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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찬 Oct 30. 2023

굶어죽기 딱 좋은 인간

지금의 형편없음이 감히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의 순수한 움직임을 돈으로 환산하는 순간, 순식간에 내 삶은 형편없어진다. 수지 타산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만약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썼다면 글 같은 건 진작에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나는 재능이 없고 재능이 없으면 노력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딴 건 개나 줘버린 한심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내 글은 엄밀히 말하면 글쓰기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징징거림의 영역에 더 가깝다. 가치 추구의 목적보다는 내 생각과 감정을 털어놓는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 자가 뭔가를 바라고 글을 쓰면 수지 타산을 떠나 매우 비참해진다. 들인 신경과 에너지에 비해 너무할 정도로 보상이 없고 특히 나의 글은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글도 아니어서 괜한 오해를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약점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노출하기 때문에 이득은 고사하고 손해에 더 가까운 글쓰기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떤 보상도 없이 그것도 하면 할수록 자신의 무능력함이 까발려지는 일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은 웬만한 미친 사람이 아니고선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어딘가 미쳐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금전적인 입질이 오면 어떻게든 그것을 개발해 자본화하려는 경향이 있는 거 같지만 나는 슬프게도 그런 쪽에 흥미가 없다. 굶어죽기 딱 좋은 인간이다. 글을 쓰거나 사진 찍는 일을 만약 이득과 손해의 관점으로 생각했다면 나는 그 행위에서 더 이상 순수한 기쁨을 못 느꼈을 거 같다. 시간 대비 효율을 계산하기 시작할 것이고 다 따져보면 그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뭔가를 바라고 움직이질 않는다. 내가 돈에 대한 욕망이나 인정욕구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그런 목적성을 띠면 나 답지 않아 그러지 못하는 것뿐이다. 나도 가능하면 세속을 추구하며 살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돈이 아닌 것들로 살아져서 그냥 산다. 그것은 분명 나의 무능력함과 귀찮음에서 나온 사고방식이지만 돈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이 마냥 좋아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뭔가를 바래서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면 뭔가를 바라지 않아서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반응이 고맙고 신기해서 글을 썼던 거 같은데 이제는 반응이 있든 없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까지 이런 싸가지 없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소크라테스는 자기 자신과 불일치하는 것보다는 세계 전체와 불일치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는데 나는 아무래도 거짓으로 인싸가 될 바에 속 편한 아싸가 되려는 거 같다.


물론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 수 없다. 이 빌어먹을 짓거리도 다 한때다. 나도 언젠가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손해와 이득의 세계로 들어갈 테고 그런 세계를 한 번 맛보면 다시는 이런 비효율적인 삶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형편없음이 감히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다. 한때 바보처럼 살아왔던 나 자신을 자랑처럼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내 삶이 돈으로 환원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돈으로 바라보는 순간 세상은 싸구려 시장통으로 전락하고 뭔가를 사라고만 강요하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그런 세상에서는 도저히 시끄러워 살 수 없을 거 같다. 나의 순수한 행동과 감정마저도 돈이 돼버리면 세상에는 믿을만한 것들이 없어진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거짓과 과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사람들을 속일 만큼 뻔뻔해지지 못했다. 그저 내가 믿고 있는 것들을 조용하게 살아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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