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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나남편 Nov 15. 2021

산티아고 순례길 그리고 베드버그

겁내지 말아요. 알고 나면 별거 아니랍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하지만 바이러스 탓에 관광객이 붐비지 않는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중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성 야곱 성인의 유해가 묻혀있는 스페인 서북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목적지로 유럽의 다양한 곳에서 순례자들이 걸었던 길이다.

출발지가 다양했던 만큼 다양한 루트가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루트는 바로 프랑스의 '셍-쟝-삐에-드-뽀흐'에서 시작하는 프랑스 루트이다.


이 루트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이 되는 피레네 산맥을 넘고, 발바닥이 아픔을 인내하며 용서의 언덕을 건너, 끝나지 않는 푸른 밀밭을 지나 와인으로 유명한 로그로뇨를 걷는 총 799km의 길이다.


우리도 이 길을 38일가량 걸었는데,  일정이 제한적인 사람들은 중간에 마을 간 점프(대중교통이용)를 한다든지, 순례자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100km 지점인 시리아에서 순례길을 시작하기도 한다.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지만 종종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벌레 베드버그 때문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의 베드 버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 순례길에 베드 버그가 많다?


매일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배정받은 침대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순례자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때 침대보를 자세히 보면서 베드 버그의 흔적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우리 일행은 다행히 순례길을 걷는 동안 베드 버그의 흔적을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베드 버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베드 버그에 물린 모습

나는 순례길 중 두 번인가 베드 버그에 물렸고, 베드 버그에 물린 한국인 여성을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나와 모든 일정을 함께 소화한 신나부인은 단 한차례도 물리지 않았고, 순례길 중반부터 함께 다닌 5명의 한국 젊은 친구들 또한 어느 누구도 베드 버그에 물리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드 버그에 물리지 않고 순례길을 마쳤다.


결론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베드 버그가 있지만, 베드 버그에 물릴 확률은 낮은 편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큰 탈 없이 무사히 순례를 마친다는 것이다. 누구는 베드 버그에 물리고, 어떤 누구는 한 번도 물리지 않는데, 그 차이는 복불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 베드 버그에 물렸다면?

베드 버그는 낮에는 숨어있다가 사람이 잠든 밤에 활동하며 모기처럼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 모기와 다른 점은 이놈들은 옷 안으로 들어와 피를 빤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물린 흔적은 모기와 비슷하지만 좀 징그러울 정도로 여러 군데 물린다는 것이고, 핏줄을 따라다니며 피를 빨기 때문에 그 형태가 방향성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그 요망한 것들이 침을 꽂을 때 사람이 통증을 느끼지 못하도록 독을 쓰는데, 그래서 물릴 때 전혀 아프지 않다가 하루정도 지나면 몹시 간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때 물린 모습으로 보고 무척 놀라는데, 별일 아니니 너무 놀라지 말자.


하지만 정말 너무너무 간지럽다. 모기에 물린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계속 간지럽다. 그런데 증상은 사실 그게 다이다. 보기에 좀 징그럽긴 하지만 미치도록 간지러운 것 빼고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베드 버그에게 물린것을 인지했다면 약국에서 연고를 구매하자. 근처 약국에 가서 물린 곳을 보여주면 연고를 추천해준다. 정말 며칠간 계속 간지럽기 때문에 물린 곳에 연고를 자주 발라줘야 한다. 연고를 잘 바르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흉터도 없이 잘 완치되는데,만약 연고를 바르지 않고 간지럽다고 긁는다면, 상처가 더 커지고 흉터가 질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베드 버그가 나를 물고 어디로 갔는지 모르기 때문에 내 모든 짐을 세탁하고 건조해야 한다. 그들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갖고 있는 모든 옷과 짐을 건조기에 반드시 돌리도록 하자. 알베르게에 보통 코인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으니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3. 예방은 가능한가?


베드 버그를 피하기 위해 몇 가지 좋은 습관이 있다.


첫째, 베드 버그 예방 스프레이 사용하자.

순례길 약국에 가면 베드 버그 예방 스프레이를 구할 수 있다. 예방 스프레이를 매일 잠자게 될 침대에 뿌리도록 하자.


둘째, 알베르게를 고를 때 나무침대보다는 철제 침대를 사용하는 곳을 고르고, 일회용 침대커버와 베개커버를 이용하자. 알베르에게서도 베드 버그 예방을 위해 베드 버그가 서식하기 어려운 철제 침대로 교체하거나, 일회용 침구류를 판매하기도 한다.


셋째, 침낭을 갖고 다닌다면 잠은 침낭에 들어가서 자도록 하자. 침낭을 덮개로 쓰지 말고 안에 들어가 자도록 하자. 그리고 침낭과 속옷들을 자주 세탁하고 건조기에 돌려 혹시 모를 베드 버그를 박멸하자.


넷째, 순례길에는 베드 버그뿐만 아니라 산속에 작은 벌레들을 만날 수 있으니,항상 타이즈 같은 기능성 옷을 입어 맨살을 밖으로 노출하지 말자.


까미노 데 산티아고

처음에는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그 길,

산티아고에 가까워질수록 줄어드는 길이 너무나 아쉬워지는 길,

까미노 데 산티아고.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지만 종종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벌레 베드 버그 때문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어서 영상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모두 '부엔 까미노' 하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AZeHGR0w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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