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의 생각을 정상회담에 담았다, <타운홀미팅>
지난 12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청년 타운홀미팅>이 열렸습니다. 청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남북정상회담에 반영한다는 통일부의 취지로 진행되었죠. 20~30대 청년 50명이 3시간 동안 통일, 남북회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아래는 행사 오프닝.
▶사회자(주최: 청년단체 피스모모):
이번 행사의 계기는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사건이에요. 청년세대는 ‘통일이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청년 개개인의 삶을 희생시키지 말라’며 반대했죠. 기성세대/정부당국은 꽤나 충격 받은 듯해요. ‘젊은 사람들은 통일보다도 자기 직업/형평성 이런 개인적인 것들이 더 중요한가보구나’, 라며 걱정하고요. 그러다보니 통일에 대한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이 자리가 생겼죠.
▶통일부(손송희 과장):
2030세대는 남북정상회담에 무엇을 바라는지 솔직하게 듣고 싶습니다. 전문가 통해서 듣는 게 아닌, 2030 청년들과 함께요. 앞으로 3시간동안 함께 논의해보아요.
청년 50인은 10분 간격으로 5인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통일에 대한 의견을 필터 없이 쏟아냈습니다. ‘솔직히 통일부가 지금까지 한 게 뭐 있냐’는 돌직구도 있었고요. 이 중에는 이번 정상회담에 적극 반영된 의견도 있답니다. 정상회담 D-1, 2030세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북한도 모르는데, 통일을 말하라고?
▶북한학과 학생:
저는 북한학 전공인데 북한 한 번도 못 가보고 연구해왔고, 그 사실에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러시아 여행을 가서 북한 식당을 찾아갔죠. 한복 입은 직원들이 너무 친절하고 좋았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제가 음식을 먹으면서 ‘북한 음식이 맛있네‘ 라고 말했거든요. 그랬더니 종업원들이 ‘북한이 아니고 북조선임네다’ 라고 급 정색하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사과했죠. ‘아 북한이 아니고 북조선이라고 불러야 되네’...북한학을 3년이나 전공했는데, 그거 하나 몰랐던 거죠.
▶ 직장인:
전 북한을 예능으로 배웠어요. 남남북녀라고, 남쪽 아저씨들이랑 탈북여성이 우결처럼 지내는 프로였어요. 아, 그리고 다큐로도 배웠어요. ‘장마당 스페셜’, ‘압록강 탈북하기’ 그런 거요. 북한은 시장바닥에 흘린 걸 주워 먹는 가난한 나라 정도로 알고 있어요.
▶북한학과 학생2:
레포트로 탈북민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어요. 여러 논문이랑 조선일보에 등장하는 탈북민을 6개월 동안 분석했는데요, 죄다 하는 말이 ‘탈북민은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 이고 ‘더 많은 탈북자가 나오면 북한체제는 무너질 것’이라는 식으로 탈북자=북한붕괴의 증거물로만 바라봤어요.
▶대학생
정상회담은 대표들끼리 잘 하시고, 통일부에서는 북한에 대한 인식개선에나 나서면 좋겠어요. 사실 정상회담은 상징적인 거잖아요. 저는 정상회담에서 무슨 이야기하는지도 잘 몰라요. 그래서 저는 남북관계 개선을 하려면, 오히려 한국 안에서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봐요.
일단 북한을 제대로 알고 싶어요. 지금은 편견 뿐 이잖아요. 이슬람=테러 생각하듯이... 북한민=빨갱이들, 집에 김정은 사진 걸어놓는 사람들, 수령님 얼굴사진에 비 안 맞게 막아주는 사람들...세뇌 당해있고 미개하고, 꿈도 희망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밖에 생각 안 나요.
▶공익요원:
저는 공익요원인데요, 얼마 전까지 훈련소에서 북한=주적이라고 세뇌교육을 받았어요. ‘애국’ 혹은 ‘대한’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업체 단체에서 많이들 강의하러 오십니다. 북한과 무력 충돌한 사건을 제일 많이 외운 사람에게 ‘휴대폰 찬스10분’을 주고, ‘북한 주민은 적이 아니다, 주적은 북한정권이다’, 뭐 이런 걸 반복하죠.
그런 마당에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종전선언의 물꼬를 터줄 거라고 들떠있고... 되게 모순되는 거 같아요.
▶사회활동가:
자꾸 많이 접촉해야 인식이 바뀐다고 봐요. 저는 2000년대 초반에 금강산 다녀왔어요. 지금은 전부 중단됐잖아요.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개성/금강산도 재개되고, 경인선철도도 북한과 연결할 수 있대요.
