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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FE Dec 02. 2024

2024. 12. 01

포르투살이

어제인지 그제인지부터 속이 계속 안 좋다. 감기 기운이 도는 것을 잡겠다고 종합감기약을 먹었고, 그래서 오한이나 기침은 확실히 괜찮은 것 같은데, 속이 이렇게 뒤집어진다고..? 물론 약 때문이 아닐 수 있지만.. 강하게 의심 중이다... 특정한 고통에 계속 공격받는 것은 아닌데, 그냥 배께의 느낌이 안 좋고 몸에 힘이 없으며 커피와 매운 것을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상태이다. 하지만 스텝밀로 꽤나 맵싹한 커리를 먹었고 지금은 에스프레소를 그것도 도피오로 마시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반성해야 할 점이겠다. 커피는 다 안 마실 거다.....


속이 안 좋다는 것 말고는 딱히 글감이 있진 않다. 어제 멀리에 있는 헬스장을 다녀왔고 등록을 했다. 너무 멀어서 어이가 없지만 최소 플랜이 일주일에 2.99유로인 데다가 시설이 깨끗하고 좋아서 한 번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헬스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워밍업 시간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해서... 가서는 근력 운동만 하는 거지. 대단히 자주 갈 것 같지도 않으니 그냥 한 달만 해보는 걸로.


컨디션 안 좋은 게 뭔가 글에서 묻어나는 것 같다. 촥촥 뽑아내는 맛이 없다. 글에 붙들려서 어거지로 이야기를 뱉어내고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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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엎어져 있다가 원두 분쇄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다시 글을 이어나가 보겠다. 난 이 카페의 원래 주인장이 제공하는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새로 사람을 영입했구나... 물론 주인장도 쉬셔야지. 뭔가 묘하게 올 이유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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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고서 꼼지락대다가 뭔가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는 음식을 먹어야겠다 싶었다. 잠깐 딴짓의 일환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축내고(?), 구글맵에 저장된 내용을 확인했다. 베트남 식당을 보자 입맛이 동했다. 쌀국수를 먹자!


The Fork 어플을 통해 확인하니 마침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이라고 할인이 빠방하게 적용되는 중이었다. 예약을 해서 가는 중이다. (걸으면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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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부엌에서 엘리노오라랑 마주쳤다. 레오도 마주쳤지만 일단 빼고 ㅋㅋ 엘리노오라는 어디 가, 일하러 가? 저녁 먹으러? 뭐 먹을 거야?라고 담백하게 질문했고 난 따뜻한 국물 음식이 필요해서 베트남 식당을 갈 거라고 했다. 그녀는 나지막하고 크게 감탄했다! 같이 먹자고 물어볼까 1초 고민할 정도로. 하지만 이미 그녀는 부엌에서 뭔가를 사부작대고 있었고 우리 둘 다 즉석으로 함께하는 바이브가 아니라 인사를 하고 나왔다. 하지만 그녀가 핀란드에 돌아가기 전에 우리는 같이 비건 식당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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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에 레오는 내 도파민 디톡스 일대기를 듣다가, 별안간 동굴로 숨는 유형의 인간을 싫어한다고 말했다(I hate this type of person). 깔깔 웃었다... 순도 100%의 진심 같아서. 난 계속 웃었고, 레오는 급작스런 광기에 질린 듯 좋은 밤;;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버렸다. 웃음이 멎고, 홀로 부엌에 앉아서 잠시 적막을 감당했다. 이내 약간 씁쓸함이 찾아왔다. 그냥 무엇을 위해 하는 것들인지 뭘 버티려고 하는 것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싶어서.


갑자기 네덜란드의 알버트 하인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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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기분 아래 폰 충전을 맡기고 식사를 했다. 속이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비건 쌀국수와 브로콜리 반찬(?)을 주문. 그냥저냥 먹을 만했다... 평점 되게 높은 곳인데.. 사실 유럽에서 아시아 음식을 먹을 때는 기대를 하지 않고 먹어야 되는 것 같다. 근데 웃긴 게 포르투에 있는 한식당들은 진짜 거의 다 맛있다. 해외 한식당치고 맛있네가 아니고 그냥 맛있음.. 앞 테이블에 앉은 어머니와 어린 소년은 사이좋게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그 귀여운 데이트를 엿듣고 있노라니 갑자기 일전에 일하면서 뵀던 가족이 생각났다. 아마도 추측하건대 소녀 따님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것 같았고, 딸램의 관심사를 함께 즐겨주기 위해 부모님이 함께 식사를 하러 온 모양이었다. 특히 어머니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는데, 나한테도 그렇고 따님한테도 그렇고 아주 부드럽고 단호한.. 어른의 면모가 짙은 분이었다. 엄하지만 또 모든 게 사랑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일 것만 같은.. 사실 그 가족이 왔다 간 건 몇 주 전인가 좀 지난 일인데, 몇 번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사랑으로 에워싸인 가족의 풍경을 보면서 꽤 감동을 받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성장할 자녀들은 행복하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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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와서 자야겠다. 뭐 더 쓸 것들 있었는데 나중에 더 써야지. Boa no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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