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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술맛 찾기 - 상

니맛도 내맛도 아닌 비싼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해.

추천해주세요
대대손손 소문나게 맛있는 걸로 한잔 추천해주세요

0. 바에서 가장 많이 하게되는 말이 뭘까.

아마도 “추천해주세요” 일 것이다. 혼자 오건 둘이 오건 떼로 오건, 처음 오건 단골이건, 이 대사를 어떻게든 한번은 하게된다. 나도 무척 많이 해봤다. (제발 이젠 먹을 거 좀 골라 오라는 바텐더에게도 추천을 강요하기도 해봤다.) 추천을 많이 하고 많이 받기는 하는데, 실패하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 왜일까.


뭘 어떻게 주문해야 할까.
뭐먹지는 진정한 불멸의 고민이다.

1. ‘술이 뭐 취하기만 하면되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문제는 되게 쉬운 문제일 수 있다.(싸고 쎄고 양많은 걸로) 하지만 한 숟갈 한 모금도 의미있고 맛있게 먹고싶은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이 문제는 무척 어렵다. 그리고 나같은 술쟁이뿐만이 아니라 아마 매일 추천을 해야하는 입장인 거의 모든 바텐더들의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몰라요; 바텐더님이 좋아하는 걸로?
바텐더 : 어떤 거 드릴까요?
손님 : 추천해주세요!
바텐더 : 어떤 칵테일 좋아하세요? 즐겨 찾으시는 베이스 있으세요?
손님 : 칵테일은 많이 안마셔봐서...
바텐더 : 그럼 어떤 맛 좋아하세요? 상큼한거? 좀 도수가 있어도 괜찮으세요?
손님 : 네! 좋아요.
바텐더 : 베이스는 위스키? 럼? 진?
손님 : 위스..키?
아마도 저 손님은 위스키 사워를 마시게되지 않았을까?              Photo from cooks illustrated - Tim Chin

위 같은 상황은 바에서 아주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칵테일을 처음 마셔보는 손님과 그 손님에게 맞춰 칵테일을 내려는 바텐더 사이엔 물음표 가득한 대화가 오간다. 술을 많이 안 마셔본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불가피한 일이지만, 과연


저 손님은 저 주문으로
소위 인생 칵테일을 만났을까?
이게 맛이... 이르케이르케 있네요....? 처음 먹어보는....?

저 손님은 정말 상큼한 걸 좋아하고, 도수가 있는 술도 괜찮았을까? 베이스는 위스키가 적당했을까? 입맛에 맞았을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건 왜일까.  


왜 추천을 받았는데도 저랑 안맞죠?

2.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대부분의 손님들은 주문을 함에 있어서

술이 뭐가 있는지 모른다.

그중에 뭘 마셔봤는지 모른다.

무슨 맛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좋아하는 맛을 설명할 줄 모른다.

물론 모두 다 잘하는 술잘알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나 역시 여전히 칵테일이 뭐가 있는지 잘 모르고, 마셔본 건데 기억 못하고 또 시켜서 또 실패한다. 좋아하는 칵테일이라도 다른 바에 가서 시켰다가 실패하기도 한다.


바에서 고통받는 초심자의 주문과정은 마치 미용실에서 방황하는 내 모습과 비슷하다. 난 어떤 스타일이 있는지 모르고, 뭘 해봤는지 기억을 못하고, 그 중 어떤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었는지 어떻게 잘랐는지 기억을 못한다. 그러면 결국 그냥 다음과 같은 상황이 된다.

난 내 두상이 예쁜지 반삭발을 해보고 알았다. 물론 뒷통수만.
미용사: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나 : (애절) 어떻게 해야할까요?
미용사 : 리젠트 스타일로 하고 옆머리랑 숱 좀 정리할까요?
나 : (동공지진) 그러면 될까요....?

혹은 남자머리 스타일이라고 검색하거나 잡지를 뒤적여서 준비를 조금하면 다음과 같을 때도 있다.

미용사 :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나 : (당당) 슬릭백으로 잘라주세요.
미용사 : 좀 독특한데 괜찮으세요?
나 : 네 해주세요!
내가 잡지에서 본건 이게 아니었는데....
나 : (안경착용 후 사태확인) 응.......?
미용사 : 세팅 해드릴까요?
나 : (동공지진 및 원한 스타일이 슬릭백이 아니란 것을 인지)네.. 가...감사합니다....


바에 대한 경험은 이것과 비슷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처음에 그냥 순수한 상태로 가서 아예 바텐더에게 맡겨버리거나, 다음번에 조금 찾아보고 가서 주문했다가 결국엔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약은 약사에게 술은 바텐더에게)

* 콩떡처럼 얘기했는데 찰떡처럼 알아듣고 딱 맞게 나왔다면 바텐더에게 감사하자. 당신은 당신의 바와 바텐더를 찾았다.


물론 머리 스타일과는 달리 내게 맞는 술을 못 시켰다고 해서 며칠간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여전히 가슴이 아플 순 있다. (가슴보다는 지갑이 아플것이다.) 커피가 오천원이여도 가슴 아픈 우리에게 적어도 만오천원짜리 술이 실패하는 것은 끔찍히 아픈 기억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3. 돈 아깝지 않게 자알 시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결국 (술이 아닌 무엇이 되었든 비슷하겠지만) 내 취향에 맞추기 위해선 술이 뭐가 있는지 배우고, 내가 그 중 무엇을 마셔보았는지, 어떤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내 마음에 딱 맞게 만들려면 어떤 식으로 만들어주어야 하는 지 정도는 알아야한다. 그리고 그쯤은 해야 ‘내가 이걸 덤터기 안쓰고 제값에 제대로 먹고 있나’ 같은 의심없이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어이 손님 이거 한번 잡솨바

여기서 내가 혹은 바텐더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첫번째와 네번째 정도 이다. 어떤 술이 있는지 알려주고, 어떤 게 맘에 든다면 그런 좋아하는 맛을 내려면 어떻게 주문해야하는 지 알려줄 수 있다.


* 그리고 그것이 내가 술을 업으로 삼으면서 해나가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즐거운 술생활을 위해 어떤 술이 있는지, 어떤 맛을 따라가면 되는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내 목표다. 그 과정의 일환으로 이 브런치가 있기도 하고.

잠깐만 니가 술을 설명한다고....?

‘내 술맛 찾기-하편’에서는 상식 수준인 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뤄보려고 한다. 물론 술덕후 따위인 내가 하는 얘기는 오류와 추측 투성이겠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노력해서 써보겠다. 우리 존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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