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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찬 Sep 02. 2023

이게 왜 이렇게 됐지?

애매한 불행은 애매한 재능이 된다.


나는 어쩌다 무기력한 사람이 되었을까. 물론 과거의 사건들이 하나 둘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겠지만 그것들을 하나하나 추적하면서 씁쓸한 합리화에 빠지고 싶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하는 나 자신이다. 살고 싶은데 잘 살아지지 않는 나의 상태다. 만약 과거를 탓한다고 해서 현재가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달라져도 한참이나 달라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가능하니 굳이 과거를 탓하려 하지도 곱씹지도 않는다. 바뀌는 것도 없을뿐더러 괜히 턱만 아프니까.


세상은 다행히도 불행한 사람들이 불행한 만큼 성공하길 바라는 눈치인 거 같지만(사실 그런 드라마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거 같지만) 비극적이게도 나의 불행은 드라마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대단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드라마처럼 살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비범하지도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상태로 사는 일은 끔찍한 일이다. 애매한 불행은 애매한 재능이 된다. 고작 이런 글밖에 쓰지 못하는 나는 바닷속에서 자유로이 헤엄치는 청새치 같은 글이 아닌 무기력한 사념들만 늘어놓는 썩은 동태 같은 글 밖에 못쓰게 되었으니까. 차라리 명백하게 불행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나는 그 불행을 동력 삼아 이를 악물고 굳세개 살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나는 능력도 없으면서 완벽해지려는 강박 때문에 이렇게 애매모호한 사람이 돼버렸다. 쉽게 좌절하는 사람일수록 그 이면에 삶에 대한 기준이 남들보다 높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삶에 대한 욕구는 큰데 현실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그 수준에 못 미치니 남들보다 더 쉽게 좌절하고 우울해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정말로 이기적인 거 같기도 하다. 나는 얼마나 잘 살고 싶길래 계속해서 나를 비하하는가. 나는 어쩌면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 척 하지만 누구보다 평범하고, 이타적인 삶을 추구하는 척 하지만 누구보다 이기적인 사람일 수 있다.


지금의 안락함만 생각하자. 쓸데없는 걱정은 집어치우고 지금의 안락함만 생각하자, 지금의 안락함을 생각하자. 그런데 나는 얼마나 더 편하고 싶어 지금의 안락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쓸데없는 걱정으로 이 안온한 밤을 고통으로 바꾸는 것일까. 왜 주제넘게 외로워하는 것일까.


가만히 뜬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다 보면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저 촌스러운 천장 벽지가 마치 세상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매일 밤 고작 저런 천장 따위를 보려고 하루를 살아내는 것인가. 문득 한숨이 탄식처럼 터져 나온다. 아 이게 왜 이렇게 됐지. 내일은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어야겠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같은 생각만 하게 된다. 이러다간 내 인생이 저 누런 천장처럼 변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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