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두 시간 지연시킨, 휠체어 캠페인단체의 간절한 이야기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활동하는 문애린입니다.
장애인은 교육받고, 자유롭게 이동하고...다른 비장애인에겐 당연한 것에 있어서 불편하거든요. 이런 현실을 사회에 알리고, 필요한 제도나 시스템, 인권을 보장해달라고 말하는 단체입니다.
저희는 NGO에요. 정부나 시에서 보조받는 건 단돈 한 푼도 없어요. 저희의 운동을 지지하는 분들의 후원금으로 단체를 운영하고, 저와 같은 활동가들의 생계비를 제공해요.
일상에서 장애인을 만나기 쉽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장애인 숫자가 적은가요?
통계상으로 450만 명이에요. 결코 적지 않죠. 국민 10명 중 1명이니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을 많이 볼 수 없는 이유는, 집 밖에 나설 수조차 없는 현실이라서 그래요. 집 안에서만 갇혀 사는 것이에요.
대표적으로 어떤 점이 불편하신가요?
아... 여러 가지가 너무 많아서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기란 정말 힘들어요, 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하나만 고르자면...먼저 이동한다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요. 일반 시민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지하철, 버스, 택시에다가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로 자연스럽게 이동하시잖아요. 에스컬레이터만 고장 나도 엄청 불편하시잖아요?
그런데 장애인들은 애당초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없거든요. 오로지 엘리베이터와 경사로 같은, 편의시설이 갖춰져야만 움직일 수 있어요. 그것들이 미비한 상태가 쭉 이어진 거죠. 그래서 저희는 2012년도부터 서울시에 쭉 요구했어요. 지하철 전 역사에 ‘1동선 엘리베이터’ (이용자 혼자서 타고내릴 수 있는 승강기)를 설치해달라고요.
우리나라 이동 편의시설이 그렇게나 부족한가요?
여기 바로 밖에 광화문 역사가 있잖아요. 지상에서 대합실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요. 그렇다면 장애인들은 어떻게 수백 개의 계단을 올라갈까요? 그 난간에 달려 있는 리프트라는 기계가 있어요. 이 리프트를 타고 장애인들은 한 명 한 명씩 이동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이 리프트가 굉장히 불안정하고 위험해요. 고장도 잘 나고, 속도도 한 명 태우는데 7~8분정도 걸리거든요. 무엇보다 휠체어가 추락하기 쉬운 허술한 구조에요.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떨어져서 사망하신 분도 계시고,
중상을 당하는 분들도 있어요.
최근 신길~시청역까지 지하철 시위를 하셨죠. 역마다 휠체어 30대가 타고 내리면서 열차가 2시간이나 지연됐죠. 무엇을 요구했나요?
네, 저희는 7월2일 지하철타기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 배경이 된 사건이 있어요. 작년 10월 달에 신길역에서...여기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반드시 중간에 리프트를 타야 하거든요.
그 리프트 위에서 계단 아래를 보면 정말 아찔해요...
리프트를 탄 장애인이, 그 리프트가 추락하면서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리프트 이용자의 죽음은 1994년부터 죽 이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서울시와 서울시교통공사는 전혀 뭐 본질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어요. 그저 개인의 조작실수 탓으로, 그냥 니 탓이야, 라는 식으로 여겨지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이런 것들을 알리고자, 그리고 서울시와 교통공사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 내려고 지하철 투쟁을 7년 째 이어온 것이죠.
리프트 추락사고에 대해, 서울시는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섰어요. 지하철 공사 사장들, 장애인 대표, 이렇게 모여서 민간TF팀을 꾸렸거든요. 1년 동안 서울시 지하철역 300여 곳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을 조사했고, 없는 곳에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도록 계획을 세우고요.
2015년 12월 3일,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어요. 저희는 이를 <장애인 선언>이라고 불러요. 어떤 내용이냐면,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교통약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겠다는 계획이에요.
#2022년까지 서울시 전 역사에 1동선마다 엘리베이터 100%설치
#시내버스를 노약자도 편하게 탈 수 있는 저상버스로 100% 교체 운영 등...
그런데 올해가 2018년인데... 3년이 지나도록 전혀 바뀐 게 없어요.
여전히 장애인들은 매년 죽고 다치고요.
캠페인 이후 시민들 반응은 어땠나요?
하하...시민들 반응이 많이 안 좋죠. 저희가 불편함을 끼친 건 사실이니까요. 사실이고요...
피해보신 분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장애인들이 한 번에 70~80명씩이나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여서, 시민들에게 욕설은 물론이고 맞기까지 했어요. 그럼에도 저희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절박했기 때문이에요.
그 엄청난 비난을 감수한 이유가 궁금해요
편의시설은 장애인들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에요.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지면 어르신들도 많이 이용하고, 출퇴근할 때 비장애인도 타고, 유모차 끄는 분들도 이용하고요. 그러니까 편의시설이라는 것은 누구나 정말 보편적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이용하는 것이에요.
그런데도 유독 장애인이 목소리 내는 이유는, 누구보다도 가장 필요하고 더 절박하고, 그리고 더 이상 죽음을 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소리치는 거예요. 시민들은 지하철이나 버스 탈 때 불안감을 느끼진 않잖아요. 내가 언제 죽을까, 또 언제 추락할까, 이런 마음을 안고 이용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장애인들은 그런 심정이거든요. 저희는 간절해요.
