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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hee byun Oct 27. 2024

두 번째 쿠키

셀프 도배의 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고요하고 나만의 공간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어쩐지 나를 더 안정시켜 준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인생은 혼자서 걸어가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당연했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가 있어도, 결국 인생의 책임은 스스로 짊어져야 하며 혼자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최근에 셀프 도배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혼자서 벽지를 붙이기 위해 준비하고 팔을 뻗는 일이 생각보다 버거웠던 것이다. 벽의 크기는 생각보다 컸고, 벽지를 바르게 붙이는 일은 마치 나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큰 도전처럼 느껴졌다. 그때 친구 A가 문득 떠올랐다. 평소에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보다 혼자서 해결하려고 애쓰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 손길을 뻗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


“생각보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 많구나.” 하는 마음을 갖고 있을 때, A가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벽지를 붙이고, 흠집을 메우고, 가구를 옮기는 일까지 함께해 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손에 풀 자국과 페인트가 묻어나는 것을 보며 웃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 소동을 벌이며 모양새를 갖추어가는 벽을 바라보았다.


작업을 마친 후, 우리는 나란히 집 앞을 걸으며 피곤한 몸을 식혔다. 문득 고개를 들어 A에게 “고마워, 너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번 일을 통해 소중한 친구의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 혼자의 힘으로는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는 A의 다정함과 세심한 배려가 내 마음을 녹였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쿠키 상자에서 두 번째 쿠키를 꺼내 입에 넣었다. 그 쿠키가 달콤하게 녹아들며, 오늘의 고된 하루가 천천히 풀리는 기분이었다. 쿠키 한 입이 내게 준 위로는 단순한 간식 이상의 의미였다. 혼자라고 느낄 때마다, 그 순간마다 나를 잡아주는 손길이 있다는 것을, 그 손길이 내 인생을 더욱 따스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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