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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샤워라고요? 샤워? 사워 아니고?

제가 해도 비슷하겠죠.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

0. 오늘도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하게 웹서핑을 하는 헤비인스타그래머, 헤비페북커의 나날이었다. 그런데 페북을 보다가 제임슨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한 피드를 보고 말았다. 그나마 제일 제대로 한다고 믿고 있던 제임슨에서!!! 그래서 이 글을 쓰고야 말았다.

위스키 샤워라니... 샤!워!라니...
게시물에 샤워가 6번 나온다. 6번....!

2000년대 초반 대학가 맥주집에나 있었을 법한 표기에 놀라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고 이 글을 적게 되었다.

아 분명 실수였을 수도 있다. 쿼티자판 기준 거의 인접한 자판이기도 하고 혹시나 블랙베리로 업로드했다면 나올 수 있다고 인정하는 부분이다.(블랙베리 유경험자로서 공감가능) 충분히 오타가 나올 수 있다.

아 그리고 위스키로 샤워하세요라는 문구를 위해 라임을 맞추고자 의도적으로 저렇게 적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글도 아는데, 영어로 sour라고 괄호속에 살며시 담아 표기해줄수도 있지 않았을까 작은 바램을 담아.... 보려고 했지만,

전혀 작은 바램으론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다. 인스타에도 잘못 업로드 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게시물 속 샤워가 6번 나온다. 6번! 게다가 금요일날 업로드가 되었으니 벌써 3일째 저렇게 업로드 되어있던 것이다!!! 3일을!!!!!



1. (후 분노를 가라앉히고..) 그 놈의 사워를 샤워로 잘못 표기한게 뭐가 그리 대수일까. 농담일 수도 있는데 웃자고 한걸 죽자고 덤벼들고 난리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저 위스키 사워라는 칵테일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위스키 사워(Whiskey Sour)란 위스키를 넣은 사워 칵테일이란 뜻이다. 그리고 사워 칵테일이란 술과 설탕(sweetner), 그리고 레몬 혹은 라임즙(citrus juice)를 넣어 만드는 칵테일이다. 레몬이나 라임즙이 들어가니까 술이 ‘시다’해서 신 칵테일, sour cocktail, 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제 샤워(shower)라는 말이 얼마나 잘못된 표기인지 감이 올지 모르겠다.

사랗해요 퀸

그러니까 지금 사워를 샤워라고 잘못 적은 것은 Rock을 록이라고 안적고 럭이라고 적은 셈이다.(락이라 하지 않느냐 하면, 사워는 사우어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도 전세계에서 유명한 록밴드의 앨범을 유통하는 대형 국내 유통사의 공식 페이스북에서 말이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일까.


아일랜드 출신 정통 럭밴드
제임슨의 신곡을 즐기는 법.
정통 럭 스피릿으로
다들 굿 럭!



2. 사실 저 단어 하나만 문제 있는게 아니다. 저 게시물 상의 레시피에는 두가지의 문제점이 더 있다.


일단 첫번째는 사워에다가 탄산수를 추가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머랭(?)을 쳐서 칵테일 위에 올린다는 것이다. 칵테일을 좀 아는 사람이라는 저 레시피를 보면서 으엑 그게 무슨 짓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레시피를 바꾸는 것은 엄연히 자유니까 그럴 수 있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일단 위스키 사워에다가 탄산수를 넣어서 만드는 위스키 피즈라는 칵테일이 있다. 그리고 엄연히 피즈와 사워는 다른 것이다. 반드시 구분해서 적어야한다. 아메리카노를 에스프레소라고 적으면 그게 말이 되는 일인가. (게다가 피즈(fizz)도 사워(sour)와 유명도에서는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대중성을 위해 사워라고 표기했다고 하기에도 문제가 있다.) 위스키 피즈라고 적던지 위스키 사워 소다라고 적었어야 했다. 스파클링 위스키 사워라고 하던지.


제임슨 페이스북 페이지 자체가 술에 대한 입문자를 대상으로 한 피드가 주요한 페이지이기 때문에, 탄산수가 들어간 레시피를 사워라 적어서 올릴 때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만들어 마셔보고 “으엑 사워는 노맛이네” 하고 사워를 찾지 않는다면 그것은 얼마나 비극인가.(본인은 피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피즈에는 계란 흰자를 넣지 않는다. 계란이 날 것이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거나 얼음이 많이 녹으면 비린내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마시는 롱 드링크(기다란 잔에 나오는 술즐)에는 계란 흰자를 넣지 않는다.


글을 쓰는 사이에 사워로 바뀌었다. 지금 시간 28일 월요일 정오.

그리고 계란 흰자로 머랭을 쳐서 올리는 것도 생각해봐야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사워에 계란 흰자를 넣은 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주로 흰자를 함께 쉐이킹을 함으로써 칵테일에 질감(texture)을 주기 위함이다. 칵테일 맛이 나는 거품(foam)이 액체 위에 떠 있으면 마시는 것이 한층 다채로워진다.