기사 댓글들을 보셨나요?
하하...저는 많이 안 보는 편인데,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많이 듣는 말은
‘사회가 이만큼 먹여 살렸으면 됐지 얼마나 더 달라는 거냐’
‘병신새끼들 꼴값 떨고 있네, 나가죽어’...
이런 얘기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근데 사회가 과연 장애인들을 먹여 살렸을까요?
하하...장애인들은요 부모님들이 먹여 살렸어요.
장애문제가 대체 왜 가족만의 책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지는지 모르겠어요. 단지 제도적 물리적 인식적인 악조건들이 있을 뿐,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에요.
한편, 저희를 응원하고 호응해주시는 시민들도 많이 계세요. 저희들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고, ‘아 나는 몰랐다’, ‘같이 이야기해보는 것이 맞겠다’고 응원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리고 지나가면서 음료수를 살짝 놓고 가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러니까 욕하는 분만 있는 게 아니라 사회 문제에 관심 기울이는 분들도 많이 계시다는 말을 드리고 싶네요.
불편을 유발하지는 말라는 댓글이 많아요. 예를 들면 시험이 코앞인 수험생이 늦었다, 그 피해는 누가 보상하냐는 사람도 있고요
이런 예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2~3년 전에 구의역에서 일어난 사고 기억하시나요? 한 청년 비정규직이 스크린도어 작업을 하다가 지하철이 들어왔는데 피하지 못해서 돌아가신 사건이 있죠. 이 죽음에 대해서 사회는 어떻게 대응했나요? 그때도 개인의 실수 탓에 지하철 늦는다고 불평했나요? 사회적 타살로 보았잖아요. 즉각적으로 아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죽음이었음을, 서울시는 물론이고 교통공사도, 시민들도 인정했죠.
그러한 이면에 신길역에서 돌아가신 장애인이 있어요.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똑같이 타고 이동하는데 장애인들은 수도 없이 다치고 죽습니다.
사회적 타살로 보아야 합니다.
이 사회적 타살을 멈추려면 결국 가장 절박한 사람이 나서는 수밖에 없고요. 장애인들은 1년 365일, 10년, 20년, 이런 마음을 안고 살아갑니다.
현재의 시위방식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 방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있나요?
저희가 시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기본적인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서울시나 서울교통공사에 2015년의 약속을 지키라는 우리의 요구를 담은 공식 면담서한과 공문을 전달하고. 끊임없이 연락을 시도하죠. 그럼에도 그들은 10년 째 계속 같은 말만 해요. ‘예산 없다. 기다려라, 우리 잘못 아니다’, 아예 무시하기도 하죠
이런 식으로 대해지는 상황에서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으로... 과격하지만 저희의 괴로운 일상을 직접 보여드리는 방법 밖에 없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희들도 이렇게 힘들게 나와서 목소리를 내고 싶지 않아요.
장애인 문제를 다루는 언론이나 대중문화에 대한 장애인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언론에서 비춰지는 장애인의 모습은 극과 극이에요. 영웅이거나, 정말 불쌍한 사람이거나. 예를 들어서 4월 20일이 국내 ‘장애인의 날’이거든요. 이 날만 되면 장애를 극복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정말 ‘장하다’는 식으로 언론에서 보도하잖아요. 혹은 반대로 장애는 우리가 돌봐줘야 하는 대상으로 이미지화하기도 하죠.
그런데 장애를 힘겹게 극복해서 살아가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저는 되묻고 싶어요. 똑같은 사회적 환경이 주어진다면 그래도 장애인이 돌봐줘야 할 대상들, 시혜의 대상으로 비춰질까요? 대한민국의 장애인들이 같이 살아가야 할 동료시민이 아니라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언론에 비춰지는 한 사회는 바뀌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 어떤 단어를 쓰면 좋을까요?
예전에는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세요? ‘일반인, 정상인⇔장애인’이라고 했고, 장애우 이런 표현을 썼죠. 그런데 저는 이런 말들이 장애인을 낮춰 부른다고 생각해요.
▲정상인, 일반인⇔장애인 이라고 한다면... 장애인들은 우리는 정상이 아닌 걸까, 라는 의문을 안고 살게 되죠. ▲그리고 장애우? 우(友)는 한자로 ‘친구’라는 뜻이에요. 장애인을 친구 정도로 인정해주겠다, 라는 식의 낮춰 부르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차별 없이 부르는 용어로서 ▲장애인-비장애인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비장애인의 장애인 대하는 에티켓을 소개해주세요.
어르신들은 장애인을 약간 어린애 대하듯 하세요. 예를 들면 제가 많이 겪어본 것인데...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어르신들을 마주치면 장애인 당사자에게 묻지도 않고 대뜸 ‘너 어디 가니?’ 라고 말을 붙이거나 ‘어휴 비 오는데 왜 나왔어? 힘들게 말야’ 라거나 ‘장애인들도 나와서 돌아다니고, 세상 참 좋아졌지?’ 이런 식으로 말하거든요.
안타까운 마음은 알겠어요. 그런데 이런 질문을 삼가셨으면 좋겠고요.
장애가 아무리 심하더라도 장애인들도 성인이거든요.
생각과 인식, 감정의 수준은 같아요.
그러니까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존중해주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