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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Mar 15. 2023

판매 내역서로 본 내 책의 위치

1쇄를 다 팔아보고 싶어요 

책을 출판하면서 나의 다짐은 언제나 "세상의 똥이 되는 책은 만들지 말아야지"였다. 하지만 출판시장은 내가 예상했던 그 이상으로 치열하고 판을 열면 무조건 10쇄에서 시작하는 스타 작가가 있는 반면, 나처럼 잔잔바리로 주섬주섬 책을 내는 초보 작가도 있게 마련이다. 시작하자마자 대박을 터트릴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1쇄는 다 나가주길 바랐다. 소박하지만 소박하지 않은 바람이었다. 


나의 추정이 맞다면 3권의 책 모두 1쇄를 다 판매하지 못했다. 나의 글을 선택한 출판사들이 이 글로 대박이 날걸 기대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으니 출판을 결정했으리라. 


출판의 프로세스에서 1쇄를 넘기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출판사에서 최소한의 손실은 피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손익분기점이 1쇄인 것이다. 왜냐하면 기획출판의 경우 1쇄의 인세는 그게 얼마건 무조건 작가에게 제공한다. 책이 다 팔리건 안 팔리건 1쇄의 인세는 작가에게 귀속되는 것이 국룰이다. 그리고 2쇄부터는 판매분만큼 계산해서 나에게 인세를 제공한다. 그러니 1쇄는 다 팔아야 나에게 제공한 인세가 손해가 아닌 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나는 3권 모두 1쇄를 완판 하지 못했다. 이래 봬도 나름 경영학을 전공했고 4년간 학교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투입 대비 성과'와 '효율의 극대화'의 중요성이었다. 나는 내 결과물이 투입대비 좋은 성과를 거두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에 출판한 책인 '내돈 내산 내집'은 2번의 시행착오를 반영해 최대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보고자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직 다 1쇄가 안나가 있는 상태고 심지어 판매내역서 상으로는 반품도 잡힌다. 팔리는 건 고사하고 반품이면 물류비용까지 추가로 발생하는 셈. 완전히 다른 업계에 있고, 나는 프로작가도, 또 프로 재테커도 아닌 그냥 소소한 사람이 쓴 소소한 글이니 파격적인 판매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심지어 손실이 발생하는 꼴은 참 눈뜨고 못 보겠다. 


오늘. 오랜만에 판매정산서를 새로 받았다. 실물책이 아닌 전자책에 대한 정산서였다. 통상적으로 실물책자와 전자책은 인세요율도 다르고 정산 시기도 다르다. 의외로 전자책은 좀 팔렸다. 인세도 좀 나온다. 하지만 실물책자에서 나온 마이너스를 메꿀 만큼은 아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어쩌면 전자책이 실물책의 인세를 뛰어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또한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말이다. 


책이 팔리건 안 팔리건 간에 성실하게 판매내역서를 보내주시는 출판사 관계자분께 무한 감사를 드린다. 첫 책은 1인출판사에서 나온 책이고 판매내역서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주식 책도 2021년 내역까지만 연락이 오고 더는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 아마도 판매가 없어서겠지만, 그래도 상태는 궁금하단 말이지. 원래 1년이 지나면 연락을 안 주시는 게 또 국룰인 건진 모르겠다. 부동산 책은 이러니 저러니 아직까지 판매에 대한 내역이 들어오고 있고 나는 나의 현실을 냉정하게 숫자로 보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혹시 나의 글이 세상의 똥은 아닌지. 그저 타이밍이 좋지 않아서 안 팔렸다는 자조 같은 건 나에게 필요 없다. 모든 것은 결과로 이야기해야한다. 책을 더 열심히 달려서 써서 주식 시황이 좋을때 책을 냈어야 했고, 부동산 시황이 좋을때 책을 냈어야 했지만 그 타이밍 또한 신의 뜻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그또한 나의 한계이다. 난 다음 스텝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고 그럼 오늘과 과거의 나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가끔 찾아보는 책에 대한 리뷰를 보면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이다. 도서관에서 내 책을 선택하게 하려면 어떤 책이어야 하는지도 궁금해지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가볍고 쉬운 글 쓰기에 강점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고, 그걸 활용한 다음스텝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쇄를 넘기신 브런치북 9기 작가님들. 부럽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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