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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Dec 30. 2023

첫 자가 매도의 손익계산서



드디어 집을 팔았고, 또 샀다. 올해 숙원사업 중 하나였는데 그게 이렇게 끝이 났다. 나갈돈과 들어갈돈을 날짜별로 정리하고 계약서에 찍힌 날짜와 금액을 수없이 확인했다. 내가 가진돈과 그 돈이 확보되는 시기, 그리고 나갈 수 있는 시기들을 몇번이고 다시 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우리는 2년간 임시로 살 집도 구해야 했기에 총 3건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가만히 앉아 등기부등본의 숫자를 떠올리다가 문득 수익율이 궁금해져서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공교롭게도 두 집의 수익율이 아주 비슷했다.


우리가 매수한 집은 7.8억원에 매수하여 우리에게 12.8억원에 매도했다. 이집은 대략 1.65배의 자산 상승 효과를 가져왔다. 심지어 이 집은 대출도 없었다. 대출이 없었으니 저 시세차액은 오롯이 자산으로 귀속된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날 표정이 그렇게 밝으실수가 없더라. 시세차익으로 5억을 고스란히 벌었으니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현금자산이 13억 가까이 있다는게 어떤 느낌일까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우리는 4.7억원에 매수해서 7.53억원에 팔았다. 우리 역시 대략 1.65배의 가격에 집을 판 셈이다. 하지만 우린 우리에게 집을 판 저 부부와 상황이 좀 달랐다. 대출이 있었다. 예전의 엑셀을 되집어 보면 우리는 현금과 전세보증금 등 하여 1.6억원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리고 3억 이상의 대출을 일으켜 4.7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1.6억원을 투자해 시세차익만큼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물론 이자비용이 4천만원 정도 발생했지만 시세차익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금액이다.


총액으로 보면 8억에 사서 13억에 팔아 5억의 시세차익을 거둔 매도자가 당연히 나보다 더 훌륭한 결과물을 가저간 것이지만, 우리처럼 시드가 작은 사람들이 거둘 수 있는 성공은 아닌 것이다. 그러니 대략 2억을 투자해 3억 가까운 돈을 회수한 우리도 투자라고 본다면 성과가 나쁘지는 않은 셈. 우리의 순자산은 1.6억에서 4.9억이 되었다. 우리는 5년이라는 시간동안 대출금을 갚고 샤시를 바꾼 것 왜에는 특별한 물리적이 노동력 없이 3억원이라는 대단한 자산의 증가를 이룬 셈이다. 그냥 갖고만 있었다는 이유로 3억원을 벌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우리가 살면서 월급으로 받을수 있는 모든 돈을 다 합해도 3억원을 만드는것은 매우 어려운일이다. 우리 부부가 전문직 종사자도 아니고, 대기업 종사자도 아닌 상황에서 애까지 키우며 월급을 한푼도 안쓰고 고스란히 다 모으는건 불가능하지 않은가.


여기에 우리의 걸음에 힘을 더해준건 돌아가신 할머니로부터 받은 현금성 증여였다. 그로인해 엄청난 세금을 내야 했지만 우리에게는 부동산 취득으로 인한 5년간의 자산증가와 맞먹는 목돈을 추가로 손에 쥐게 되었다. 아마 이 돈이 아니었다면 우린 이사를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사한다고 해도 13억에 육박하는 자산으로 갈아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억단위의 돈이 우리 손에 들어오는 행운이 생긴다면 난 그건 당연히 구축이었던 집을 정리하고 신축이거나 혹은 입지가 더 좋은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써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런 꿈같은 일이 나에게도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현실이 되자 나는 빠르게 계산기를 돌리고 우리가 매수 가능한 가장 좋은 후보를 찾기 시작해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다.


7.8억을 묻고 12.8억을 번 매도자나 4.7억을 묻고 7.5억을 번 우리나 둘다 자산 규모가 1.65배 상승했다.  1.65배.  %로 보면 165%인건가. 이렇게 보니 정말 엄청난 숫자다. 이것이 초심자의 행운인건가 생각하면 좀 아찔하기까지 하다. 동일한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우리의 다음 목표는 12.8의 1.65배인 21.1억이어야 하는건가? 과연 그런 숫자가 가능하긴 한건가? 누가 지금 이 집을 몇년이 지나 심지어 연식도 더 오래된 시점이 되서도 21억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는 상황이 과연 나에게 주어지기는 할까? 막연하게 조달 가능한 금액만 딱! 놓고 계산하고 움직일땐 차라리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수익률의 관점에서 보자니 또 대단히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과연 난 내 가족의 보금자리로 도박을 한건 아닐까.


2년이라는 시간동안 입주를 지연하면서 나는 막연하게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품고있었다. 입주가 2년후로 미뤄졌다는 것은, 주택담보대출도 2년 후로 미뤄졌다는 뜻이다. 4억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대출이 예정된 상황에서 금리 0.1%는 우리의 일상을 많이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세끼고 집을 산다는 것은 모든 상황을 2년 후로 미뤄놓은 것일 뿐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놀랍게도 계약이 가까워진 시점부터 슬슬  금리인하에 대한 기사가 나기 시작했다.


https://www.thepublic.kr/news/articleView.html?idxno=211405


물론, 그렇다고 예전처럼 막 2%대 금리로 진입할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3% 중반까지만 내려간다고 하면 대출이 주는 일상적 압박으로 부터 어느정도 자유로워 진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 아닌가. 이미 3% 후반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 기조가 2년후까지 완벽하게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무한히 금리가 오르는 것보다는 훨씬 더 의미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집을 사고 지금 집의 반도 채 안되는 작은 집에서 2년을 보내고 새집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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