정상회담하면 많은 분들이 큰 날 잡고 거창하게 만나는 것만 많이 말씀하시는데... 저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오히려 작은 부대행사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반인들이 많이 만나서 서로에 대해서 ‘어? 너 사실 이렇구나?’ 이런 식으로 접촉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화가 온다, 우리 삶도 변할까?
▶지리학과 학생:
잘은 모르지만, 앞으로 일자리가 많이 생길 거 같아요. 그런 인터넷 글들이 많더라고요. 사회 경제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겨서, 문과친구들도 문송하지 않게 일자리 많은 세상 온다고 하더라고요. 지리학과 교수님도 ‘드디어 우리 일도 생길 거야’ 라면서 좋아하세요.
▶직장인1:
전 좀 다른 생각이 드는데, 실질적인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누가 북한에 가서 일을 하고 싶을까요? 북한 사람도 남한사람도 모두들 남쪽에 살고 싶을 걸요.
▶직장인2:
통일을 객관적으로 좀 보고 싶어요. 다들 찬성이든 반대든 희망사항만 말하잖아요. 반대쪽은 세금을 왕창 내야하고, 경제격차를 해소하는데 수백, 수십 년 걸린다고 걱정하고. 찬성 쪽은 10년만 지나면 엄청 이익난다고 하고요. 누구 말이 맞을까요?
당장 나 하나의 1년 앞도 모르잖아요. 민족끼리 합치는 통일은 더더욱 예측 불가능하죠. 결국 중요한 건 지향점을 설정하는 거라고 봐요. 경제든 정치든 남북이 함께 우선순위를 정해서 달성해야겠죠.
9시뉴스 그만, 인터넷 라이브방송 해주세요
(해당요청이 수용됨으로써, 이번 정상회담은 생중계된다.)
▶공익근무요원:
우리는 9시뉴스보다 인터넷 라이브를 보는 게 더 좋잖아요. 2030세대는 대부분 언론에 우호적이지 않아요. 저는 다양한 채널에서 비주류 언론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어요. 닷페이스, 젤리플 이런 곳들요. 대표들 얘기만 담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등산하고, 김정은이랑 스노우로 셀카도 찍어보고요.
▶코딩프로그래머:
정상회담...어떻게 보면 각본대로의 드라마잖아요. 각본 없는 드라마가 되면 좋겠어요. 이번에 레드벨벳 공연 보는 북한사람들 표정 봤잖아요. 속으로는 좋을 수도 잇는데 표정은 다 굳었더라고요. 각자에게 카메라를 주고, 셀프촬영하게 해보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남북정상회담에 제안하고 싶은 이벤트
▶NGO 기획담당:
장소는 어디든 좋고, 저쪽 사람들에게 망치를 선물로 주고 싶어요. 김정일 김일성 액자가 집마다 하나씩 있고, 학교나 지하철에도 있다는데 그걸 때려 부수라는 뜻이에요.
▶체대 학생:
강원도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는 거예요. 거기서 남북 축구를 하고, 스포츠맨십을 발휘해서 넘어지면 손잡아주고 일으켜주고. 그리고 경기 끝난 후에도 화기애애했으면 좋겠고요. 헤어질 때 기념으로 축구화를 주고 싶어요.
▶대학교 새내기:
전 먹는 걸로 했으면 좋겠어요. 잔디밭에 둘러앉아서 서로의 음식을 해주는 거죠. 맛집투어 느낌으로요. 자리마다 북한사람 한국사람 반반 섞이면 재밌을 걸요. 해먹기 귀찮으면 뭐 짜장면집이나 평양냉면집 가도 좋고요.
통일부에 하고 싶은 말?
▶직장인:
제가 20대로써 통일관계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거에요. 결국 저희가 돈 벌어서 세금내고 통일로 나아가는 건데... 그 결과물은 저희가 커서 40, 50대가 되어도 만족할 만 했으면 좋겠어요. 단일팀 만드는 과정은 실망스러웠어요. 우리 세대의 꿈, 공정성이 깨지는 그런 방향이 되지 않도록 해주세요.
▶대학생:
주최 측은 통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사실 우리 세대는 통일을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런 식으로만 배워왔지, 그게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 고민해본 적 없어요. 그래서 통일부 여러분들이 과연 역할을 잘 해오신건가?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요.
통일의 부정적 효과를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의 목소리는 건강하게 다뤄주지 않잖아요. 예능 <썰전>처럼 양쪽 소리가 모두 들렸으면 좋겠어요.
통일에 물음표를 붙여본 적이 거의 없었잖아요. 통일에 물음표를 붙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