  2. 토킹바는 더더욱 바가 아니다. 그저 양주를 파는 주점일 뿐이다.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느낌이 쎄하다 싶은데 가격이 어마어마하면 그곳이 토킹바다. 그럼 그냥 죄송합니다~하고 나오면 된다.



여기서 저기까지 다 메뉴라구요...?

- 칵테일이나 술을 마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제 주문을 해야한다. 뭘 마셔야할지 모르겠다는 거 잘 안다. 난 매번 앉을 때마다 고민이 가득이고, 아는 것도 많이 없어서 매번 어렵다. 그럴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당신 앞에 서있는 바텐더가 바로 전문가다. 바텐더에게 물어보자.


- 물어볼때는 컴퓨터를 잘아는 공대생 친구에게 컴퓨터를 맞춘다 생각하고 질문하면 된다.

  나는 어떤 컴퓨터를 쓰고 있거나 써봤고, 어떤 용도로 컴퓨터가 필요하고, 어느 정도 가격대를 생각하고 있다.

처럼 칵테일을 주문하면 된다.

저는 뭐뭐뭐 먹어본 것 같고, 그건 어땠고, 오늘은 좀 피곤해서 도수는 쎄지만 단거나 새콤한 게 마시고 싶다. 가격은 너무 비싸지 않았음 좋겠다.

초심자라고 얘기하면 바텐더가 이것저것을 물어보면서 찰떡처럼 칵테일을 만들어 줄 것이다. 물론 좋아할만한 것이 나올 수도 있고 별로인게 나올 수도 있다. 그럼 또 내 느낌을 말해주면 된다.

Bar Viva la vida의 시그니처 네그로니

괜찮긴한데 너무 달다거나 쓰다거나 도수가 쎄다거나 그런 얘기를 하면 바텐더가 해결을 해준다. 좀 더 저어서 줄 수도 있고, 시럽을 덜 넣어서 다시 만들어줄 수도 있다. 또 당장 해결은 못해주더라도 다음잔에 반영해줄 수도 있다.


- 술이 마음에 들었다면 사진을 찍고 이름을 물어봐서 적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에는 술 이름이 그렇게 기억이 잘 안난다. 다 외국어이고 들어가는 재료도 복잡하기 그지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난 아직도 다음날 사진첩에서 칵테일 사진을 봤는데도 뭔지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름을 적어두고 사진을 찍어두면 다른 바에 가서 주문할때도 도움이 된다.

 어느 바에 가서 이걸 먹었는데 되게 맛있었다. 이런 스타일이지만 다른 걸로 추천해주면 좋겠다!
술쟁이의 사진첩은 이런식이다.


- 개인적으로 난 칵테일을 주문할 때는 딱 한가지 메뉴가 떠오른 때가 아니면 몇개의 조건을 걸고 부탁을 한다.

 ‘오늘은 데킬라가 마시고 싶은 날이니까, 데킬라랑 과일 들어간 걸로 한잔 주세요. 도수는 너무 세지 않게!’ ‘진은 싫구요. 마지막 잔이니까 푹 자게 위스키 들어간 진한걸로 주세요.’

처럼 주문하면 바텐더가 이것저것 물어가며 준비해줄 것이다.


- 좋은 바라는 것은 여러가지 조건과 내용이 있겠지만, 내게 좋은 바는 내게 맛있는 술을 적당한 가격에 내어주는 바텐더가 있는 바다.

Bar yots의 다이커리. 지친 날, 그 달콤한 상쾌함이 힘이 된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것을 주문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들을 마셔보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나가길 추천한다. 적당한 순간이 왔을 때 그 한잔이 당신의 일상을 달래기도 구원하기도 하고 함께 웃어주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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