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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나남편 Jan 14. 2020

샤울레이에서 빌뉴스로

리투아니아 여행

#샤울레이에서빌뉴스

#리투아니아기차여행

#향수돋는회수권


십자가 언덕을 구경한 뒤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 나왔다. 정류장에 쓰여있는 스케줄과 같이 정확히 오후 세시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다시 샤울레이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Flat White

버스 터미널 옆 쇼핑몰은 시설도 깨끗하고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었다. 오후 3시가 지났지만 아직 점심 식사를 못한 우린 맥도널드 같은 리투아니아 햄버거 프랜차이즈 집에서 햄버거 세트를 사 먹었다. 비록 정크푸드지만 여행 중 허기진 배를 달래기엔 이만한 것도 없다. 


식사를 마치고 옆에 있는 Vero Coffee라는 곳에서 Flat White 한 잔씩 주문했다. 부드러운 우유와 진한 커피 향을 품은 Flat White는 우리 부부가 단연 가장 좋아하는 커피이다. 따뜻한 커피 한잔에 움츠렸던 몸이 녹아내리는 듯 편안해졌다.


커피집에 앉아 잠시 여유를 즐기는 사이 건너편 꽃집 점원이 가게 셔터를 내린다. 그리곤 이상하게 생긴 모형 시계를 걸어 놓더니 어딘가로 사라진다. 시계에 적혀있는 Pertrauka iki라는 문구를 검색해보니 '잠시 휴식'이라는 의미였다. 한국에 혼자 일하는 가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잠시 자리비움'과 같은 것인데 돌아올 예정 시간을 함께 알려주니 꽤 합리적인 방법 같았다. 나중에 한국 가면 써먹어봐야지.


'이제 슬슬 기차역으로 가볼까?'


샤울레이 기차역

곧 샤울레이를 떠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로 향하는 기차를 탈 예정이다. 기차역에서 오전에 맡겨두었던 짐을 찾고 열차 시간에 맞추어 플랫폼으로 나가 기차를 기다렸다. 얼마 뒤 우리나라 새마을호가 떠오르는 빨간색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배낭을 멘 동양인 여행자는 우리뿐인 것 같다. 


서로를 마주 보는 2인용 의자가 있는 구식 기차였지만 나름 깨끗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이후 오래간만에 기차여행이다. 하지만 아침일찍부터 리가에서 출발해 십자가의 언더까지 보고 온 탓에 피곤했는지 창밖 구경할 새도 없이 졸음이 몰려온다. 


빌뉴스 기차역 도착

두 시간 정도 잠을 잤을까. 하늘이 어둑어둑해진 저녁 8시쯤 기차는 드디어 빌뉴스에 도착했다. 숙소에 잘 찾아갈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아까 카페에서 알아둔 버스를 타면 근처까지 갈 수 있으니 조금만 힘을 내자.


기차역에서 나와 숙소까지 타고 갈 버스를 찾았다. 하지만 기차역 앞 버스 정류장은 매우 크고 복잡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었지만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10분 이상 서성이다 마침내 버스를 발견하고 버스로 달려갔지만 기사님이 도통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순간 당황했지만 알고 보니 그 정류장은 종점이었고, 버스를 타려면 더 앞쪽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 했었다. 아 도착부터 어렵구나 리투아니아.


회수권과 펀치머신

우여곡절 끝에 버스에 올라탔다. 1유로 요금을 기사님에게 건네니 회수권 같은 작은 종이를 준다. 영수증인가 하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기사님은 뭔가 우리에게 얘기한다. 알고 보니 노란 기계에 회수권을 넣으라는 것이었다. 회수권을 반쯤 삼킨 노란 기계는 지잉하는 소리와 함께 회수권에 4개의 작은 구멍을 뚫는다. 이런 시스템 오래간 만이네, 90년대의 향수가 느껴진다. 

드디어 도착한 우리의 숙소

버스를 탄지 얼마 되지 않아 내려야 할 정류장에 도착했다. 정류장에 내려 썰렁하고 어두운 밤거리를 걸어 숙소를 찾았다. 으슥한 골목을 지나 도착한 우리의 숙소. Downtown Forest Hostel & Camping. 유난히도 저렴했던 가격에 결정했던 이곳. 


숙소를 찾아오는 길이 너무 으슥해 처음에는 가격도 저렴하니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은 숙소가 아닐지 걱정했지만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을 뿐 넓은 정원을 갖고 있는 저택을 개조해 꽤 깔끔하게 꾸민 숙소였다. 


1층 거실에서 무사히 체크인을 마치고 방에 짐을 내려놓았다. 방에 도착하니 모든 긴장이 한 번에 풀리는 듯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자동차를 렌트해서 실루바의 성모님 발현 성지를 다녀오기로 했는데, 별일 없겠지? 피곤하니 얼른 자자꾸나. 


그래도 우리 무사히 리투아니아까지 잘 왔어. 오늘도 고생했어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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