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살이
라마랑 이야기한다고 혼이 쏙 빠졌네. 그는 손님이 없어 한가한 시간을 틈타 네팔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언뜻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다른 국가로 이주하게 됐다는 말을 한 게 기억이 나는데, 역시 모국이 그리운 건 누구나 똑같은 가보다. 이곳 한식당에서 일하는 덕분에 네팔과 가까워지고 있다. 일하러 올 때마다 네팔 분들이 해준 음식을 먹고 나마스떼(안녕하세요)와 던야바드(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외웠다. 그리고 네팔어와 힌디어는 알파벳은 같지만 다른 언어라서 서로 이해를 바로 하지는 못한다는 걸 오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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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의 하루는 소소하게 흘러간다. 간간히 도시의 쓰레기수거 차량이 포르투의 심벌 파랭이 Porto. 글자를 커다랗게 달고서 돌아다니는데(꽤 이쁨), 오늘 창문을 통해 수거원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고 난 가냘프게(?) 미소를 지었다. 차량이 그 창문을 쌩하고 지나가서 다른 쪽 창문을 한 번 더 쳐다봤는데 그때 딱 아저씨가 내 쪽을 보면서 따봉을 날려주었다. 웃겨 죽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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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는 이전에 두바이에서 일할 때 손님들을 즐겁게 해 주고 팁을 모았던 화려한 전적에 대해 자랑했다. 자랑할 만했던 게,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하면서 약간 씁쓸하기도 하고, (돈을 쓰는 사람들의 국가가 한정되어 있다는 류의 이야기)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그냥 모두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저마다의 역사를 가진 개인이라는 게 느껴져서 새삼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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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엔 극한의 효율로 구성된 9평 자취방을 소개하는 한국발 컨텐츠를 봤다. 기막힌 솜씨로 깔끔하게 모든 공간을 활용한 데다 취미 공간인 홈카페와 힐링 공간인 홈바까지 다 갖춰둔 모습에 질투까지 날 정도였다. 방에 누워서 보고 있었는데, ‘아니 내 방이 더 큰데....!!’ 하면서 벌떡 일어남. 어림짐작으로 진짜 그분의 자취방만하거나 더 크거나인데, 우리 집은 포르투갈의 정취로 가득한 매력적인 곳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 누군가의 개성이 원래 구성을 압도하긴 어렵다. 결론.. 한 땀 한 땀 효율과 미학의 블럭을 쌓은 신림의 9평 집에 잔뜩 감탄했다. 또한 이공계열 일을 하시는 것으로 짐작되는 집의 주인 분께서 커피를 즐기는 수준이 또 취미 수준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보여서 나는 무얼 하고 있는가, 사실 저것도 다 돈인데..! 라며 잠깐 슬퍼했다. 하지만.. 애초에 본인 생긴 모양대로 살아야 하는 삶임을 받아들였잖는가.
나는 나의 길을 걸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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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컵라면 아이스 아메리카노인 이유는 글을 쓰겠다고 결심한 시점에 일터에서 그것들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