하지만 함께 쉐이킹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머랭을 쳐서 올리면 그 효과가 확연히 줄어든다. 아무 맛도 안나는 거품이 올라가 있을 뿐이다. 롱 드링크로 마시기 위해 쳐서 올렸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효과가 의문이다. 굳이... 왜....?

한땀한땀 장인이 만든 칵테일은 아니니까...

그래도 레시피는 자유니까 머랭을 쳐서 올릴 수도 있다고 치자, 그렇지만 이건 홈메이드 레시피가 아니었나. 지거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계량도 하지말고 위스키를 잔으로 붓고 설탕도 밥숫가락으로 넣었다. 근데 계란 흰자를 머랭까지 쳐서 넣는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츄리닝에 슬리퍼를 신고 공들여 머리 세팅을 하는 기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3. 내가 가장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 모순적인 부분이다. 20대의 입문자를 위한 편리하고 대중적인 것을 주창하면서, 그것에 대한 고민없이 기존의 프리미엄을 형식만 맞춰 대중으로 바꿔놓는 모순적 부분들말이다. 20대를 분석하고 컨설팅을 받으면서 이것 저것을 고민했을 것이다.

닐슨의 트렌드 리포트
저도수 주류를 좋아하고 맥주가 뜨고 있고 발포주가 강세를 보인다. 그들은 편의점에서 주로 쇼핑을 하고 퇴근하고 집에서 혼자 한잔하는 혼술문화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뽑아내면 ‘편의점 재료로 한 혼술용 저도수 스파클링 칵테일’ 이란 것이 나왔으리라 예상해본다. 의도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돈이 안되는 소비층이라서 그런진 몰라도 계층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고, 그래서 디테일이 없다.


잭 다니엘의 공식 페북페이지에 올라온 영상이다

잭 다니엘에서는 맨하탄을 만드는 영상 속에서 지거가 없는 사람을 위해 플라스틱 잔에다 계량을 하고 플라스틱 잔을 스트레이너로 쓰기까지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근데 지거가 없어 플라스틱 잔에 계량을 하는 사람이 스윗 버무스도 있고 비터도 있다. 게다가 쿠페 글래스도 있다. 쿠페 글라스는 영상미 때문이라고 쳐도, 비터와 스윗 버무스가 집에 있는 사람이 지거가 없을까.


남던에서 정신을 차리니 내 손에 있었다

나는 꽤나 관심을 갖고 주류를 소비하는 20대다. 우리 집에는 쉐이커와 바스푼, 비터 같은 것들이 모두 갖춰져있다. 심지어 쿠페 글래스도 있다. 사워 칵테일도 종종 해먹는다. 하지만 피곤에 젖어 집에 들어와 사워를 해먹진 않는다. 기껏해야 위스키나 니트로 따라 마시거나 맥주를 캔째로 마신다.


칵테일을 집에서 일상적으로 마시며, 레몬도 사고 라임도 사고 계란도 사서 쉐이킹도 하는 20대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자취하면 얼음도 없는데 무슨...) 나도 별종인데, 그런 사람이 있을까. 바텐더들도 집에선 잘 안해먹을거다. 미국에서도 파티나 손님을 초대한 때가 아니고서야 집에서 칵테일을 품을 들여 해마실까?


4. 이런 비난을 줄줄이 쓰는 것은, 애초에 제임슨의 피드에 화가 났던 것은, 아쉬워서 그렇다. 그동안 제임슨의 피드를 보며 만족해하고 그들의 BTL 마케팅을 응원해왔었다. 그들의 갖고 있는 폭 넓은 이해도와 그것을 풀어내는 실력에 좋다좋다 박수를 쳐왔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어처구니 없음과 아쉬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내가 아닌 다른분의 댓글과 제임슨측의 대댓글

게다가 언어유희라고 툭 던지고 수정해버리고 마는 모습은 굉장히 실망스럽다. 담당자와 콘텐츠 편집자와 담당부서 결제권자가 모두 사워를 샤워로 나가는 데 오케이를 했다고 생각하니 업계의 전문성에 의심이 든다.

유머를 판단하려 드는 건 그 자체로 우스운 일이지만, 저게 유머인가 싶기도 하고. 나만 이상한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솔직히 저게 말이야 막걸리야 싶잖아...


애타는 마음에 너무나 가슴 아프고 화나고 답답한 오전이었다. 잘하자 우리ㅠㅠㅠㅠㅠ


세줄 요약
1. 제임슨이 사워를 샤워라 써서 레시피를 올림.
2. 근데 그 레시피도 사워라 보기 힘듬.
3. 3일후 언어유희라고 대댓글 쓰고 수정.




* 술꾼의 주절거림 : 진정으로 입문자에게 다가가려면, 일본처럼 RTD(ready to drink)칵테일을 캔으로 담아 저렴하게 팔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콜라보라도 해서 세트를 만들어 팔기라도 해야할 것이 아닌가. 터무니 없는 레시피 말고. 본사 승인 받아서 한정판 병입 칵테일해서 간도 좀 보고, 잘 되면 상품화도 해보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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